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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일제강점기 일본군 군속으로 끌려가 남태평양 타라와섬에서 미일 전투 중 숨진 고 최병연씨 유해 봉환 추도식에 앞서 "강제동원 사죄와 배상, 조속한 유해 발굴 봉환"을 요구하며 일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일제강점기 일본군 군속으로 끌려가 남태평양 타라와섬에서 미일 전투 중 숨진 고 최병연씨 유해 봉환 추도식에 앞서 "강제동원 사죄와 배상, 조속한 유해 발굴 봉환"을 요구하며 일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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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강제동원 사죄, 배상...조속한 유해 봉환해야" 일본 정부 비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의해 남태평양 타라와섬에 해군 군속(군무원)으로 끌려갔다 숨진 전남 영광 출신 고(故) 최병연(사망 당시 25세 추정)씨의 유해가 80년 만에 봉환된 것을 계기로 광주·전남 시민단체가 "타국 땅에 남아있는 조선인 유해를 조속히 돌려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고 최병연씨 유해 봉환 추도식이 열린 영광문화예술의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평양 타라와섬 조선인 사망자 1117명 가운데 이제 한 분 모셔왔다. 돌아오지 못한 유해만 1116구"라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양금덕(92·광주광역시)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전농 영광군농민회‧영광군여성농민회와 함께 강제동원 문제 처리를 두고 한일 양국 정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일본을 향해서는 즉각적인 사죄와 배상, 희생자 유골 봉환을 요구하며 규탄했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저자세' 대일 외교를 비판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전쟁 야욕에 불탄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수많은 젊은이를 전쟁터로, 각종 공사 현장으로 끌고 갔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굶주림 속에 소나 말보다 못한 취급을 받다 끝내 총알받이 신세가 돼야 했다.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1943년 태평양전쟁 타라와 전투의 희생자 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고 있다. 이는 '태평양지역 강제동원' 피해자로서는 정부의 첫 봉환이다. 2023.12.3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1943년 태평양전쟁 타라와 전투의 희생자 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고 있다. 이는 '태평양지역 강제동원' 피해자로서는 정부의 첫 봉환이다. 2023.1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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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병연씨, 스물 넷에 아내와 두 아들 남겨놓고 남태평양섬으로 끌려가

80년 만에 유골로 고향 땅을 밟게 된 고 최병연씨도 그런 경우다. 1918년생인 고인은 24세이던 1942년 11월 아내,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남태평양 타라와에 끌려가, 꼭 1년 만인 1943년 11월 25일 미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6000km 거리의 키리바시공화국 타라와에는 당시 조선인 1200여 명이 강제 동원되어 섬을 요새화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타라와 전투는 미군이 태평양전쟁 중 벌인 최초의 대규모 상륙전이다. 미군 3만 5000여명과 일본군 4800여명이 맞붙어 미 해군과 해병대 1021명을 포함해 6000여 명이 숨졌다. 이 중 한국인 사망자는 문서상으로 1117명으로, 대부분 몰살당했다. 그중 유해가 돌아온 것은 80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 강제동원 진상 규명과 일본 사죄를 요구한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를 이끌다 2021년 102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금주 회장의 남편(고 김도민)도 타라와에서 사망했다. 1942년 11월 23세 나이에 부인과 8개월 된 아들을 남겨둔 채 타라와에 끌려가 1년 만에 사망했지만, 아직 유해조차 못 찾고 있다. 고 최병연씨와 동원 시기, 사망 장소, 사망 일자가 같다.

이와 관련 시민모임은 "뒤늦게 유골로라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본 정부의 성의나 노력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며 "이번 경우도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발굴 작업에 참여한 한국계 박사의 제보가 발단이 되어 우여곡절을 거쳐 봉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계 "강제동원 희생자 최소 8만명"...태평양지역 조선인 유해 봉환 이번이 처음

일제강점기 오키나와,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등에 끌려간 뒤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숨진 강제동원 피해자는 군인·군속 2만 2000명, 노무자 1만 5000명 등 최소 8만여 명에 이를 거라고 학계는 추정한다. 그러나 일본과 사할린 등에서 일부 봉환된 유골은 있었지만, 태평양 지역에서 돌아온 조선인 유해는 이번 사례를 제외하고 아직 한 구도 없다.
  
한국에서 6000km 떨어져 있는 남태평양 키리바시공화국 타라와섬(붉은색)
 한국에서 6000km 떨어져 있는 남태평양 키리바시공화국 타라와섬(붉은색)
ⓒ 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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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2016년 '전몰자 유골수집 추진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골을 발굴하면 DNA 대조를 거쳐 유족에게 인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DNA 검사 결과가 일본인으로 나올 경우만이고, 한국인 피해자는 원초적으로 배제해 오고 있다"며 일본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했다.

아울러 시민모임은 "심지어 일본은 조선인 희생자 명예까지 훼손했다"며 "일부 조선인 유해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함으로써, 죽어서까지 일본국을 위해 충성하도록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일부 조선인 유해, A급 전범과 함께 일본 신사에 합사...대일 '저자세' 외교 언제까지

시민모임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오늘의 현실은 정부의 대일 퍼주기 외교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법원 판결 취지를 뒤엎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뒤집어쓰는 소위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해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라더니, 80년 만의 귀향길에 추도사 하나 없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말한 한일관계 회복의 상징이란 말이냐"며 "한국이 먼저 물컵의 반을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물컵의 반은 도대체 언제 채운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해봉환 추도식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강종만 영광군수, 유족,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상민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강제동원 희생자분들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4일 오후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정부 주관 아래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3.12.4
 4일 오후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정부 주관 아래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3.1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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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제동원, #타라와, #유해봉환, #영광군, #태평양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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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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