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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더보기 사회통합 토크콘서트 현장, 초상권보호 차원에서 모자이크처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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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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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더보기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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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는 지난 23일 '남북더보기' 사회통합 토크콘서트 '군인' 편을 개최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의 직업관과 애환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통일부는 남북한 직업세계를 통해 북한 실상을 이해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이번 토크콘서트에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복무 중인 현역 장교와 북한 국경경비대 출신 중대장이 초대됐다. 여기에는 시민들뿐 아니라 탈북민,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참석했다.
     
2020년 입대한 김철수(가명) 중위 집안은 3대(할아버지는 중령, 아버지는 중위로 제대)가 장교로 복무했다. 그는 현재 공군사관학교를 지키는 군사경찰(과거 헌병대) 대대 방어중대장(과거 경비중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북한 군자동화대학을 졸업하고 경비대군관학교를 거친 박영남(가명) 중대장은 2016년까지 국경경비대 장교로 복무했다. 본래 경찰이 되고 싶었던 그는 아버지가 뒷바라지를 못한다고 해서 군인을 지원했다. 북에서는 경찰이 군인보다 진출하기 힘들고 파워가 더 세다는 대목이다.  
    
김 중위는 젊은 나이(28세)에 100여 명의 부대원을 지휘하는 것에 긍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에서도 유리할 것이라 믿는 그는 특히 훈련과 행사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해 병사들이 잠자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사를 관리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동기와 선임과 갈등할 때도 있다. 특히 기지를 경계하는 임무이기에 출입자 관리와 외부인 사진촬영에 민감하다고 한다.
    
이날 토크에서는 북한 출신의 박 중대장에게 주로 시선이 쏠렸다. 북한 군인에 대한 실상이 그만큼 궁금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경경비대에 근무한 박 중대장은 "선군정치를 강조한 김정일이 있을 때 군복 입은 사람들을 범접하지 못했는데 이때가 긍지가 가장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1996년 함경도 영변지역에서 탈북이 많았으며 국경을 넘는 사람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탈북민을 잡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박 중대장은 "2009년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김정일과 당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지고 북한 군인들은 각자도생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국가를 지키는 긍지와 자부심도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경비대도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무기를 가지고 중국으로 넘어가 약탈하거나 밀수를 도우며 몰래 장사하면서 살아간다"라고 폭로했다.  
    
식량난은 너무도 심각하다. 박 중대장은 장교가 된 후로는 배를 골지 않았지만 하전사로 보낸 2년은 배고픈 시절이라 말했다. 하전사들은 도둑질 해서라도 연명해야 하는데 땅을 바라보고 다닐 정도라 했다. 박 중대장은 "하전사 시절 산나물을 채취하다 허기를 달래려 진달래를 취할 정도로 먹어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  
   
북한에서 장교는 보기보다 힘이 없다고 한다. 중대장과 대대장은 당 책임자나 보위 정치 지도원들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지도원끼리 주도권 싸움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 그는 "북한의 군인들은 코꿴 송아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훈련은 동계훈련과 하계훈련이 있는데 삼백리, 삼일, 주말행군등으로 훈련이 무척 세다고 한다. 박 중대장은 "물집은 기본이고 발목과 무릎에서 뼈 깎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고통을 심하게 겪었다"고 말했다. 주말과 휴일도 쉴 수 없다. 토요일에는 당 정치학습과 생활총화를 갖는다. 일요일에도 소대와 중대별로 자체 조달하기 위한 콩, 옥수수, 채소 재배 등으로 바빠 휴식은 거의 없다고 한다.
     
북한은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총을 못쓴다는 이유로 선발하지 않는다. 안경 쓴 군인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도 우리와 비슷한 민간인 군무원들이 있다. 탱크 수리원과 운전원 등 특수 직종은 늦게 제대시키거나 제대 후에도 복무하고 있다.
     
한편 플로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탈북인은 김 중위에게 한국군에서 벌어지는 탈영과 자살문제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압과 얼차려, 탈영은 이제는 거의 없으며, 자살은 군과 전문가, 부모까지 합심해 불미스러운 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로 집중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북한군의 사기가 어떤지 구체적인 사례와 실제 경험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중대장은 "북은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도생하는 형편이며 군 사기문제조차 거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군의 핸드폰 사용문제에 대한 질의에 김 중대장은 "시범부대를 통해 소통이 강화돼 부대원 마찰과 부조리가 사라지고 괴롭힘과 따돌림이 없어지는 등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군의 복지는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장교의 미래는 어둡다는 주장도 나왔다. 병사 월급이 오르는 대신 상대적으로 불리한 장교들의 처우는 지휘관 부족으로 연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 중대장은 "실제로 직제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위가 중대장을 맡는 육군과 달리 공군은 장교가 부족해 소위, 중위가 중대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루 만원(주말은 2만 원)에 불과한 당직비 인상도 시급한 사안으로 지적됐다.
     
북한 군대에는 회식문화 자체가 없다. 박 중대장은 "망년회 때 장교들끼리 식당과 집에 모여 술과 가라오케를 즐기는 편이다"라고 증언했다. 매스컴을 통해 간부들이 김정은의 지시를 일일이 메모하는 모습은 북에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녹음할 수 없는 대신 메모를 강요하고 있으며 하지 않을 경우 불손하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두 장교의 이야기는 사뭇 다른 직업을 보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군에 몸담은 긍지와 자부심에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중대장은 "군에서 아버지에 이어 장교로서 복무하는 것이 영광이며 지금까지 후회한 적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한 박 중대장은 "내세 다시 태어나면 한국에서 장교생활 다시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태그:#남북더보기, #통일부남북통합문화센터, #사회통합토크콘서트, #군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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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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