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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고 하네. 김포 사람들은 좋겠다."
"뭐라고, 김포가 서울 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지금도 지방 사람들은 죄다 서울로 몰려가는 판인데, 서울을 자꾸 키우면 지방은 어쩌라고? 덩치 키워서 더 빨아들이면 지방이 남아 있겠나."
 

최근 김포 서울 편입 추진 뉴스를 보고 있던 아내가 김포 시민들이 부럽다는 듯 내뱉은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나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사실 아내의 부러워하는 마음속에는 지방민으로서 느끼는 소외감도 잔뜩 배어 있다. 나도 아내와 마찬가지로 이 소식을 접하고는 실망스럽고 착잡한 심정이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이러한데,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구와 부의 수도권 집중으로 부산은 쇠퇴 일로
 
<2022년도 인구>
총인구 : 51,692,272 명
수도권 : 26,124,421 명
(서울 9,417,469 명, 경기도 13,717,827 명, 인천 2,989,125 명)
부산 : 3,295,760 명

<지역내총생산(GRDP, 2021년 기준, 10억원)>
전국 : 2,083,795
수도권 : 1,099,922
(서울 472,040, 경기도 529,211, 인천 98,671)
부산 : 97,806

- 출처 : 통계청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인구, 자본,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이 심화돼 왔다. 그야말로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인구와 부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은 서울을 확장해서 블랙홀 기능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대략 남한 전체 면적의 10분의 1정도 되는 수도권에서 차지하는 총인구와 지역내총생산(GRDP)의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도 오래다.

아들딸이 서울에 있어서 가끔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의 격차는 굳이 통계자료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내 눈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울은 복잡하면서도 청년들로 넘치고 역동적이다. 부산은 한산하고 썰렁하여 '노인과 바다'로 대변된다. 너도나도 부산을 등지고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며 앞다퉈 빠져나가기 바쁘다.

공부깨나 하는 고등학생들은 '인서울 대학교'를 바라며 졸업과 동시에 부산을 떠난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한다. 젊은 학부모들도 일자리와 자녀들의 질좋은 교육환경을 찾아서 서울로 옮겨간다. 그래서 부산에 남는 것은 '노인과 바다'뿐.

우리 아들딸도 여느 젊은이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 아들은 부산에서 이리저리 직장을 구하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서울로 갔다. 딸도 전문직이지만 자기 개발과 발전의 기회가 많다며 서울에 정착했다. 부산에 같이 살면 좋으련만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서울로 떠나는 아이들을 무턱대고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서울로 떠났지만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사회 초년생인 아들딸의 서울살이가 만만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제 부산에는 우리 부부만 남았다. 우리 부부도 몇 년 후에는 부산의 노인 대열에 합류할 처지다.

부산은 과거 한때 인구가 400만 명에 육박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빠르게 곤두발질치고 있다. 이제 330만 명선도 무너지고 있다(2022년도 기준). 이대로 가다가는 300만 명선이 무너지는 것도 머지않아 보인다. 부산을 뒤쫓고 있는 수도권인 인천에도 밀리고 있다. 이미 지역내총생산은 인천에 추월당했다(2021년 기준). 인구가 추월당하는 것도 시간 문제인 듯하다.

급기야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던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마저 수도권 인천에게 넘겨주게 생겼다.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 제1, 2의 도시가 수도권에 포진하는 어마어마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부산의 현주소다. 부산의 현실이 이럴진데, 다른 지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

서울 메가시티보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발전' 서둘러야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현실이 이런데도 서울 메가시티를 외치고, 인근 중소도시들은 앞다투어 서울에 편입되겠다고 아우성이다. 지방의 불만이 제기되자 슬그머니 부산도 인접한 김해와 양산 등을 묶은 메가시티로, 광주도 인접 도시 나주 등을 묶은 메가시티로 하자고 한다.

서울 메가시티에 초점이 맞추어진 판에 부산과 광주를 들러리 세우듯 끼워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수도권에 버금가는 동남권을 만들어 보겠다고 야심차게 출범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도 무산시킨 마당에, 느닷없이 터져나온 서울 메가시티는 대다수 지방민들을 맥빠지고 허탈하게 만든다.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고 주변 도시들을 흡수해서 서울을 확장하기 시작하면 지방의 쇠락과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서울 메가시티로 서울의 도시 경쟁력 높이겠다고 지방을 포기할 셈인가. 지금 서울 메가시티보다 시급한 것이 쇠퇴 일로에 있는 지방을 살려내는 일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기업, 자본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서울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꾀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것이 국가의 막중한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 발전으로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울과 지방이 동반 성장함으로써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소리높여 외친다.

메가시티를 하려면 서울이 아니라 지방의 대도시부터 추진하는 것이 우선순위이 아닌가. 언제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시절이 올까. 부산의 우수한 학생들이 굳이 '인서울'하지 않고 부산에서 대학 다니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부산에서 취업하여 정착하고, 서울로 떠났던 우리 아들딸 같은 청년들이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서울 못지않게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부산이 될 수는 없는 건가. 우리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기회의 도시,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도시, 그런 부산에서 정겹게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김포서울편입, #서울메가시티, #균형발전, #서울지방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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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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