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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인간관계가 힘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함께 살아 보니 다툼은 운명이었다. 한동안은 내 성격이 이상한 건가 괴로워했다. 솔직히 내 성격도 좀 얄궂긴 했다. 잠언에는 다투는 여인을 이어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고 표현한다. 뜨악하여 고민이 깊어졌다.

건강한 다툼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 물러섬이 없다' 했다. 나를 알려면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지혜롭게 말하고 행동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책상앞에서 찍은 책 사진
▲ 책 책상앞에서 찍은 책 사진
ⓒ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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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전한 사람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추천받았다. <따귀 맞은 영혼>, <미움받을 용기> 등 심리학 서적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책은 취미로 끌리는 제목을 따라 감각적으로 읽었는데 추천받은 책들은 다름이 있었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나를 이해하게 했다. <인간관계론>, <명심보감>, <관계>, <비폭력 대화>, <말 그릇> 등 인간관계와 말하기 관련 책을 사서 읽었다.

<비폭력 대화>에서 마셜 B 로젠버그는 말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모른다는 인식 부족은 자신의 좌절감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숱한 날, 감정이 오르내리며 괴로웠던 이유를 알았다. 작은 말에도 불같이 화를 낸 건 공감과 사랑, 인정과 격려, 위로가 필요해서였다.

"사람들과 연결되려면 일단 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대화 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김윤나 <말 그릇>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내면과 소통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거야' 대신 나의 실패와 실수, 약함을 받아들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오해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나갔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어갔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마음이 힘든 것 같아. 내 말에 그저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말해줬으면 좋겠어" 같은 '나 전달법'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효과가 있었다.

원망과 불평, 탓을 할 때는 든든히 서지 못했는데 좋은 말 습관은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게 했다. 나의 감정, 느낌, 욕구를 표현하는 말하기는 꾸준히 연습해 습관으로 이어졌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책 읽고 좋은 점을 적용하며 살아가니 책을 잘 읽지 않는 남편도 책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갔다. 남편은 이따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들여다보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 읽었다. 물론 졸기가 다반사였지만. 자연스럽게 대화는 좀 더 많아졌고 다툼은 줄어들었다.

소셜미디어를 보는 시간이 줄었고 집안 분위기가 바뀌어 갔다. 말을 제대로 전달하니 내 의견 대부분을 존중받았다. 아이들에게 불편한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독서를 통한 변화는 부부관계를 넘어 자녀와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들은 등하교 때 차 안에서 나누었던 책 관련 대화가 인상 깊었는지 어느 날부터 책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생인 아들은 서점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서가를 서성이다 마치 무엇이 된 양 덩치를 키우고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코스모스> 같은 두꺼운 책을 고른다. 거드름피우는 모습이 우습기는 해도 그런들 어떠하리. 책을 고르는 중학생이 대견해서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사회주의가 더 궁금해졌다" 말하는 내게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큰딸아이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1984>,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독서 습관이 좋게 든 큰딸은 책 읽기를 힘들어 하는 동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가 가족간 대화 단절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녀가 디지털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다고 푸념을 한다. 나는 어떠한가 한번 돌아보자. 퇴근하고 들어온 배우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연신 소셜미디어만 보지는 않았는지.

스트레스받는 일을 잊고 싶어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외면한 시간, 다투지 않으려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할 일을 한답시고 유튜브를 보다가 잠든 밤, 알아서 잘하겠거니 흘려보낸 날들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자녀의 이야기에 눈 맞추고 공감해 준 것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책 읽기를 해보자. 좋은 독서는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게 해준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마음이 편안하고 스트레스를 잘 다룬다. 그런 사람은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진다. 내면이 깊어져 넉넉해진 사람은 누구라도 곁에 와 머물 수 있게 해주고 인간관계에 유연성을 발휘한다. 흔들리는 불안한 관계가 있더라도 개선될 것이다.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어 적용하는 일은 기쁨이 있다. 독서를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는 독서 덕분에 직업이 생기고, 꿈이 생기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얻고 무엇보다 내면이 아름다워진다.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자신을 알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자. 미래의 빛나는 삶을 위해 현재를 오롯이 살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책 읽기다. 가을에는 책을 읽자.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책, #독서, #인간관계, #자존감, #내면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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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상담 자원봉사를 합니다. 블로그에 북리뷰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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