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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추모의 조화들이 수백개씩 세워져 숨진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추모의 조화들이 수백개씩 세워져 숨진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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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강남역 5번 출구부터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까지 가는 약 700미터의 길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추모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S초등학교로 가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수심과 슬픔으로 가득찼다.

S초등학교는 정문을 기점으로 양쪽 담벼락을 따라 거의 수백 개의 조화가 학교를 감싸 안았다. 세워둘 자리가 부족해 인도 양측으로 조화를 세워둔 구간도 있었다. 온통 애도의 꽃으로 둘러쌓인 이 모습은 숨진 젊은 이 학교 교사의 고통을 안아주는 듯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조화를 따라 학교로 향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고, 학교에 채 도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메모지에 깨알같이 적힌 추모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기도 했다.

S초등학교 정문은 더 비통한 적막이 흘렀다. 차마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문 밖에서 연상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추모객이 숨진 교사를 애도하는 추모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끊이지 않는 눈물 행렬 한 추모객이 숨진 교사를 애도하는 추모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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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에게 차마 심정을 물어보기 어려운 비통함이 학교 곳곳을 휘감았다. 추모객들에게 심정을 물어보는 것이 되레 죄스러움마저 드는 숨막힘 때문에 이들의 슬픔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취재차 이 학교를 방문한 여러 언론사 기자들도 마찬가지로 쉽사리 인터뷰를 하지 못 하고 한동안 추모객들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해도 거절하는 추모객들도 적지 않았다. 취재하는 기자들도, 추모하는 동료 교사들과 시민들도 참담한 심정은 매한가지였다.

사람들은 학교 안 교실밖 담벼락에 붙은 추모의 메모지 글을 마치 하나하나 모두 읽어내려가는 것 같았다. 마치 정지화면을 보는 듯했다. 어떤 사람들은 주저앉아 한동한 멍하니 벽을 바라봤고 또 어떤 사람들은 메모지를 들고 한동안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몰라 멍하니 기막혀 하는 모습이었다.
 
추모객들이 숨진 S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포스트잍에 적힘 글들을 바라본며 애통해 했다.
 추모객들이 숨진 S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포스트잍에 적힘 글들을 바라본며 애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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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이 학교 교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추모객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 교사의 죽음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메모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 넣는 모습에 마음이 더 아팠다.

어렵게 한 추모객에게 오늘 학교를 방문한 배경을 물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아무개(28) 교사는 심정을 묻는 기자의 말에 참았던 것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웠으면 자신이 일하는 일하는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겠어요. 너무 슬프고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안타깝습니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그 심정,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한 초등학생이 메모지에 숨진 S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벽에 붙이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메모지에 숨진 S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벽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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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학부모(이 학교 학부모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라고 말한 박아무개씨(43)는 "언론을 통해 들으니 학부모들의 갑질이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도대체 어떤 학부모들이 그렇게 갑질을 하는 것인지 어이가 없는 심정이다. 돌아가신 교사분도 누구의 소중한 자녀일 텐데 자기 자식 귀한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줄도 알아야지 교사 알길 뭣처럼 아는 세태가 참 기가 막히다"라며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는 "나도 할 말이 있는데 해도 되냐"고 물어왔다. 말씀해 달라고 하니 "예전에는 선생님이라고 하면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학부모가 괴롭히고 심지어 선생님을 때리고 이래도 되냐, 말세다"라며 혀를 찼다.

학교 운동장에는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상담버스'가 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자가 지켜 본 3시간동안 이 자리에서 눈물과 비통함으로 뒤섞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S초등학교 정문앞에 전국 초등학교 교사 일동 명의로 22일(토) 오후 2시부터 서울 보신각앞에서 ‘추모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 안내문’이 붙었다.
 S초등학교 정문앞에 전국 초등학교 교사 일동 명의로 22일(토) 오후 2시부터 서울 보신각앞에서 ‘추모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 안내문’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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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앞에는 전국 초등학교 교사 일동 명의로 토요일인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리는 '추모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 안내문이 붙었다. "해당 집회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한채 운영되니 목적과 다른 의도로 참여하시는 분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었다.

아직 이 교사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추모객들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이 학교 교사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상 규명 요구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 젊은 교사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무얼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가 이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회적 타살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진 않을까.

교사의 꿈을 활짝 펼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이 교사의 죽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그 원인이라며 정파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모습은 참담함을 줄 뿐이다. 

태그:#교권, #초등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 #학부모 갑질, #추모객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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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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