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 31일 경찰은 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곤봉과 사다리차를 동원해 끌어내렸다. 반발한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경사노위가 중단된 것은 2016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이후로도 윤석열 정부 차원의 대화 재개 요청은 없었다"라며 "경사노위 탈퇴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을 때리면 지지율이 오른다고 박수치는 일부 지지층에 취해있는 것 같다"라며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기만인 것 같다"고 했다.

대화 복귀 조건에 대해서는 "지금은 구체적인 조건이나 요구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노동을 적대시하는 근본 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권 내내 대화에 복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는 29일 법정 심의시한을 앞둔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었던 김준영 처장 해촉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6일부터 노동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 가슴에는 '윤석열 정권 심판, 우리가 김준영이다'라고 적힌 배지가 달려있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 자체를 유혈진압... 정권 내내 대화 없을 수도"

- 노동부 앞 천막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최저임금 결정이 얼마 안 남았다. 작년부터 물가가 많이 올랐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기 때문에 최저임금만큼은 정의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경찰 폭력의 희생자인 김준영 처장을 해촉시키면서 노사 동수의 대원칙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 지난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윤석열 정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선을 넘었다. 망루에 오른 김준영 처장은 본인 문제도 아닌 열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를 위해서였다. 그날 윤석열 정부는 노동 그 자체를 유혈진압 한 거다. 노사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라면 김 처장이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포스코 원청 쪽의 잘못도 함께 살펴봤어야 했다.

공권력 집행 정도도 지나쳤다. 경찰은 김 처장이 저항 의지를 잃은 순간까지도 곤봉으로 내리쳐 피를 흘리게 했다. 한국노총은 과거에도 보수정권과 여러 갈등을 겪었지만, 사회적 대화 명맥만큼은 유지하려 인내해왔다.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노조간부 등이 참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노조간부 등이 참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당초에는 '탈퇴'까지 거론됐지만 7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참여 전면 중단'을 택했다.  탈퇴는 위원장에게 위임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 

"이후 바뀐 건 없다. 투쟁 수위를 표현하는 상징처럼 된 측면은 있지만, 중단과 탈퇴의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에 변화가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사노위 탈퇴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정부와 다시 대화를 시작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정부가 어떻게 하면 대화에 복귀할 건지 한국노총의 요구를 분명히 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거론할 단계 자체가 아니다. 선악 이분법에서 노동조합을 악으로 보는 이 정권 하에서 구체적인 것 하나하나 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윤석열 정권 내내 대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한 건 한국노총이지만, 그렇게 내몬 건 윤석열 정부다."

"사회적 대화 위해 참아왔는데... 경사노위 밖으로 내몬 정부"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다. 이전에는 정부와 대화가 되고 있었나.

"공식 대화는 없었지만, 행사장 등에서 정부 측과 조우했을 때 서로 입장 정도는 설명해왔다. 정권 초반엔 이정식 장관 임명을 보면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단순히 한국노총 출신을 기용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부가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을 존중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나. 한국노총을 부패집단으로 낙인 찍고 보조금도 끊고 각종 위원회 추천권 등 참여를 배제시켜갔다.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데 회계장부 들여다보겠다고 제출을 강요했다. 경찰이 곤봉으로 간부를 패고 망루에서 끌어내렸다. 무릎 꿇고 백기투항, 굴복하라는 식 아닌가. 장관만 한국노총 출신으로 임명하고 정작 방향은 반대로 갔다. 이런 걸 기만이라고 부른다. 정권이 원하는 대로 굴복하고 무릎 꿇지는 않을 것이다."

- 유혈진압으로 취소됐지만 6월 1일에는 이정식 장관과 손경식 경총 회장 등과 노사정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어느 정도 의제가 조율돼 있었던 건가.

"의제까지 조율된 건 아니었다. 노동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다.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산업 전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노동자·사용자·정부 어느 쪽도 하나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대화 재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 점 하나는 정부와 공감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  이후 정부로부터 대화 재개 요청이 온 게 있나.

"없다. 10년 전 이정식 장관은 한국노총 동지였던 김준영 처장에 대해 '노동운동의 희망'이라고 칭찬하는 글을 일간지에 기고했다. 그런데 이번 유혈 사태 때 경찰이 법대로 집행한 거라고만 했다. 인간적인 유감 표명조차 안 했다. 아무리 위치가 달라졌다고 해도 노동부 장관으로서 본분을 잊은 것 아닌가."

"노조 때려 지지율 올린다? 지지층에만 취해있는 윤 정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6일 오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6일 오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 과거 보수 정부와 달리 윤 정부가 집권 초부터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도 각을 세우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치적으로 유불리만 따져서 이용하는 것이다. '노조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집단이다' '노조는 때리면 때릴 수록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철저하게 밑에 깔려있다. 정권 자체가 노동 탄압에 환호하는 일부 지지층에만 취해있는 것이다. 당장 이정식 장관 출마설까지 나오던데, 설령 노동탄압으로 내년 총선에서 재미를 본다 한들 그 정권이 성공할까.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머리로만 노동을 공부한 윤석열 정부가 오만한 것도 문제다. 69시간제처럼 정부가 틀릴 수도 있는데 무조건 '자기는 옳고 노조는 틀리다'는 식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그런 문제가 터지면 노조를 불러다 얘기도 듣고 한국노총과 대화하겠다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 정부는 그런 게 아예 없다. 변화가 없는 한 대화도 없다."

- 지난해 화물연대, 대우조선 하청파업 때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임명(9월) 등을 기점으로 반노동 기조로 선회해 화물연대 2차 파업, 건설노조 수사, 이번 한국노총 유혈진압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견해가 있다.

"동의한다. 정부가 다른 분야에서 점수를 못 따니 오로지 노동 탄압만 일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실제 사람이 죽는다는 거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의 분신과 한국노총 김준영 처장 유혈진압은 필연적 결과였다고 본다.

권력기관은 워낙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와 윤희근 경찰청장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라면서 포상까지 걸고 독려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기업 부패, 정부 부패에는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지 않으면서 왜 유독 약자인 노동 조직에 대해서만 이렇게 하나."

"노란봉투법, 국회 책임 다해야... 민주노총과 접점 넓힐 것"

-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가 목전인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고됐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혀야 하청 노동자들도 실질적인 노동권을 누릴 수 있다. 노란봉투법 하나로 하청 문제가 다 해결되진 않겠지만, 이거라도 빨리 해야 한다. 설령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돼있다 하더라도, 국회는 입법부로서 자기 소명을 다 해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실제로 노란봉투법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한국노총의 '정권 심판' 구호가 더 당위성을 갖게 될 거라 본다."

- 민주노총과도 연대를 넓혀가겠다고 했는데 이후 논의가 있었나.

"내가 직접 얘기한 건 없지만 다른 단위를 통해 얘기는 있었다. 양 조직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큰 틀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더 접점이 넓어질 거라 본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정부 쪽 인사들이 내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하여튼 민주노총과는 같이 가면 안 된다' 였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그것 아니겠나."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노조간부 등이 참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노조간부 등이 참석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태그:#김동명, #한국노총, #윤석열정부, #노동, #경사노위
댓글3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