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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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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퀴어축제에 대한 대구경찰의 대응과 관련하여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대구경찰청장을) 파면했을 것"이라며 자치경찰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존재감 없던 자치경찰제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자치경찰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의미있는 시사점을 준다. 특히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자치경찰제 이원화 시범실시 방안을 논의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첫째,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시 (완전한 또는 이원화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치경찰은 사실상 지자체장의 사병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경계가 어김없이 제기되었다. 그러한 우려와 경계는 사실 자치경찰사무는 있으나 그 사무를 국가경찰공무원이 수행하도록 하는, 현재 시행 중인 불완전한(또는 과도기적) 자치경찰제의 탄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시시각각 변하는 치안현장에서는 신속한 판단과 지휘·감독이 그 어느 곳에서보다 필요함에도, 7명의 위원이 (시간이 소요되는) 심의·의결을 통하여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 제도를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즉각적인 지휘·감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등 지역정치권력과 (자치)경찰 간 (부당한) 개입과 영향력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그로 인해 시도지사에게 지역치안에 대한 재정적 부담 등 책임만 지우고 그에 상응하는 자치경찰 인사 및 지휘·감독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지역주의 폐해가 심한 현실 여건에서 (자치)경찰에 대한 지역정치세력의 영향력 증대로 인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약화 및 상호 유착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등 선출직 공직자가 지역권력 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면서 정책추진과 예산배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또 지방공무원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권을 통해 관료집단을 종속시켜 놓음으로써 지역권력 구조를 지배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구시장의 발언은 그동안의 우려가 '우려'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자치경찰제 이원화가 되더라도 시도지사의 권한을 대신하여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경찰의 정치화의 위험에 빠지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홍준표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사건과 관련한 대구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깡패', '보복수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현행 자치경찰제에서는 학교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및 교통사고와 관련한 수사를 자치경찰사무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수사는 국가경찰사무다.

자치경찰사무에 해당하는 수사의 경우 그에 대한 지휘·감독은 자치경찰위원회가 아니라 국가수사본부장의 영역이다. 입법과정에서 자치경찰위원회의 부당한 수사개입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개별사건에 대한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체적 지휘·감독권을 배제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치경찰제 이원화가 되면, 자치경찰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그 지휘·감독권을 자치경찰위원회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홍준표 시장의 발언이 계속 귓전에 맴돈다. 자치경찰제 이원화는 국가경찰로부터 분리된(이원화된) 자치경찰이 수사권을 보유한 채 시도지사 소속으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이 과연 시도지사와 관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시도지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더라도 인사권 등을 통한 간접적인 개입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때문에 자치경찰 스스로 수사권을 행사하는데 주저할 수 있음도 역사적 경험으로 예견할 수 있다. 시도지사는 물론 자치경찰위원회를 견제하는 기구로서 지방의원은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자치경찰이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자치경찰의 사무에서 수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시도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직무를 포함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사경의 직무 범위에서도 부당한 수사 개입의 여지는 있으나, 검사의 수사지휘라는 통제장치가 있다.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에서 벗어난 경찰의 수사와 달리, 시도지사 소속의 특사경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모든 사건·사고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 자치경찰에게 초동수사권은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업무 떠넘기기 등으로 사건・사고현장의 초동조치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방재정지원 특별회계와 같이 법률을 통해 자치경찰위원회에 자치경찰예산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운용·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치경찰의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자치경찰도 아닌 국가경찰에 대한 홍준표 시장의 감정적 반응은 자치경찰제 이원화가 되었을 때 자치경찰예산의 안정적인 확보·운용에 빨간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도의 사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 1년간 준비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예산 8500만원)이 개최일을 2주 정도 남겨두고 뚜렷한 사정없이 전격 취소된 일이 있었다. 전격 취소는 강원도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였다(2022. 10. 18자 강원일보).

당시 발표자로 섭외되었던 독일 교수는 이해할 수 없는 취소에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전격 취소가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아니고 지역주민의 안전에 관한 사항이었다면 끔찍한 일이다.

자치경찰제는 분권의 이념에 따라 비대한 경찰조직의 지역적 분산 및 이를 통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 확보,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그리고 지역실정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칫 분권화된 (자치)경찰의 정치화의 위험에 빠지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여기에 대구경찰에 대한 홍준표 시장의 반응을 그냥 흘려버려선 안되는 이유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경남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태그:#홍준표, #자치경찰, #자치경찰위원회,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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