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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전경. 낙동강(보이는 방향 왼쪽)과 금호강(오른쪽)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 90년대 초까지도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월동지였다.
 달성습지 전경. 낙동강(보이는 방향 왼쪽)과 금호강(오른쪽)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 90년대 초까지도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월동지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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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에 물억새가 흰 꽃차례를 흩날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달성습지에 물억새가 흰 꽃차례를 흩날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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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하중도 앞 모래톱에 내려앉은 흑두루미. 2018년 11월 3일 촬영
 달성습지 하중도 앞 모래톱에 내려앉은 흑두루미. 2018년 11월 3일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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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달성습지에서도 물억새 군락이 은백의 꽃차례를 흩날리면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10월 말이면 달성습지를 찾았던 반가운 겨울진객들이 있다. 바로 흑두루미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종이다. 

흑두루미 월동지 달성습지의 추억

달성습지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흑두루미 월동지로 명성이 자자하던 곳이었다. 당시 이 일대 철새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곳 사람들은 시끄러워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새똥 때문에 우산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 달서구 쪽 농경지들이 1980년대 말 성서산단의 대규모 개발과 이후 고령 다산면 농경지들의 비닐하우스 단지화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흑두루미들의 먹이터가 사라졌고, 점점 멀어져갔던 것이다.

이후 최근까지도 흑두루미들은 일본 이즈미 월동지(현재 흑두루미들의 최대 월동지로 유명한 생태관광지)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달성습지를 간간이 이용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달성습지 한가운데 넓은 개활지를 조성해뒀다. 흑두루미들이 도래하기를 희망하면서 건너편엔 자연스런 모래톱이 보인다. 흑두루미들이 오른쪽 모래톱을 더 선호할 듯하다.
 달성습지 한가운데 넓은 개활지를 조성해뒀다. 흑두루미들이 도래하기를 희망하면서 건너편엔 자연스런 모래톱이 보인다. 흑두루미들이 오른쪽 모래톱을 더 선호할 듯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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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흑두루미를 조금이라도 맞이하기 위해서 달성습지에 넓은 개활지를 인공적으로 개간하는가 하면 흑두루미 유인하기 위한 음향장치까지 설치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허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흑두루미들의 도래를 교란하는 심각한 요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달성습지에서 모래톱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금호강 구간이 유일하다. 낙동강 쪽은 준설과 담수의 영향으로 모래톱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달성습지 한가운데 하중도가 깎이면서 넓은 모래톱도 새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흑두루미나 각종 철새들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쉼터로 이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
 
하중도가 깎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래톱들. 이곳들이 흑두무리 도래지로서 혹은 다른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의 쉼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하중도가 깎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래톱들. 이곳들이 흑두무리 도래지로서 혹은 다른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의 쉼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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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들의 달성습지 도래를 방해하는 것들

그런데 예민한 야생의 친구들의 도래를 방해하는 것이 있다. 디아크 앞에서 운행하는 오리배들이다. 이 오리배 사업은 수자원공사 자회사(수자원환경산업진흥)가 운영하는 것으로서 흑두루미나 다른 겨울철새들의 이동과 안정적 이용에 상당한 교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제재의 목소리가 없다. 일각에선 달성습지가 철새도래지로, 야생동물들의 보호구역으로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라도 이 오리배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중요한 습지에 유람선이 운항하고, 오래배가 다니는 공간으로 만들어놓았다. 엄청난 생태적 무지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요한 습지에 유람선이 운항하고, 오래배가 다니는 공간으로 만들어놓았다. 엄청난 생태적 무지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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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 이유로 대구 달성군이 달성습지를 옆에 끼고 운항하고 있는 대형 유람선 사업 또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적어도 겨울철새들이 도래하고 이용하는 늦가을부터 겨울 기간 동안만이라도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는 유람선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래야 겨울철새들이 안정적으로 달성습지에 도래하고 이 일대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화원동산 하식애 앞에 건설해둔 탐방로(명색이 '생태 탐방로'로, 그 기능에 걸맞은 용도를 위해서라도)도 야간 경관조명을 끄고 야간통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명한 식물사회학자이자 생태학자인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는 "화원동산 하식애는 수리부엉이와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숨은서식처'로 생태적으로 반드시 보호해야 할 중요 공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서식철인 화원동산 앞으로 탐방로를 건설해놓은 대구 달성군.
 멸종위기종들의 숨은서식철인 화원동산 앞으로 탐방로를 건설해놓은 대구 달성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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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붉을 밝힌 탐방로. 이 야간 탐방로로 사람들이 밤에도 다니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에게 생태적 교란 요소가 된다.
 탐방로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붉을 밝힌 탐방로. 이 야간 탐방로로 사람들이 밤에도 다니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에게 생태적 교란 요소가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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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으로 길을 낸 것이 첫 번째 잘못이지만, 그 잘못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생태적 이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이 되면 이곳을 철저히 야생에 돌려주는 조치를 취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과의 공존을 모색하자는 얘기다. 

흑두루미들과의 공존을 위하며

이에 대해 오랫동안 달성습지 문제를 천착해온 김종원 박사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21세기의 화두는 공존이다. 인간과 야생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개발은 지양돼야 하고 인간의 이기들은 적절히 제한될 필요가 있다. 겨울 한 철만이라도 제발 공존의 길을 되찾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의 질서를 잘 따라야 한다. 어둠이 내리면 슬슬 낮과 밤의 생태계가 교대하는 시간이다. 밤은 동물의 시간이고, 사람은 불 끄고 잠에 드는 시간이다. 이 공존의 질서가 이곳 달성습지에서만큼은 잘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수자원공사와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야생과의 공존을 위한 환경단체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달성습지 물억새 너머로 인간 이기의 상징인 디아크가 보인다. 이 두 풍경이 함께 존재하려면 더이상의 개발이 이곳에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따라서 달성습지를 망치려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은 철회되어야 한다.
 달성습지 물억새 너머로 인간 이기의 상징인 디아크가 보인다. 이 두 풍경이 함께 존재하려면 더이상의 개발이 이곳에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따라서 달성습지를 망치려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은 철회되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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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전경.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저렇게 아름답고 중요한 공간을 만들어뒀다. 저 모습이 온전하기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개발은 이루어져선 안된다.
 달성습지 전경.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저렇게 아름답고 중요한 공간을 만들어뒀다. 저 모습이 온전하기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개발은 이루어져선 안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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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1989년 세계습지목록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했던 세계적 습지였다. 유명한 철새도래지이자 야생의 왕국이었다.

그런 세계적인 습지로의 복원을 위해서 대구시뿐만 아니라 달성군과 수자원공사, 환경부도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 달성습지가 옛 명성을 되찾아 세계적 습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과 인간의 공존의 길을 위한 달성군과 수자원공사의 성찰과 생태적 각성을 강력히 촉구해 본다", 김종원 박사의 간절한 당부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오랫동안 달성습지를 관찰 기록해오고 있다.


태그:#달성습지, #흑두루미, #달성군, #수자원공사, #금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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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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