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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이 일곱이 진흙색 일복 입고 두 무릎 꿇고 앉아 주님께 기도할 때,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8월 9일 제78주년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린 은평구청 은평홀은 은평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르는 '8호 감방의 노래'로 가득 채워졌다. 합창단원들은 1919년 3·1 독립운동을 재현하듯 검정치마에 흰저고리를 입고 태극기를 들었고 기념행사에 참석한 보훈단체 회원과 참석자들은 조용히 공연을 지켜보며 노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합창단이 부른 '8호 감방의 노래'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노랫말 첫 소절에 등장하는 '전중이'는 징역살이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전중이 일곱'은 유관순, 권애라 등 3·1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된 7명의 독립운동가를 가리킨다. 

이들은 감옥에 갇혀서도 독립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지키며 노래를 불렀다. 오랜 시간 잊혀 졌던 노래는 당시 수감됐던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가 기록으로 남겨둔 가사를 공개하면서 알려졌고 노래는 새롭게 재탄생됐다. 
 
은평의 독립운동가 권애라 지사
 은평의 독립운동가 권애라 지사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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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감방의 노래'가 더 뜻 깊은 건 바로 서울 은평에서 생을 마감한 권애라 독립운동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권애라 지사는 1919년 3월 3일 독립가와 독립만세를 부르며 개성에서 첫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됐다. 

이 방에는 천안 시위를 주도한 이화학당 후배 유관순, 수원 기생시위를 주도한 김향화 등이 같이 있었다. 권지사는 감방에서 감향화에게 '개성난봉가', '평양 수심가'등의 노래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감옥에서 고통 받는 동료들에게 노래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호 감방의 노래'는 당시 8호 감옥에 수감된 이들이 감옥에서 만들어 부른 노래로 2019년 한국일보의 '다시 부르는 삼월의 노래' 프로젝트로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노래는 당시 불리던 '선죽교 피다리' 노래에 권애라 지사가 개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념식에서는 불광동에 조성된 '권애라로'에 대한 소개도 영상으로 전해졌다. 기념식을 찾은 권애라 지사의 후손은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광복회 은평지회 이준우 지회장은 기념 축사를 통해 "8.15 광복절은 온 국민이 염원했던 축제의 날로 이날이 있기까지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은평구에는 선열들의 후손이 약 130여 세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생활하고 있다. 은평구청과 함께 후손들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 이바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패와 표창장 수여 (사진제공 : 은평구청)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패와 표창장 수여 (사진제공 : 은평구청)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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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식의 주인공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패와 표창장도 수여됐다. 단체표창으로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등 모범 보훈단체 4개 지회가 표창장을 받았다. 표창장을 받은 단체들은 거리질서 확립, 코로나 19 방역, 불광천 정화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모범 국가유공자 23명에게도 감사패와 표창장 수여도 진행됐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축사를 통해 "조국의 자주 독립을 이루게 한 선열과 애국지사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순국선열들의 추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025년까지 독립운동가 기념회를 건립할 계획"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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