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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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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될 거라는 방침을 당시의 수도방위사령관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한다. 수도 서울의 방위를 총괄하는 책임자에게도 아무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육군사관학교 44기·예비역 육군 중장)은 "개인이 집을 옮길 때도 상당기간 숙고하고 여러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는데, 하물며 국가의 대표적 핵심기관을 이전하는 데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며 "더 당황스러웠던 건 50일 이내에 이전을 완료하라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P-73공역) 축소에 반대했지만, 그가 사령관직에서 물러난 직후 비행금지구역은 대폭 축소됐다. 당초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4.5해리(8.3km)로 설정됐던 P-73공역은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반경 2해리(3.7km)로 쪼그라들었다.

김 전 사령관의 우려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침입 사건으로 현실화됐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북한 무인기 5대 중에 1대는 서울 시내를 휘젓고 날아다니다 북으로 돌아갔다. 국방부는 당초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일주일 만에 이를 번복했다.

김 전 사령관은 북한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우리 군의 명백한 현행 작전 수행 실패 사례"로 규정하면서 "상황 전파 체계 자체가 작동하지 않았고, 전방 1군단과 수방사 간 경보가 전파되지 않았다는 건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작전실패에 따른 책임규명도 명쾌하지 못했다"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도균 전 사령관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강원도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그는 중령 시절인 2011년 국방부 대북정책과 대북정책 총괄 담당관으로 군사실무회담에 참여한 이후 보수-진보 정부를 아울러 북한과의 군사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9.19 남북군사합의)가 탄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에서 김 전 사령관을 만나 위태롭게 지켜지고 있는 9.19군사합의의 의미와 최고조의 군사적 대치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 그리고 정치입문을 결심하기까지 그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속초시내 한 카페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김 전 사령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9.19군사합의 파기 운운하는 정략적 언행, 국익에 부합하지 않아"

- 9.19군사합의는 '남북 간 불가침 합의'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정도로 평가할지 궁금하다.

 "군사합의 체결 후 이행 과정을 보면서, 당시 UN은 9.19군사합의를 2018년 대표적인 '군비통제 성공사례'로 선정했다. 9.19군사합의는 수십 년간 적대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던 남북 접경지대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파격적으로 중단케 하는 실행력 있는 군사합의서라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위상을 정립해 남북 모두 합의서의 실행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9.19군사합의는 접경지대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남북군사당국이 합의했던 매우 특별한 합의서다."

- 당시 야당과 보수 언론은 9.19군사합의를 굴욕적이고 대한민국 안보에 큰 손해를 입힌 행위라고 폄하했다.

 "올해로 9.19군사합의 체결 5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상황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는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만 4년 동안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충돌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9.19군사합의의 의미와 성과를 방증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지난 4년만큼 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적 안정성이 확보되어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유지됐던 적은 없었다. 남북 대립상황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현재의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분명히 9.19군사합의는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9.19군사합의 이행 조치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그래도 군사합의가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 있는 합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정부 관계자들이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이 시점에 군사합의가 파기된다면 어떤 점이 우려되는가.

"만약 9.19군사합의 체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면,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가될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어렵게 추진되어 왔던 각종 합의사항들 역시 모두 중단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9.19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하는 정략적 언행은 결코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접경지역의 안정적 관리는 대한민국의 안보위기를 해소하는데 가장 중요한 선행조치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무력충돌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한다."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와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2018년 7월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악수하는 남북장성급회담 대표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와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2018년 7월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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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 졸속 결정 참으로 놀라워... 더 놀라운 건 50일 기한"

- 지난 5월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그동안 국가(군사) 위기관리 차원에서 어렵게 구축해온 위기관리 안전장치들이 모두 무용지물화 되었다. 불과 1년 만에 제반 위기관리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과 미국 중심의 일방적 외교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나 미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한반도 안보상황은 강 대 강 대립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출범 초기부터 줄기차게 되풀이하고 있는 '9.19군사합의 파기' 주장 등은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안정성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접경지역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어렵게 합의한 9.19군사합의가 상화 신뢰성을 잃어감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으며, 무력충돌 상황까지도 우려해야 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 현재 국가안보실 참모들과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이 대북강경파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인물 중심으로 안보팀이 꾸려지다 보니 그때의 대북 강경기조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을 조금만 더 압박하고 조이면 항복할 것이다'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조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했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장 고도화 시킨 때가 바로 그 시기였다. 그렇다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맞는데, 다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굉장히 불안하고 안타깝다."  

