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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이 위령사를 하고 있다.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이 위령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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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학살이 미군 상급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자행된 것임을 생각할 때마다 노근리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에서 구사의 일생으로 살아났던 저는..."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양해찬 회장은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는지, 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위령사를 하다가 한참동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몇 번이고 다음 말을 하려다가 20여 초가 지나서야 "치가 떨리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에 온몸의 전율이 일곤 합니다"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노근리 사건 당시 10살이었던 양해찬 회장은 쌍굴다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그는 그곳에서 왼쪽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형과 동생 그리고 할머니가 사망하고, 어머니와 누나도 다쳤다.

양해찬 회장은 "아직도 우리는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뚜렷한 명예회복과 배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령의 생존 피해자들은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노근리 사건 생존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금년 연말이 되기 전에 노근리 사건 특별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3개가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피해자 배보상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남도전통춤가락연구원에서는 살풀이춤을 공연하고 있다.
 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남도전통춤가락연구원에서는 살풀이춤을 공연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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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에서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이 당면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도식에서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이 당면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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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근리사건희생자 유족회(회장 양해찬) 주관으로 열린 제73주기(25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은 21일 오전 11시 노근리평화공원 추모광장에서 개최됐다.
      
노근리 사건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의 한창섭 차관의 추모사를 이준승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장이 대독하고,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추모사는 황현구 정무특보가 대독했다. 정영철 영동군수와 이승주 영동군의회 의장은 직접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난계국악단은 식전 공연으로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 외 2곡을 연주했고, 남도전통춤가락연구원에서는 살풀이춤을 공연했다. 조희열 예술단에서는 '님이여' 등의 노래를 부르며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이날 추모식에는 제주4.3사건 희생자유족회 임원진 54명을 비롯해 거창, 함양, 산청사건 및 대전산내사건 희생자 유족회원들도 함께했다. 부마 민주항쟁기념재단, 동학농민기념재단 등 동아시아네트워크 회원단체의 임직원들도 참석했다. 또한 충북 청주 서촌초등학교 학생 30여 명도 자리해 헌화와 분향을 했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근리 사건 피해자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비롯해 세 가지 당면 과제를 설명했다.

정구도 이사장은 '첫 번째 과제인 피해자 배보상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는 노근리평화원의 국제화 사업을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 사업의 일환으로, 확대된 우리 평화공원의 부지에다 영동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의 순직비와 한미 양국의 희생자 묘비를 건립하는 문제를 유족들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노근리 평화원의 국제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노근리 평화공원에는 한미 양국의 시민들, 특히 참전 미군과 그 유족들도 방문해 화해와 치유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며, 한미 간의 우호증진과 세계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사려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췄다. 또한 충청북도의 운영비 지원을 통해 노근리 평화공원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당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번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추모식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따라 500여명이 참석했다. 충북 청주 서촌초등학교 학생 30여명도 참석, 비슷한 또래들이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체감했다.
 이번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추모식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따라 500여명이 참석했다. 충북 청주 서촌초등학교 학생 30여명도 참석, 비슷한 또래들이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체감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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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서촌초등학교 학생들이 헌화와 분향을 한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충북 청주 서촌초등학교 학생들이 헌화와 분향을 한 후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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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 사이에 후퇴하던 미군이 충북 영동 황간면 노근리 일대에서 비행기 기총과 기관총 사격 등으로 피난민 수백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특히 기총사격을 피해 경부선 철길 아래 쌍굴다리로 속으로 몸을 피한 피난민들에게 미군은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 기관총 사격을 지속했다.

정부는 1999년 진상조사를 시작해 2004년 노근리사건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사회 각 분야 전문가, 유족대표로 구성된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희생자 심사를 진행해서 희생자 226명, 유족 2240명을 확정했다.

이후 14년이 지난해에 3차 추가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2명이 피해자로 신고를 했다. 이에 정부와 충청북도는 희생자 심사를 진행해 올해 4월, 2명의 희생자를 추가로 결정했다. 이로써 노근리 사건 희생자는 226명에서 228명으로 늘어났다.
 
제주4.3사건 희생자유족회 임원진들이 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 참석에 앞서 노근리 사건 현장이 쌍굴다리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4.3사건 희생자유족회 임원진들이 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 참석에 앞서 노근리 사건 현장이 쌍굴다리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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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위 경부선을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합동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대의 기차가 지나갔다.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 위 경부선을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합동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대의 기차가 지나갔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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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제73주기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 추모식,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양해찬, #정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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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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