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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과 오광수 위원장이 지난 2010년 2월 19일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동시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패는 현재 오광수 위원장쪽에 놓여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과 오광수 위원장이 지난 2010년 2월 19일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동시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패는 현재 오광수 위원장쪽에 놓여 있다.
ⓒ 남소연
 
"축하드린다. 내 나이 조금 있으면 80인데 축하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유인촌의 귀환'을 묻는 질문에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1946년생)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자신을 잘라낸 유인촌씨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장관 후보자로 등장한 것에 되레 덕담을 남긴 것이다. 

마음의 폭이 넓어진 김 전 위원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그리고 유인촌 후보자의 장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진짜 문제가 컸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일의 재발을 막는 게 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이른바 '윤석열차 사건'을 두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나 인물을) 콕 찍어 (예산을 깎는 등)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할 말이 없다"면서도 "통 크게 좀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퇴 종용부터 해임, 대법원 승소까지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시절, 전 정부에서 임명된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 압박을 했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블랙리스트 의혹 유인촌, 인사청문회 말고 검찰에 가야" https://omn.kr/25nns)

김 전 위원장은 당시 해임 처분을 당한 산하 기관장 중 한 명이다. 2008년 2월 말 문체부 장관 임기를 시작한 유 후보자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12일 소위 '친노(친노무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3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과 김윤수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유 후보자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 후보자가)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으로 나랑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겨냥했는데, 그래 놓고는 미안했는지 나한테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더라. 그때 '(자신의) 표현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이런 식의 말을 했었다. 하지만 위원장은 임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사과를 받았다고 해서 자진해서 (위원장을) 관둘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임기 동안 열심히 하겠다' 결심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2008년 11월에 사퇴 압박을 받은 일도 회상했다.

"(김장실) 문체부 차관이 나랑 김윤수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차관실로 불렀다. 그때 우리에게 '유인촌 장관의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11월 말까지 (사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는데, 내가 굉장히 화를 버럭버럭 냈다."

2008년 12월 5일 김 전 위원장은 해임됐다. 하지만 그는 2010년 1월 26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해임 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낸 뒤 2월 1일부터 출근을 재개했다. 후임으로 임명된 오광수 위원장이 근무하고 있었던 터라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가 벌어졌다.

"2기 위원들 10명이 '위원장 해임 청원서'를 만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나와도) 한 식구였는데 그렇게 (할 수 있나). 나중에 위원회에 들어가서 (해임 청원서를) 읽으며 '누가 만들었냐'라고 소리를 쳤는데, 누가 나서겠나. (후임으로 임명돼 근무 중이던) 오광수 당시 위원장부터 쫙 둘러 앉아있는데... 큰소리 한 번 치고 끝난 거지."

2010년 12월 대법원도 결국 김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문체부가 단행한 '무리한 표적 인사'의 위법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손가락 말고 달 보라... 예술·인문학 전반 집중해야"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내고 출근을 시도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 2월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층 위원장실로 출근하지 못한 채, 옆 건물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에 별도로 마련된 '위원장실'로 출근했다.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내고 출근을 시도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 2월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층 위원장실로 출근하지 못한 채, 옆 건물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에 별도로 마련된 '위원장실'로 출근했다.
ⓒ 권우성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나 같은 사람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진짜 문제가 컸다. 그러니까 (유 후보자는) 장관 되는 사람으로서 (블랙리스트 사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끝으로 김 전 위원장은 "유인촌이 문체부 장관이 되는 걸 축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전반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며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했다.

"중차대한 문체부 장관 역할을 훌륭히 해낼지 적합성 여부는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그간 문화와 관련 정책을 고민해 온 입장에서 한 마디 보탠다. 지금은 결과에 급급한 나머지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달은 못 보는 현실이다. K-POP 등 산업 차원의 관점에서 문화 산업에 집중하는 것도 좋으나, 예술과 인문학 전반에 집중하는 정책적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문화적 다양성이 꽃피우고 그 안에서도 산업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편,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5일 진행된다.
 

태그:#김정헌, #유인촌, #문체부, #문체부 장관, #한 지붕 두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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