-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직후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을 발표할 때 수도방위사령관이셨는데, 대통령실 이전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 수도 서울 방위업무를 총괄하는 작전사령관으로 보직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기본적인 의견 교환조차 없었다. 개인이 집을 옮길 때도 상당기간 숙고하고 여러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는데, 하물며 국가의 대표적 핵심 기관을 이전하는 데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50일 이내에 이전을 완료하라는 결정이었다. 이미 많이 보도되었지만, 이전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점들이 아직도 해결이 되고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전 계획을 정교하게 만들어 이전을 해도 많은 취약점이 나타날 텐데,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이전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는 행태가 매우 우려스러웠다."
 
2018년 6월 14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 모두발언하는 김도균 남측대표 2018년 6월 14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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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무인기 도발 대응 명백한 현행작전 수행 실패인데 책임 규명 안 해"

- 지난해 9월 전역한 후 석 달 만에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그 중 1대는 서울 상공을 휘젓고 날아다니다 북으로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전임 수방사령관으로서 당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북한 무인기 도발 사건은 우리 군의 명백한 현행작전 수행 실패 사례다. 북한 무인기에 대한 실시간 상황전파 체계가 작동되지 않았고, 위기관리메뉴얼에 따른 상황조치도 매우 미흡하게 작동했다. 무인기가 수시간을 수도권과 서울 상공을, 그것도 절대 뚫려서는 안 되는 P-73공역(비행금지구역)을 활보하는 데도 1대도 격추하지 못한 대응조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작전실패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은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 'P-73 공역'을 방어하는 임무는 수방사 1방공여단이, 그보다 안쪽 '경호작전구역' 방어는 대통령 경호처에 배속된 수방사 55경비단 방공대가 맡고 있다. 사령관 재임시절 대통령실 용산이전에 따른 P-73 공역 축소에 반대했던 걸로 알고 있다.

 "수도권 공역 통제 업무는 수방사령관의 대표적 임무 중 하나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P-73공역을 기존 공역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해서 반대했다. 공역을 반 이하로 축소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첫 번째는 새로운 방공무기 체계가 배치되어 공역을 좀 축소해도 적의 비행물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우다. 두 번째는 적의 공중 위협이 감소되었을 때다. 그런데 적의 공중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 보고서는 계속 써내면서 정작 MDL(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어마어마한 수도권 메가시티의 공역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역 축소에 강하게 반대했다. 작전부대장으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수방사는 공역 축소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작전성 검토 보고서를 국방부와 합참에 공식으로 제출했다. 내가 사령관으로 있을 때는 공역이 축소되지 않았는데, 사령관에서 물러난 뒤 실제로 공역이 축소됐고, 공교롭게도 적의 무인기가 그 축소된 P-73공역까지 침범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 지난해 9월 전역사에서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국방력과 튼튼한 안보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민들에게 일상화된 평화를 누리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힘을 통한 평화'가 달성되도록 지속적으로 국방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추가해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힘을 키워 억지력을 향상시키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군사적 위협을 줄여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대통령의 소임이다."

- 윤 대통령은 최근 9.19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인사를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힘을 키워서 상대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도발했을 때는 과감하게 응징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상대편의 위협을 감소시켜서 평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부처 정도의 일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항상 병행해야 한다. 억지력도 키우고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화협상 노력을 함께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이다."

* [인터뷰-하] "보수 강세 설악권, 평화경제 성공사례로 만들 것"

태그:#김도균, #수도방위사령관, #9.19군사합의, #무인기 사건, #대통령실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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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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