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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윤현석 부국장이 최근 출간한 책 '정의로운 도시를 꿈꾸며'.
 <광주일보> 윤현석 부국장이 최근 출간한 책 '정의로운 도시를 꿈꾸며'.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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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가 광주광역시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국토 불균형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담은 책을 펴냈다.
 
전남대에서 도시 및 지역개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광주일보> 윤현석(52) 부국장은 최근 '정의로운 도시를 꿈꾸며'라는 책을 출간했다.
 
윤 기자는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주거 양극화, 도시 정체성 상실, 고유 경관 훼손 등 국토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점들의 원인을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계속된 국토 개발 방식에서 찾았다.

조선시대까지의 전통적인 도시 위계와 형태가 일제강점기에 파괴되고 일제의 새로운 질서로 국토 및 도시 공간이 재편됐으며, 이는 신속한 대륙 침략과 효율적인 통치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는 게 저자의 연구 결과다.
 
일제 강점기 철도와 도로 등 기간시설은 일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 본토에서 가까운 부산과 수도인 경성을 잇는 것에 중점을 뒀으며, 행정·교육기관, 상·하수도, 공원 등 근대 도시 시설들은 일본인 집단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됐다.
 
개발을 통한 이익은 일본인과 그 기업, 부역자들에게 돌아갔고, 해방 이후로도 일제의 계획과 개발 방식은 상당기간 이어졌다.

군사정부 역시 '효율'에 방점을 찍고 국토와 도시 개발에 나선 것은 마찬가지였다. 공공 재정은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 투입됐고, 이로 인해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은 물론 산업시설까지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됐다.
 
균형과 조화, 공공성을 뒷전에 둔 군사정부는 국토 공간을 신속한 경제 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여겼을 뿐 국토에 살고 있는 시민과 국토의 균형발전은 안중에 없었다.
 
군사정권이 물러난 이후로도 정부는 국가 재정을 인구 밀도가 높아 경제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입시켰고, 그 결과는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 주거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모든 게 집중된 수도권 교통망 개선에 국가재정 한푼도  써선 안돼"

저자가 사례로 든 영국·독일·프랑스·미국은 산업혁명 이후 도시 공간의 정체성과 경관을 유지·보존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법·제도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시민단체 등도 각각의 도시에 맞는 대책을 논의하고 만들어냈다.

이들 국가는 도시 문제에 직면해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일조, 통풍, 깨끗한 물, 하수 처리, 화재 예방 등에 중점을 둬 주거의 질을 높여나갔다.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우수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건축물 높이를 규제했으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심의 경관을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도시의 정체성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이라는 철학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론에 이르러 "수도권에 인구·자본·시설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지방은 소멸해 가고, 건설·개발업체와 투기세력은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개발의 정의는 사라져버렸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지금 도시계획, 도시 개발, 국토계획, 지역 개발, 국토 개발과 관련된 시스템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내일이 없는 도시, 수도권만 살아남을 국토라면 개발과 계획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국토 불균형 문제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파격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윤현석 기자는 "경제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공공재정이 아니라 민간투자로 기반·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하며, 공공재정은 인구소멸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을 진흥시키기 위해 집중 투입해야 한다"며 "특히 서울과 경기의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한 철도, 도로 설치를 위해 국가 재정을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울아카데미, 336쪽, 2만 9800원. 

태그:#메가서울, #부동산정책, #도시개발, #국토불균형,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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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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