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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시민기자들이 일상 속에서 도전하고, 질문하고, 경험하는 일을 나눕니다.[편집자말]
얼마 전, 조카를 만났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수 시절 기숙학원에서 답답할 때면 한 번씩 통화를 했던 아이였다. 이제 대학을 졸업할 때가 가까워지니 또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진로도 고민이지만 이야기를 들을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았다. 지난 학기 조카가 심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전화로 몇 차례 이야기한 적은 있었는데, 직접 만나니 좀 더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학번이 갖는 감정, '외로움'

조카는 소위 말하는 코로나 학번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입학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단절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단다. 

대학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같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듯했다. 또 수강 신청에 따라 같은 과라도 강의 시간이 달라 중, 고등학교 때처럼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기도 힘들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3학년이 되어서야 비대면을 끝내고 학교로 등교하기 시작했으니 잃어버린 시간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단절을 경험하는 코로나 학번
▲ 코로나 학번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단절을 경험하는 코로나 학번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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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친구들과는 여전히 만나서 술도 한 잔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지만, 막상 각자 캠퍼스로 가면 마음을 나눌 친밀한 사람을 만들 시간이 그들에게는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참 재미없는 학교생활이겠구나 싶었다. 많이도 말고 딱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물론 조카를 포함해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관계에 관심이 덜 하다고는 한다.

하지만 조카가 심리학 강의를 선택해서 들은 이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이었다는 말은, 이 학번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궁금해서 뉴스 기사(대학 생활 빼앗긴 '코로나 학번' 캠퍼스가 낯설다)를 찾아보니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입학한 학번들은 오리엔테이션과 MT 등이 없어 이전 학번보다 선배 또는 동기들과 어울릴 일이 적고, 학교 생활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고 한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입학한 일반대학 신입생의 휴학률과 중도 탈락률이 예전보다 늘었다고도 했다. 조카한테 들은 것과 비슷했다. 다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며 지내겠지만 마음은 헛헛할 것 같았다.

함께 하는 힘

조카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코로나 학번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내 상황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본가로 오자마자 코로나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했고 사람 만나는 일은 일부러 자제했다. 연세 많은 엄마와 함께 살기 때문에 혼자 살 때보다 더 조심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마스크 쓴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 어디를 가나 혼자인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내향형이라 원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몇 안 되더라도 그 관계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게다가 타지에서 오래 살다 왔기 때문에 이곳에는 시간을 함께 보낸 지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요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글 쓰는 일도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보니 혼자 책을 읽고 혼자 글을 쓰는, 혼자인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인 중에는 글 쓰는 사람이 없고, 쓰는 일도 오랫동안 한 일이 아니었던 탓에 글을 쓰며 하게 되는 고민을 나눌 기회도 잘 없었다. 그래서 조카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겪는 혼자라는 느낌에 더 공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최근 글 쓰는 사람들과 그룹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톡방에서 하는 이야기가 주로 글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 그간 느껴보지 못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부터 점점 더 깊은 대화로 들어가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즐거워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서인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었다. 줌으로만 만나다가 얼굴을 직접 보는 자리를 가졌을 때도 어색함은 없이 반가운 마음이었다. 앞으로는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도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함께 하는 즐거움
▲ 함께 한다는 것 함께 하는 즐거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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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이 일을 하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우리 방 이야기를 기사에 써도 되겠냐는 물음에 살포시 눌러 준 하트는 늘 그렇듯 다정했고, '더 예쁘게 써 달라'는 말로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예쁜 마음도 표현해 주셨다. 

하는 일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글 쓰는 주제도 모두 다르지만,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하게 응원한다.

여전히 글 쓰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안에서 또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며 계속 써나갈 힘을 얻는다. 최근 부정적으로만 흐르던 생각을 멈추고 단톡방에서 얻은 긍정적인 기운을 글에 녹여 보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오래간만에 글을 쓰며 웃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께 부탁 하나 드리고 싶다. 

"혹시 가까이에 '코로나 학번'이 있다면 한 번쯤 학교생활은 어떤지, 밥 같이 먹으며 마음 나눌 친구는 있는지 챙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딱 한 사람이라도 애정을 가져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릴 수 있습니다


부산 지역 시민기자들이 일상 속에서 도전하고, 질문하고, 경험하는 일을 나눕니다.
태그:#긍정의 힘, #코로나학번, #외로움, #그룹활동, #딱 한 사람만 있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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