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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계인의 축제' 뜨거운 열기와 환호
 '2023 월계인의 축제' 뜨거운 열기와 환호
ⓒ 김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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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기만 하던 완주군 소양면에 흥겨운 음악소리와 환호가 넘쳐난다. 일찍 온 겨울바람에 움츠러드는 날씨지만 소리의 주인공들이 있는 곳에는 열기가 가득하다. 지난 12월 4일 전북체육중고등학교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1972년 전북체육중학교 개교 이래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주최가 되는 '제1회 월계인의 축제'가 개최된 것이다.

부서별로 운동복에 땀 젖은 모습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던 평소와 달리 학생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고, 기타 연주를 하며 여러 재능을 뽐낸다. 오늘만큼은 운동선수가 아닌 하고 싶은 것 많고, 노는 게 제일 좋은 행복한 10대의 모습이었다. 경기장에서 쏟던 열정을 무대로 가져온 만큼 점점 무르익어가는 열기에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워졌고 구경 온 학부모들도 무대를 즐기며 하나가 되는 축제였다.

 
어제의 선수가 오늘은 힙합 전사로
 어제의 선수가 오늘은 힙합 전사로
ⓒ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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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어 갔던 전북체육중고 김쌍동 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인 교육(全人敎育)은 학술 중심 교육과는 반대로, 지식 전달에 치우친 교육에서 탈피해, 지(知), 덕(德), 체(體)의 균형 잡힌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을 말합니다. 정확히는 체, 덕, 지가 맞는 순서라 봅니다. 체력적 능력을 키우고, 도덕적 능력을 쌓은 다음, 지적 능력을 채워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것이 '올바른 사람으로 길러주는 교육'인 전인교육에 제대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생들은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기에 경기장을 벗어나 승패를 내려놓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고, 학창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추억도 쌓게 해주고자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또 운동뿐 아니라 미래의 사회인으로서 영어든 컴퓨터 능력이든 학교에서 채워줄 수 있는 지식 교육도 채워줘야 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 보기에 그런 부분들도 연구하고 접근해 나가고 있습니다."

평소 학교와 지도자는 운동만 가르치고 졸업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아갈 미래를 올바르게 열어주고 꿈을 이룰 수 있게 길을 내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장이 평소 자주 하던 이야기이다. 김 교장의 말에서 그런 철학과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 나이다움을 누리는 학생들의 행복한 표정에서 우리나라 엘리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축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좋은 전통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경기장에서 쏟던 열정을 오늘은 무대 위에서
 경기장에서 쏟던 열정을 오늘은 무대 위에서
ⓒ 김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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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자, 마음을 채우자

프로 선수나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은퇴 후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의외로 요식업이다. 왜 그들은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가?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 중 왜 요식업을 선호하는가? 언젠가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감독이었던 분에게 이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지훈련을 가고 시합을 가고 어딜 가든 경기장 외에 가장 많이 접하고 익숙한 게 음식점이라 그런 게 아닐까라고.

엘리트 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꿈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데도 경기장 바닥만 보다가 은퇴하면 그들에게 넓은 세상은 그저 망망대해일 뿐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온 세계를 다녔던 친구에게 그 나라의 추억에 대해 물으면 빙질이 어떤지만 기억난다고 했다.

육상 감독과 선수로 만난 빌 바우어만과 필립 나이트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운동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스포츠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의 나이키를 탄생시켰다. 훗날 필립 나이트는 70이 가까운 나이에 소설가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다는 오래전 기사가 기억난다.

은퇴 후 사업가, 변호사, 의사, 소설가, 교사, 회계사 등 다양한 일을 하는 미국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 차이가 학생과 선수로서의 균형과 세상을 보는 넓은 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은 다양한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운동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그리고 스포츠로 열어 갈 수 있는 꿈의 다양성에 대해 보고 듣고 경험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전북체육중고의 행보가 눈에 띈다.

체육중학교 학생이 기숙사 입소를 기다리며 <지리의 힘>을 읽고 있다. 책이 재미있느냐 물으니 6번째 읽고 있는데 꽤 재밌다고 한다. 교내독후감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고 있다고 한 그 학생은 얼마 뒤 만났을 때는 독후감 대회 상장을 들고 있었다.

얼마 전 체육고등학교 학생들은 운동장이 아닌 어딘가로 바쁘게 이동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뮤지컬 <온조 백제의 꿈, 백제 아리랑>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 책 읽는 학생 선수, 체육뿐 아니라 문화도 즐길 줄 아는 이런 모습이 균형 있는 교육이 아닐까 싶다. 
 
'인문학 토크 콘서트' 안민석 국회의원 강의
 '인문학 토크 콘서트' 안민석 국회의원 강의
ⓒ 김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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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명사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토크 콘서트

무엇보다 가장 주목해야 할 행사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0회에 걸쳐 이어진 인문학 토크 콘서트다. 안민석 국회의원과 김명지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 조현철 우석대 교수는 미래의 체육 정책, 엘리트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학생 선수의 진로 탐색에 관해 말했다. 안민석 의원의 강의 중 대한민국 최고 기록 보유자이면서 성적도 우수했던 수영 선수 장희진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지 못하는 한국의 제도를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올라 텍사스대학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것뿐 아니라 보스턴글러브사가 선정한 올해의 수영 선수에 선정된 일은 균형 잡힌 교육의 좋은 예이기도 하고 체육인을 양성하는 학교가 나아갈 방향의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이밖에 도전과 열정에 관한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의 강의와 역사에 대한 즐거운 접근을 열어간 장구 서울대학교 교수, 이재운 전주대학교 교수, 자기 계발에 대한 함윤호 KBS 아나운서의 유쾌한 강연, 슬기로운 언어생활이라는 주제로 스피치 강연을 펼친 조래훈 KBS 개그맨, 금연과 금주에 대해 전문성 있게 강연을 펼친 유희철 전북대 병원장의 강연과 한국다문화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에 대해 지식을 열어준 장한업 이화여대 교수까지 토크 콘서트의 강사는 화려했고, 학생들의 생각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필자도 체육을 전공했고 학사에 이어 석·박사 과정까지 밟으며 20년 이상 체육계에 몸담고 있지만 체육중고등학교에서 인문학 토크 콘서트를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해 연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그뿐 아니라 체육 인재 양성을 위해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과 업무협약 체결을 맺어 학생 선수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운동 상해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선수로서 최고의 시설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학교의 역할 뿐 아니라 학생으로서 문화적 체험을 통해 교양을 쌓고, 축제, 체험 활동, 백일장 등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음을 채워나가게 하는 것 또한 학교의 역할이기에 그 모든 역할을 균형 있게 끌어 나가는 전북체육중고등학교의 행보가 귀감이 되어 아직도 운동으로 새벽을 열고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세상의 전부가 경기장인 줄 알고 학교를 졸업하고 있을 학생 선수들의 미래를 바꿔주길 기대한다.

태그:#전북체육중고, #월계인의축제, #인문학,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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