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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아버지를 목놓아 불러봅니다."

10월 항쟁 유가족과 제주4.3희생자 유가족, 그리고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가창댐이 보이는 위령탑 앞에서 아버지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77년 전 먹을 것을 달라며 외친 사람들, 75년 전 두 개의 나라가 아닌 하나의 나라를 만들자라며 외치다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제주사람들,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가입했던 보도연맹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무차별 학살을 당하고, 유가족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 가창댐이 보이는 용계체육공원 내 '10월항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유령탑' 앞에 모여 위령제를 지냈다.

이번 위령제는 10월항쟁 77주기와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3주기를 위령하며 합동으로 진행되었다. 
 
10월 6일(금) 10시 30분 위령탑 앞에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 대한불교 조계종 법흥사에서 구천을 헤매는 영가들을 위한 종교의례
▲ 영가들을 위한 종교의례 10월 6일(금) 10시 30분 위령탑 앞에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 대한불교 조계종 법흥사에서 구천을 헤매는 영가들을 위한 종교의례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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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구10월항쟁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6일 오전 10시 30분 '10월항쟁·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식전 행사로 고혼무와 진혼가, 종교의례가 진행되었고, 제주4.3희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합창단은 '애기동백꽃의 노래'와 '상록수' 등을 부르며 10월 항쟁 유가족의 슬픔과 진실 규명을 통한 명예회복에 연대의 뜻을 표했다. 이어 가수 박성운의 10월항쟁 추모곡, 그리고 전통제례로 희생자의 영면을 빌었다. 
 
10월 6일(금) 11시 위령탑 앞에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제주4.3희생자유가족으로 구성된 제주 4.3평화합창단원들의 추모 공연
▲ 제주합창단 추모공연  10월 6일(금) 11시 위령탑 앞에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제주4.3희생자유가족으로 구성된 제주 4.3평화합창단원들의 추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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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위령제에는 채영희 유족회 이사장, 이재홍 대구시 행정국장,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겸 10월항쟁 유가족인 이용수 할머니,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나정태 '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이사장,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 고정훈 제주4.3유족회 영남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용계공원 위령탑 한켠에는 제주4.3 대구·영남지역 희생자 483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설치되고 제사상이 차려져 제례가 진행됐다. 
 
10월 6일(금) 12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처음으로 제주4.3희생자들의 위패가 놓여져 제례가 진행되었다.
▲ 가창댐 인근에서 희생된 제주4.3희생자 위패및 제례 10월 6일(금) 12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처음으로 제주4.3희생자들의 위패가 놓여져 제례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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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후 대구에서 일어난 첫 민중항쟁인 10월항쟁은 1946년 9월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 뒤 10월 1일 대구에서 경찰 발포로 노동자 등 2명이 숨지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이뤄졌다. 

역사학자인 김일수 박사는 2013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밝힌 조사를 인용하며 "대구 10월 항쟁은 미군정의 친일관리 고용과 무리한 식량공출 시행"이 원인이라며 "시민들의 행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을 폭도로 낙인찍어 색출하고 살벌지게 보복했다. 수많은 사람이 친일부역 경찰에 체포되어 심한 조사를 받다가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어 고초를 겪고 결국 가창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억울하게 집단 학살된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유가족에게는 배상으로 명예를 회복시켜 아픈 역사를 어루만져 보듬는 역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대구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채영희 이사장은 "긴 세월동안 가장 큰 두려움은 10월 항쟁이 잊혀지는 것이었다"라며 "힘을 모아 그해 10월 생존-자주.민주를 외치면서 국가폭력에 맞서다가 이 산천에서 뿌려진 아버지들의 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홍 대구시 행정국장은 홍준표 시장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홍 시장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10월 항쟁을 비롯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해온 유족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넋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자 2020년 10월에 위령탑을 건립하여 위령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부모의 유해를 기다리다 지쳐 직접 찾아 나섰다가 머리에 흰눈이 가득 내려 노인이 돼버린 유가족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2013년 진실화해위의 결정이후 2016년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광역시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이하 대구10월항쟁조례)'가 제정되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2020년 용계체육공원 위령탑을 설치하고 10월 21일 10월항쟁유족회와 관련 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대구시는 제막식 일주일전 전염병(COVID-19)을 이유로 연기한 후 지금까지 제막식을 추진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분노였다.

유가족들은 대구10월항쟁조례에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과 대구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와 관련된 자료의 발굴 및 수집, 평화‧인권운동 및 이와 관련된 교육과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등을 추진 하도록 규정 있음에도 대구시가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바다 건너 제주와 대전, 경산 등 전국의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참여하여 연대의 마음을 모았다.

채영희 이사장은 우리 "유가족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피눈물과 한숨으로 자랐다. 그래서 웃을 줄도 모른다"라며 "제막식을 통해 명예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최근 젊은이들과 시민단체들이 10월항쟁을 찾아주고 있어 유족들이 이제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10월 6일(금) 12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 앚은 세 유가족, 왼쪽부터  대구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채영희 이사장, 오빠가 대구10월항쟁시 희생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전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회장
▲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10월 6일(금) 12시 대구10월항쟁 77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73주기 합동위령제에 앚은 세 유가족, 왼쪽부터 대구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유족회 채영희 이사장, 오빠가 대구10월항쟁시 희생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대전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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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위령제가 끝난 후 저녁에는 '10월항쟁 77주년 행사위원회' 주최로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10월항쟁 77주년 진실규명, 명예회복, 정신계승 대구경북시도민대회'가 열렸다. 또 대구경북작가회의 10월문학제 준비위에서는 10월 7일 도나의집에서 "다시, 10월 나라를 생각한다' 10월 문학제를, '가칭 10월을 기억하는 시민모임'에서는 10월 31일까지 10월 항쟁 사진전을 도나의집에서 진행한다. 10월 21일과 11월 4일에는 대구출신 노동열사를 기리는 '대구노동자 역사 기행'과 '10월항쟁 기억길 걷기'가 진행된다.

태그:#대구10월항쟁, #가창댐, #제주4.3, #10월항쟁, #대구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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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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