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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벨이 울리면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소방차를 타고 나가는 소방관은 소방의 날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한다. 전직 소방관이었던 난 소방의 날을 맞아 순직한 동료들이 떠올랐다.

소방관으로 일하다 보면 질병에 걸리거나 화재진압, 구조, 구급 현장에서 일하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순직하거나 몸이 아파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2명 21년 3명, 22년 3명으로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24명이다. 5년간 공상자 현황은 18년 823명, 19년은 818명, 20년 1,004명, 21년 933명, 22년 1080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소방관은 활활 빨갛게 타오르는 화염-폭발 등의 공포와 맞서 싸운다.

3년 전 소방공무원 기본 교육 훈련을 함께 받았던 동기가 순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게는 충격이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하게 아팠다. 고 김아무개 소방관은 2020년 7월 31일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에서 물놀이하던 시민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렸고 구조되었지만 끝내 숨졌다. 온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온 동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고 김 소방관은 근무 중 사고를 당한 거라 위험 근무 중 순직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2018년 5월 전북에서 일하던 고 강아무개 소방관은 현장에서 구한 취객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고 폭언을 들은 지 한 달 만에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 소방관은 4월 2일 익산역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시민을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다가 변을 당했다.

술에 취한 그에게 그녀는 응급실 앞에서 머리를 주먹으로 맞고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한 말을 들어야 했다. 술에 취한 시민은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강 소방관은 그 사건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인 불면증, 어지럼증, 구토에 시달렸고 한 달 후인 5월 1일에 뇌출혈로 숨졌다. 그 결과 일반 순직으로 인정받았고 사망 후 1년이 지난 후에야 국립묘지에 갈 수 있었다.

소방관은 위험한 일을 하지만 트라우마, 우울증, 불면증 등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또는 개인적인 사유라는 이유로 피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외상으로 사망하지 않는 순직은 판정받기도 까다롭다. 국가는 업무상 재해의 인과 관계를 소방 공무원 유족이 입증해야 한다는 태도만 표명해왔을 뿐이다.
  
순직에는 위험직무 중 순직, 구급, 교육 훈련 중 순직, 일반근무 중 순직이 있다. 일반근무 중 순직은 보상금을 받을 수 없고 국립묘지 안장심의회를 거친 후 안장된다. 순직한 후 과정도 복잡하고 까다롭고 가족을 잃은 슬픔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위험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의 사명감과 희생만 강요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묻고 싶다. 사명감과 시민을 위한 봉사 정신으로 순직한 소방관에게 국가와 지자체는 정중하게 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소방의날, #순직, #업무상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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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츄러스 작가입니다. 오늘하루도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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