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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밀양시가 한달살이를 일부 지원하는 '살아보소 밀양'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9월11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머물며 여행한 기록입니다.[기자말]
9월의 달빛풍류 '동화가' 팸플릿
 9월의 달빛풍류 '동화가' 팸플릿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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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고택에서 국악 공연을 볼 수 있는 고장이 있었다. 내가 멋스러운 풍류를 만난 밀양이 그런 곳이었다.  

밀양의 한달살이 프로그램인 '살아보소 밀양'에 선정되어 2주 살이 일정으로 참여한 여행의 마지막 밤에 교동 손씨 고가 집성촌에 스며든 달빛 아래에서 풍류를 즐겼다. 밀양의 '달빛풍류' 9월 공연 '동화가'를 우연히 만나 교동 손병순씨 고가에서 열린 국악 잔치에 흠뻑 빠졌다.  
 
4.봉황의 꿈을 담은 동화가_흥타령, 육자배기
가야금:임성정 / 아쟁:정선겸 / 소리:신진원 / 장구:장주영
 4.봉황의 꿈을 담은 동화가_흥타령, 육자배기 가야금:임성정 / 아쟁:정선겸 / 소리:신진원 / 장구:장주영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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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서울, 경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문화재 야행은 대부분 야간에 문화재를 탐방하는 정도였다. 가끔 특별 프로그램으로 문화재 공간에서의 야간 공연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1회성 행사였다. 근래에 와서 각 지방마다 문화 공연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종갓집 고택에서 열리는 공연은 이번에 밀양에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다른 곳과 달리 고택에서 수년 간 공연을 이어온 밀양의 '달빛풍류'는 그 격이 달랐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의 정기 공연을 꾸준히 실시하여 밀양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의 시민들이 기다리는 공연이 되어, 이번에도 공연을 알리는 공지가 뜨자마자 신청이 마감되어 왔다고 한다. 

'살아보소 밀양'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2주간의 밀양 여행이 끝나기 전날. 9월 22일 낮에 '밀양 교동 손씨 집성촌'을 들렀을 때 때마침 그날 밤 공연 준비에 바쁜 공연 담당자분들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

이 공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어 관람하고픈 욕심으로 공연에 대해 여쭤보며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가 밀양 한달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멀리서 온 여행객임을 알아채고 저녁에 빈자리가 있으면 관람할 수 있을 거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래서 저녁에 다시 왔을 때 운 좋게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밀양 방문의 가장 큰 추억을 선물 받아 그 풍류에 젖어들었던 감동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휘영청 뜬 달 아래 음악을 듣는 기쁨
 
달빛 어린 밀양 교동 손씨 가옥
 달빛 어린 밀양 교동 손씨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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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어린 밤을 장막으로 삼고 고택의 대청마루 무대에서 연주하는 우리 음악을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대나무숲이 보이는 밀양의 고택 마당에서 우리 가락에 취해 연주자와 관객들이 서로 얼쑤 흥을 나누다 보니 국악이 이리 흥겨울 수 있다는 것을.

달빛이 스며든 고택에서 펼쳐진 국악의 향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데 실제 그 공연장 한가운데에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꼭 해보시라 권하고 싶어 밀양의 '달빛풍류'를 전한다.
 
밀양 교동 밀성손씨 고가 집성촌 입구
 밀양 교동 밀성손씨 고가 집성촌 입구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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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향교가 있어 교동이 지명이 된 이곳에는 '밀양 교동 손씨 고가 집성촌'이 있다. 밀양시립박물관, 밀양독립운동기념관,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국립밀양기상과학관, 밀양아리랑대공원 등이 가까이 있는 사거리에서 향교로 올라가다 보면 길 양옆으로 손씨 고가의 전통가옥과 돌담들이 이어진 한옥 고택들이 여러 채 남아 있어 조선 시대의 어느 동네에 들어선 느낌으로 도심 속의 향촌을 맛볼 수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한옥들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밀양 교동 손씨 고가
 밀양 교동 손씨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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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 바로 밑에 있는 '밀양 교동 손씨 고가'는 1900년대 초에 지은 밀양 손씨 종가로 99칸 전통한옥이다. 3300㎡가 넘는 터에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어 한때 대문이 12개나 됐다고 한다. 
 
밀양 교동 근대 한옥
 밀양 교동 근대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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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맞은편의 '밀양 교동 근대 한옥'은 밀양 출신의 유학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계 지방 은행인 구포은행 주주였던 손영돈이 아들을 분가시키기 위해 지은 주택이다.

