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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에서 장비를 확인하는 구급대원들
 구급차에서 장비를 확인하는 구급대원들
ⓒ 제주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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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태워달라." 

지난 4월의 어느날 새벽 2시경 119로 "도로에 있는데 춥고 쓰러질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술을 마신 후 걸어가다 추워서 신고했다면서 병원 이송은 필요 없고 시내까지만 태워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외래진료 예약 때문에"라며 택시 부르듯 119를 불러 병원에 가자고 하거나 "다리가 아프니 집까지 태워달라"고 하는 등 비응급 119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19구급대의 출동건수는 2021년 5만6724건에서 2022년 6만3586건으로 12%가 증가했다. 2023년은 9월까지 4만6857건이나 출동했다. 

이 가운데 이송이 불필요하거나 환자없음, 신고 취소 등으로 인한 미이송 건수(구급대가 출동했지만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건)는 2021년 1만9953건에서 2022년 2만1933건으로 9.9% 증가했다. 

특히 음주 후 병원 이송 요구나 의료 진료 목적의 119 요청 등 '비응급환자' 이송건수가 전체 이송건수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비응급환자의 119 신고가 늘어날 수록 실제 응급환자가 제때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비응급환자는 구급출동 요청 거절 가능 
 
비응급환자인 경우 구급대원은 구급출동을 거절할 수 있다?
 비응급환자인 경우 구급대원은 구급출동을 거절할 수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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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를 보면 단순 치통이나 감기 환자 등 비응급환자인 경우에는 구급 출동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혈압 등 생체징후가 안정된 타박상 환자 ▲술에 취한 사람(다만, 강한 자극에도 의식이 회복되지 아니하거나 외상이 있는 경우 제외) ▲만성질환자로서 검진 또는 입원 목적의 이송 요청자 ▲단순 열상 또는 찰과상으로 지속적인 출혈이 없는 외상환자 ▲병원 간 이송 또는 자택으로의 이송 요청자(의사가 동승한 응급환자의 병원 간 이송은 제외) 등은 비응급환자이기에 구급출동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비응급환자 때문에 누군가 죽을 수 있다 
 
구급차 내 폭행 경고 및 112 자동신고 장치를 도입한 제주소방본부
 구급차 내 폭행 경고 및 112 자동신고 장치를 도입한 제주소방본부
ⓒ 제주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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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현직 구급대원이 "아이가 고열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체온과 맥박, 호흡 모두 정상이었다. 원래 이송이 불가능하지만 아이라 가까운 응급실로 가려고 했지만 보호자가 2시간 거리의 평소 진료 받는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면서 "관내를 오래 비울 수 없다며 거절하자 보호자가 아이가 잘못되면 다 당신 책임이다. 국민 신문고와 소방서 찾아가서 민원 넣겠다며 화를 냈다"는 글이 올라왔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려는 몰상식한 사람이 많다", "비응급환자 때문에 심정지 환자에게 제때 출동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응급환자의 경우 출동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제주소방본부는 "신고만으로는 상황을 판단할 수 없어 구급대가 출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수환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은 "한 건의 비응급 신고로 119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사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119구급대가 정말 응급한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해 귀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119, #구급차, #구급대원, #비응급환자, #제주소방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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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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