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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오롯이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인천 오감 만족 레시피. '사그작 사그작', '바지락 바지락' 고요한 바다의 벌판에서 맛있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이번 요리의 주인공은 탱글탱글한 속살에 짭조름한 바다의 풍미가 꽉 들어찬 영흥도 바지락. 그 섬 ‘하늘가든’의 허복순 대표가 시원 칼칼한 ‘바지락 고추장찌개’로 정성스럽게 끓여 선보인다.[기자말]
어머니의 섬, 영흥도에서 자란 바지락
 어머니의 섬, 영흥도에서 자란 바지락
ⓒ 전재천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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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섬, 영흥도.
평생 차디찬 바람 맞으며 갯벌에 뒤엉켜 살아왔다.
호미 하나 들고 자식들 키워냈다.

다리가 놓이고, 발전소가 세워지고,
뭍사람이 밀려들면서 풍요롭던 바다가 달라져 간다.
하나 섬사람들은 오늘도 그 바다와 맞닿아 살아간다.

사그작 사그작, 희망을 캐는 소리
 
사그작 사그작, 바지락 바지락. 호미와 바지락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온다.
 사그작 사그작, 바지락 바지락. 호미와 바지락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온다.
ⓒ 류창현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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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바다의 벌판, 세상은 고요하다. '사그작 사그작', '바지락 바지락'. 호미와 바지락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온다. 이른 아침부터 바다에 나간 어머니의 망태기가 어느덧 두둑이 채워져 간다. '고맙다, 먹고살게 해줘서.' 진흙투성이가 된 주름진 얼굴에 말간 미소가 번진다.

영흥도는 섬이다.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쉬이 다다를 수 있어도, 섬은 섬이다. 그 시절 섬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연안부두에서 배 타고 큰 시곗바늘이 한 바퀴는 돌아야 닿을 수 있었다. 섬은 풍요로웠다. 멀리 나가지 않고 바닷가에서 그물만 던져도 농어며 광어, 우럭 등 온갖 바다의 산물이 척척 걸려들었다.

영흥도 사람들은 평생 그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살았다. 갯것도 지천이었다. 물때만 맞으면 새벽이고 밤이고 바다로 나가 호미질을 했다. 허리가 굽고 주름살 패도록, 차디찬 바닷바람 맞으며 갯벌에 뒤엉켜 살았다.

바다가 그저 내어주는 먹거리가 아니다. 바지락은 모래와 자갈, 개흙이 뒤섞인 서해안 일대, 인천에서는 영흥도에서 많이 나고 자란다.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는 고된 성장 과정을 거친 후에야 바다의 풍미를 꽉 채운다. 모진 바람과 햇살, 물살을 받아들이고 견뎌낼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영흥도에서 나는 바지락은 크기는 작아도 살이 꽉 차 있고 단맛이 나며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다. 그러니 멀리 바다 건너 일본 사람들 밥상에까지 척척 올랐으리라.

바다와 섬에 다리가 놓이고, 발전소가 세워지고, 뭍사람이 밀려들었다. 바람, 물결, 조석이 바뀌면서 갯벌이 사라져간다. 호미 하나 들고 자식들 키워내던 시절은 끝났다. 그런데도 섬사람들은 바다와 맞닿아 살아갈 것이다. 자연에 빚지며 살아가는 것을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집에서도 즐기는 '백년' 섬의 맛
 
허복순 하늘가든 대표와 사위 안대영씨
 허복순 하늘가든 대표와 사위 안대영씨
ⓒ 전재천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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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이 끊겨 발목 잡힌 거지, 뭐. '길용이' 색싯감 왔다고 온 동네가 떠들썩했어요."

지난 세월을 떠올리는 할머니 얼굴이 바다 물결처럼 푸르다. 허복순(68) 하늘가든  대표는 스물아홉 살에 인천의 명동 신포동에서 영흥도로 시집왔다. 양장을 곱게 차려입고 시커먼 뱃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엔진 소리로 뒤엉킨 선내에 숨어 꼬박 선 채로 바다를 건너왔다.

