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월 16일 토론회 때 경남도가 낸 임도 시설 현황 자료.
 10월 16일 토론회 때 경남도가 낸 임도 시설 현황 자료.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산림청이 벌목한 나무의 운반과 산림 관리를 목적으로 건설한 도로인 임도(林道)가 산사태·산불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 산림당국이 임도 밀도 기준을 미국·일본·오스트리아 등 임업 선진국과 다르게 해 '정책 오류'를 가져오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6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원 쌀재터널 산사태로 본 산림청 임도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 때 "임도의 산불 진화 효과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강명효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발제를 통해 임도 시설 현황을 설명하면서,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임도 시설은 총 2만 3939km가 있고 임도 밀도는 3.97m/ha라고 밝혔다. 경남도 임도 시설은 2703km이고, 임도밀도는 4.39m/ha라고 했다. 

강 과장은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임업 선진국의 1/6~1/14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임도 밀도를 높이려면 매년 지속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강 과장은 임업 선진국의 임도밀도에 대해 독일 54.0m/ha, 오스트리아 50.5m/ha, 일본 23.5m/ha라고 설명했다. 강 과장이 이날 밝힌 임도 시설 규모와 임도밀도는 산림청 자료에 근거했다.

"우리나라 임도 수치, 임업 선진국 기준과 달라"

이후 임도밀도 기준이 우리나라와 임업 선진국이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산림청이 산에 낸 도로만 임도로 보고 기준을 삼았고, 미국과 일본, 오스트리아 등 임업 선진국은 산에 있는 도로인 국도, 지방도, 농도뿐만 아니라 사유도로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은 17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임도 관련 자료와 해외 임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임도의 면적당 밀도가 미국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윤미향 의원실은 "산림청은 국내 임도의 총길이 2만4929㎞를 국내 산림면적인 628만6000㏊로 나눈 1㏊당 임도 밀도는 3.97m로, 미국(9.5m/ha), 일본(23.5m/ha), 오스트리아(50.5m/ha) 등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해 왔다"라며 "산림청은 지난 3월 2027년까지 임도를 매년 500㎞ 이상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윤미향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 산림청이 사용해 온 국내 임도 수치와 미국 등의 임도 수치는 기준 자체가 달랐다. 산림청은 산림 당국이 만든 도로만 임도로 계산했고, 미국은 임도 외에 산림 내 국도, 지방도, 사유 도로 등 모든 도로를 포함했다. 일본이나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윤미향 의원실은 "미국의 국유임도 밀도를 다시 계산한 결과 1㏊당 임도는 1.9m로, 국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산림청은 국가별 임도 밀도의 산정 기준이 다른 것을 무시하고, 국내의 임도가 부족하다면서 아전인수식 주장을 펼쳐왔다"라고 지적했다.

임도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 온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산에 있는 도로가 다 임도이고, 차량이 갈 수 있는 도로는 모두 포함해서 계산하는 게 맞다"라며 "그런데 산림청은 산림청이 낸 도로만 임도로 계산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속에 있는 마을이라든지 사찰이 있으면 다 도로가 나 있다. 그런데 산림청은 그런 도로는 임도밀도 계산을 할 때 다 뺀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나라 임도가 굉장히 적게 나오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하는 사업에 그런 도로들을 다 쓸 수 있기에 밀도에 포함해야 하는 게 맞다"라며 "오스트리아 등 임업 선진국은 산 속에 있는 모든 도로를 임도밀도 계산에 다 포함한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와 비교한 홍 교수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임도망은 산림청이 만든 도로뿐만 아니라 모든 공용 도로와 사유 도로를 포함하고 심지어 산림 경계 밖 75m의 모든 도로를 포함한다"라며 "또 특수지역의 경제 수림대를 만들어 놓고 활용하면서 해당 지역만 임도밀도를 계산하기에 그 계산을 그 나라 전체로 보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올해 봄에 산불이 난 강릉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거기에는 산림청이 낸 임도가 없다.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 소방차가 접근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릉 산불이 난 지역 안에 소방서가 있었다"라며 "산림청 기준으로 하면 강릉 산불 지역의 임도밀도는 0이다. 그런데 차량이 갈 수 있는 도로를 따져보니 강릉산불 지역의 임도밀도가 170m/ha로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계산 오류" vs. "산림청 자료 근거"

경남도가 산림청 발표에 따라 임도 시설 현황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임도밀도 계산의 오류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임도밀도 계산의 기준이 다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임도가 적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기준을 다르게 해서 나온 통계를 갖고 정책을 펴니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산림청도 임도밀도 계산 기준을 임업 선진국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산림관리과 관계자는 "산림청 자료에 근거했다. 산림청에 문의를 해놓았다"라고 밝혔다.

태그:#임도, #산림청, #윤미향 의원, #홍석환 교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