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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시작점은 청소년입니다. 학교와 교실입니다. 충남의 학교와 교실에서는 분단의 선(線)을 넘어 남북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수업과 토론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2023 충남학교 통일교실'(오마이뉴스-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로 평화통일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기자말]
온양여고(충남 아산시 풍기동, 교장 한치원)가 통일 교육주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통일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온양여고(충남 아산시 풍기동, 교장 한치원)가 통일 교육주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통일프로그램을 선보였다.
ⓒ 온양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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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중앙현관 통로에 나무모형 우드록이 설치됐다. 오가며 유심히 지켜보던 학생들이 점심시간 우드록 근처로 모여들었다.

나무판은 통일 나무 모양이다. 학생들이 한참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무언가를 적어 하나둘 붙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통일나무 소개 글과 함께 '만약 통일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써 붙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며칠 지나자, 통일 나무에 열매를 맺듯 소망 글이 빼곡하게 붙었다.

한 학생이 붙인 소망 글은 '평양냉면 먹기, 리정혁 같은 남자 만나기'다. 리정혁은 몇 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장한 남주인공 이름이다.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의 재벌 상속녀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과의 러브스토리가 주요 내용이다. 

또 다른 학생은 '해린이랑 평양냉면 먹기'다. 단짝과 평양에서 냉면을 먹는 상상이 유쾌하게 다가왔다. '열차 타고 북한 친구와 중국으로 현지 마라탕 탐방을 하고 싶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북한 집에서 3일간 살아보기', '기차로 유럽 여행하기'라는 소망도 있었다. 학생들의 상상력은 북한에 머물지 않고 중국으로, 멀리 유럽까지 미치고 있었다.
 
학교 중앙현관 통로에 나무모형 우드록 통일나무판이 설치됐다.  통일 나무판 부근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여유를 즐기는 온영여고 학생들
 학교 중앙현관 통로에 나무모형 우드록 통일나무판이 설치됐다. 통일 나무판 부근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여유를 즐기는 온영여고 학생들
ⓒ 온양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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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통일교육... 북한말 퀴즈·4행시 짓기 등 인기

온양여고(충남 아산시 풍기동, 교장 한치원)가 통일 교육주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통일프로그램을 집중 마련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온양여고는 지난 1955년 설립된 일반계 과학중점고등학교다. 지금까지 졸업생이 2만 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 32학급에 약 1000명(교직원 103명)이 재학 중이다.

이 학교는 지난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생활 속 평화통일 교육을 벌였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교과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융합 수업도 진행했다.

그중 북한말 퀴즈 풀기도 참여율이 높았다. 학교 SNS를 이용해 하루에 한 문항씩 5일 동안 주어지는 북한말 퀴즈를 푸는 방식이다. 온양여고 창의인성부는 정답자 중 매일 2명을 추첨해 기프티콘을 증정했다.

그런데 문항이 쉽지 않다 첫날 문제는 '양말 바지'다. 다음 날은 '기름 크림'이었다. 셋째 날 문제는 '단졸임', 그다음 날은 '송아지 동무'였다. 마지막 날에는 '화학 빨래'라는 문제가 제시됐다.
     
북한말에 관심이 좀 있는 기자도 좀체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고서야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문항 차례대로 정답은 '팬티스타킹, 영양 크림, 잼, 소꿉친구, 드라이클리닝'이다. 

서정우 온양여고 통일교육 담당 교사는 " 평화통일과 관련된 활동을 집중하여 운영해 학생들의 평화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 감수성을 키우고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양여고(충남 아산시 풍기동, 교장 한치원)에서 통일 교육주간을 이용해 벌인 '평화통일 북한말 퀴즈'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온양여고(충남 아산시 풍기동, 교장 한치원)에서 통일 교육주간을 이용해 벌인 '평화통일 북한말 퀴즈'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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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큰 행사가 또 하나 있다. 평화통일로 4행시 짓기다. 행사 주간 동안 100여 건 가까운 작품이 접수됐다. 그중 우수작으로 뽑힌 다섯 작품을 보면 '평화통일'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절로 갖게 된다.
     
평/화의 꽃과
화/합의 꽃이
통/일의 축복으로 피어날 때
일/어나는 우리의 희망
(노OO 학생)

평/생토록 한반도가
화/합하기를
통/일되기를
일/생동안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OO 학생)

평/화 통일은 단순히 통일만 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화/합과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통/일이 된다면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을 북한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OO 학생)

평/화 좋아해요?
화/살은 평화와 어울리지 않아요
통/일 좋아해요?
일/개 마음만으로는 이룰 수 없어요. 행동으로 옮겨요!
(박OO 학생)

평/화로운 나날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께서는
화/합의 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통/일은 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며
일/생을 살고 계신 할아버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이OO 학생)

태그:#통일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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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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