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강원제주

포토뉴스

옛부터 시인, 묵객들은 달을 찾아 나섰다. 강릉 경포대처럼 많은 시를 남기고 다양하게 묘사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을 듯싶다.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과 "술잔에 비친 달"을 지금은 찾을 수가 없지만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남아 있을 이곳만의 달이다. 
 
하늘과 잔잔한호수(2023/9/26) ⓒ 진재중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경포대를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 했다. 경포대에 저녁이 되어 달빛이 쏟아지면 하늘의 달, 호수에 비친 달,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을 볼 수 있는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라고 했다.

지금은 하늘의 달과 바다에 비친 달은 쉽게 볼 수 있지만 호수에 비친 달은 달이 뜨는 동해안 바닷가 건축에 가려 옛 정취를 느낄 수가 없다. 술잔에 비친 달과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은 달을 찾아나선 시인, 묵객들의 시어에서만 찾을 수 있다.
      
경포 앞바다에 뜬달(2023/9/30) ⓒ 박종빈
 
경포대에 뜬 달은 이태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소환한다.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마신다. 술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송강 정철이 노래한 "님의 눈동자에 뜬 달"과 "술잔에 비친 달"을 더 잘 묘사한 시라 할 수 있겠다.
 
경포 호수 안에는 달빛을 상징하는 정자가 있다. 월파정이다. 지금은 철새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더 알려져 있지만 경포 호수에 비친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것에 비유하여 지어진 팔각 누정을 1958년 기해생(己亥生) 동갑계원 28명이 건립하였다. 

경포대가 달을 감상하기에 좋은 정자라면 월파정은 호수 한가운데서 호수에 비친 달과 대관령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정자라 하겠다.
 
월파정, 경포호수안에 있는 팔각누정으로 1958년 기해생 동갑생들이 건립 ⓒ 진재중
 
경포호를 둘러싸고 금란정, 방해정, 해운정 등 12개의 정자가 들어섰다. 그중 대표적인 정자가 경포대(鏡浦臺)이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예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다녀간 명승지로서 명사들의 수많은 시·서·화가 있어 역사 문화경관적 가치가 높다.

경포대(鏡浦臺)는 조선시대 송강 정철의 '관동팔경' 등 지역 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시인 묵객들이 경포대를 찾아 자연 풍광을 음미하며 학문을 닦고 마음을 수양했던 유서 깊은 장소이다.

정자 안에는 율곡 이이가 지었다는 '경포대부(鏡浦臺賦)'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한 누각이 호수에 임하여 마치 발돋움 자세로 날 듯하다. 비단 창문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누대의 단청엔 아침 햇빛 비춰주네. 아래로는 땅이 아득하다. 하늘은 유유하여 더욱 멀고 달은 교교하여 빛을 더하더라." 율곡 이이도 10세 때에 경포대의 달을 시어로 담았음을 알 수 있다.
 
호수에서 본 경포대(2023/9/26) ⓒ 진재중
  
영조 22년(1746년) 김상성(金尙星, 1703~1755)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화원들에게 강원도 절경을 그리게 한 후 친한 사람들에게 시를 지어 완성한 작품이 관동십경(關東十景)이다. 그 중의 경포대 그림은 경포대와 경호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부감법으로 그린 것이다.

초당과 경포대 뒤쪽에는 소나무 사이로 꽃들이 만발하여 봄날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으며, 멀리 강문 너머로 보이는 동해에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돛단배를 그리고 있다.
 
경포대에서 본 경포호수와 동해바다(2023/9/26) ⓒ 진재중

경포대 아래에는 달과 돛단배를 형상화한 노래비가 있다. 사공의 노래비다. 사공의 노래비는 함효영(咸孝英) 작사가의 차남 함태헌(咸泰憲)씨가 강릉을 남달리 생각했던 지인들과 함께 그의 예술혼과 맑은 인품을 기리고자 2001년에 호수 안에 세웠다.

노래비에는 "강릉을 상징하는 경포 호수에 또 하나의 달을 맞는 배의 모습으로 이 노래비를 띄운다"라고 되어 있다. 가사 속에 담겨있는 돛단배와 노 젓는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하기 위해 배는 물에 썩지 않는 철 구조물로 제작했고 두둥실 떠 있는 달은 대리석으로 보름달을 그대로 형상화했다.

달빛을 실은 배처럼 경포호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그의 노랫말은 오래토록 사랑을 받을 것이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맞으러 강릉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사공의 노래비, 함효영작사가의 뜻을 기리기위해 건립 ⓒ 진재중
 
경포호는 바다와 이어지는 넓이 38만 평의 자연호수로, 바다와 맞닿은 도로가 있으며, 특히 겨울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해서 자연과 전통문화가 함께 있는 이상적인 휴양지이다.

경포 호수 그 자체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잘 가꾸어 놓은 산책로와 각양각색의 꽃, 식물 등이 경포의 달과 잘 어우러져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고 강릉 시민들의 휴양지 역할도 하고 있다.
 
경포습지와 호수(2023/9/26) ⓒ 진재중
 
현재 경포습지에는 가시연꽃, 각시수련, 순채, 갯봄맞이 멸종 위기종 24종과 천연기념물 18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외에도 삵, 수달과 같은 포유류를 비롯하여 가물치, 잉어와 같은 어류 및 가시연, 조름나물, 노랑어리연, 물질경이, 붕어마름과 같은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또한, 경포호는 겨울과 여름에는 철새들의 종착지이며, 수많은 텃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본 경포습지(2023/9/26) ⓒ 진재중
    
습지에 조성된 연꽃(2023/9/26) ⓒ 진재중
 
경포대 일원에 1000개의 달빛이 켜진다.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훈민정음으로 빛나는 천 개의 달빛'을 주제로 '2023 경포 등축제'가 열리는 것. 8개 테마 2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과 "술잔에 비친 달"을 찾아 나서는 즐거움을 경포호에서 만나보기 바란다.
 
강릉시내와 경포호수, 바다가 한눔에 들어온다(드론촬영.2023/9/25) ⓒ 진재중
태그:#경포호수, #경포대, #다섯개의 달, #해운정, #홍장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물에 걸리지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