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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세권 지역에 건물이 들어차 있다.
 초역세권 지역에 건물이 들어차 있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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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은 대형마트, 전통시장을 비롯한 편의 시설과 관공서 등이 도보로 이동 가능하고 교통이 편리한 초역세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과 비교하면 재건축, 재개발로 인해 눈에 띄게 주거 환경이 바뀌었다. 택지가 좀 넓은 산기슭 지역은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택지가 좁은 지하철역 근처에는 한, 두동짜리 소규모 아파트를 짓거나 오피스텔을 지어서 온 사방이 고층 건물로 들어차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져 여유 공간이 좀 있다 싶으면 기존의 건물들이 철거되고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바람에 답답해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있다.

어떤 사람은 주거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활기를 띠어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요즘 짓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도심의 지하철역 상가 인근이라도 웬만하면 20층이 넘는 고층이다. 그렇게 높은 건물을 기존의 건물 바로 옆에 바싹 붙여서 짓는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면 생활면에서 받는 불편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건물을 지을 때부터 기존의 주민들과 시공업체 간에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건물을 짓는 동안에 인근 주민들에게 주는 건축 소음과 진동, 먼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 거기다가 고층 건물이 올라감으로써 주민들의 일조권과 조망권도 침해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현수막에 써서 건물 벽에 붙이고 관할 구청이나 공사 현장 부근에서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한다. 주민들은 연일 강도를 높이면서 시위를 계속하고 담당 공무원과의 면담을 요청하거나 시공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한다. 협상을 통해 원만히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소송으로 이어져 갈등이 장기화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옆 건물에 바싹 붙여 지은 신축 주거 공간에 들어가는 입주자들의 일조권이나 조망권이 좋을 리도 없다.
  
출근 시간대에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다.
 출근 시간대에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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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완공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건물이 늘어난다고 거기에 비례해서 도로망이 확충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를 넓힐만한 여유 공간이 없으니 기껏해야 기존의 도로를 정비하는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시간낭비가 심하다. 예전에는 합류 구간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차량들이 전혀 정체 없이 1, 2분이면 자연스럽게 통과하던 거리를 요즘 한창 출퇴근 시간대에는 5~10분씩 걸린다. 차량이 많다보니 보행자들의 보행에도 불편이 따른다. 상가와 주택이 혼재한 이면도로에는 중앙선이 없고 신호등도 없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새로운 주거 지역으로 부상하는 지역에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여전히 우후죽순으로 빽빽하게 들어서고 있다. 반면에 과거에 번성했던 원도심이나 교통, 편의시설이 부족한 낙후 지역은 어떤가. 내가 사는 부산만 하더라도 한때 번창했던 원도심이나 돈 없는 서민들의 동네는 쇠퇴 일로에 있다. 원도심은 과거 높은 땅값 때문에 개발 이익이 없어서, 서민들이 많이 살던 주거 지역은 위치적으로 개발의 가치가 없어서 재개발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KBS부산 뉴스 화면 캡처, 폐가의 모습이다.
 KBS부산 뉴스 화면 캡처, 폐가의 모습이다.
ⓒ KBS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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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원도심이었던 동구가 올해 지역의 공·폐가를 조사한 현황에 따르면 공·폐가가 1232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런 공·폐가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도 한다. 공가나 폐가는 도시 미관상으로나,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다. 또한 이런 지역은 관리의 허점 때문에 안전과 방범의 사각지대로 범죄의 위험성도 크다.

같은 도시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개발과 관리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 한 쪽에서는 지나친 개발로 인해 건물 안에서는 빌딩숲에 가려 푸른 하늘 보기도 어렵고, 햇빛 구경도 힘들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예전 건물이 낡고 방치되어 도시 미관을 해치며 우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개발이 지나친 지역도 문제고, 개발과 정비가 제대로 안되는 지역도 문제다. 이런 기형적이고 불균형적인 개발은 도시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개인의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지역 행정을 담당하는 지방 정부에서는 도시 개발의 문제를 법적인 잣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적인 측면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태그:#도시개발, #초역세권, #주민갈등, #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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