근대 특징 잘 보여주는 한옥들

안채와 사랑채는 1915년과 1937년 각각 건축된 근대기의 한옥으로 목재와 석재를 비롯해 붉은 벽돌, 콘크리트, 창유리, 도배지 등 근대적인 건축 재료를 많이 사용하여 공간 구성, 건축 구조, 건축 재료, 주거 의식 등에서 근대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문화재로 평가받아 2005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밀양 교동 근대 한옥' 아래에는 '밀양 교동 손병순씨 고가'가 있다. 손병순씨 고가는 남부 지방의 전통 한옥 양식에 따라 1900년 전후에 지어진 고택이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재나 구조 등이 일본 및 중국식 건축의 영향을 받았다. 이 고택 대청마루에서 이어지는 달빛풍류 공연을 우리는 대나무숲이 있는 이 집 마당에서 관람하는 풍류를 즐긴다. 
 
밀양 교동 밀성손씨 고가
 밀양 교동 밀성손씨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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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순씨 고가 건너편에는 '밀양 교동 밀성 손씨 고가'가 있다. 이 고가는 밀성 손씨 교동파 종택으로 1910년경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지을 때 초가지붕이었던 대문채는 일본식 기와지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었다. 
   
'밀성 손씨 고가' 옆으로 '밀양 교동 손대식 고가'가 있다. 이 고가는 '손병순씨 고가'와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이 고가는 '문화객가 사랑채'라는 이름으로 고택에서의 숙박 체험과 종갓집 전통문화 체험 강좌를 실시하여 문화와 손님이 어우러지는 집의 의미를 가지는 '문화객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객가 프로그램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으로 시작하였는데 밀양에서는 손대식 고가(문화객가 사랑채)에서의 한옥 고택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다. '종갓집 이야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한복, 염색, 원예 체험, 내림음식 만들기, 세시풍속 체험을 하고, '종갓집 뿌리 찾기' 프로그램으로는 전통문화 체험과 생태. 문화자원 체험, 역사 교육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문화객가 프로그램 중에서도 손병순 고가에서 매달 이루어지는 달빛풍류는 무형문화재를 활용한 지역 특색을 담아낸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가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이날의 '달빛풍류' 9월 공연은 '동화가'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동(桐)은 오동나무다. 9월 공연의 주인공은 오동나무와 판소리였다.  

예전에는 딸을 낳으면 훗날의 혼수를 대비하기 위해 심은 나무가 오동이었는데, 이유는 가구를 만드는 최상의 재료였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는 가구뿐만 아니라  소리를 전달하는 성질이 있고 울림이 좋아 예부터 거문고·비파·가야금·아쟁 같은 악기를 만드는 나무이기도 하였다.
      
오동으로 만든 아쟁과 가야금 연주와 함께 판소리가 꽃과 같이 어우러지니 '동화가'이다. 아쟁 연주가 정선겸의 아쟁산조(장구:장주영)를 시작으로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 신진원의 심청가 한 대목(고수:장주영), 가야금 명인 임성정의 가야금산조(장구:장주영)에 이어 가야금, 아쟁, 장구의 연주와 함께 어우러진 흥타령, 육자배기의 소리가 퍼지는 합주가 관객들의 흥을 최고조를 끌어올리며 마무리되었다. 끝난 후에도 여운이 짙게 남아 출연자들의 인사가 다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

대나무 숲이 있는 운치 있는 마당에 앉아 공연을 보면서 아름다운 야경과 전통음악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동안,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아내와 함께 2주 간 다닌 밀양여행의 마지막 밤에 가장 큰 추억을 쌓게 한 뜻깊은 공연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관련 기사: 사방으로 문을 낸 집, 어딜 봐도 풍경이 좋네 https://omn.kr/25mo3 ).
 
▲ 밀양 달빛풍류 9월 공연 '동화가' 360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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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밀양 '달빛풍류'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 7시 30분에 공연이 시작된다. 100명까지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공연을 본 후에는 무료로 이 운치 있는 풍류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다음 블로그에서 밀양 한달살이와 종갓집 체험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s://blog.naver.com/inmiryang


태그:#밀양달빛풍류, #밀양교동손씨고가집성촌, #고택종갓집체험, #밀양한달살이, #밀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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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과 문화에 관한 관심이 많다. 앞으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통해 한국 근대문화유산과 교육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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