그때도 지금도, 그의 마음을 붙잡은 건 바다다. 처음엔 수평선 너머 세상만 그리다 언제부터인가 바다가 좋아졌다. "눈 감으면 바지락이 꾸물거리는 거예요. 아, 내가 여기서 살려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시간이 어느덧 40여 년이다. "돌아보면 참 재밌게 살았어요."

하늘가든은 30여 년 맛의 역사를 쓴 옹진군 1호 '백년가게'다. "재료는 신선하고, 음식은 정직하게 만들어야 해요." 바다 건너 육지에도 소문난, 섬 아낙 손맛의 비결이다. 바지락을 담뿍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는 고추장찌개 맛이 특히 일품.

시어머니께서 바지락에 채소와 고추장을 넣어 볶아 드시는 걸 보고, 국물을 더해 자글자글 끓이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이 집을 시작으로 고추장찌개 끓이는 냄새가 온 동네에 그득 들어찼다.

싱싱한 바지락에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은 육수,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풀어 시원 칼칼하게 끓인 한 그릇이면, 가슴속까지 든든하다. 사위 안대영(38)씨가 최근 밀키트로 개발해 집에서도 백년 섬의 맛을 즐길 수 있어 반갑다.

▶ 하늘가든 1994 032-886-3916
 
싱싱한 영흥도 바지락을 담뿍 넣고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은 육수에 고추장을 풀어 시원 칼칼하게 끓인 한 그릇, 가슴속까지 든든하다.
 싱싱한 영흥도 바지락을 담뿍 넣고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은 육수에 고추장을 풀어 시원 칼칼하게 끓인 한 그릇, 가슴속까지 든든하다.
ⓒ 전재천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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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고추장찌개 레시피
 
바지락 고추장찌개 재료
 바지락 고추장찌개 재료
ⓒ 전재천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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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바지락 100g, 양파 100g, 애호박 70g, 다진 마늘 5g, 대파 15g, 팽이버섯 20g, 수제비 40g, 육수 400ml

유명 셰프가 만든 음식도,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마음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맛. '시민 셰프'를 위한 '인천 오감 레시피'. 이번 요리는 영흥도 갯벌에서 캐낸 바지락을 담뿍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낸 '바지락 고추장찌개'다.

바다 너머 육지까지 입소문이 난 '하늘가든' 허복순 대표의 야무진 손맛으로 완성했다. 정성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담은 요리로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채우자.
바지락 고추장찌개 만드는 방법
 바지락 고추장찌개 만드는 방법
ⓒ 전재천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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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① 애호박은 씨 부분은 제외하고 사방 2cm 크기로 썬다.
② 양파는 사방 3cm 크기로 썬다.
③ 대파는 송송 썰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④ 밀가루를 치대 수제비 반죽을 만든다.
⑤ 냄비에 손질한 애호박과 양파, 분량의 바지락을 넣은 뒤 비법 육수를 부어 끓인다.
⑥ ⑤가 한소끔 끓으면 수제비를 떠 넣는다.
⑦ 다진 마늘, 대파, 팽이버섯을 넣은 다음 수제비가 떠오를 때까지 끓여 낸다.

'시민 셰프'를 위한 바지락 요리 Tip

조개 하면 단연 '바지락'. 백합과에 속하는 바지락은 특유의 감칠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영흥도 바지락은 일본에 꾸준히 수출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밀물과 썰물이 활발히 들락거리고,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자라 크기는 작아도 살이 꽉 들어차 있다.

국물 맛이 유독 시원하면서도 풍미가 깊다. 갓 캐낸 바지락은 무침이나 전, 죽 등 어떤 요리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껍데기가 깨지지 않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은 바지락. 여름 산란기를 피해, 제철 바지락을 해감한 후 밀봉해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는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요리 허복순 영흥도 '하늘가든' 대표│스타일링 강지인


▶ 취재영상 보기 (https://youtu.be/zAskYBTZOmI)
 
영흥도 '바지락 고추장찌개' 유튜브 섬네일
 영흥도 '바지락 고추장찌개' 유튜브 섬네일
ⓒ 굿모닝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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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흥도, #바지락, #바지락 고추장 찌개,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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