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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22년 12월부터 전국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의무화했다. 2020년 12월 아파트와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2021년 12월 모든 주택으로 대상을 넓혔으며, 1년간의 계도기간 이후 본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이물질 함량이 낮아 고품질로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인 투명 페트병을 일반 페트병과 분리해 별도의 전용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전용 수거함조차 마련 안 돼 있어
 
서대문구 연희동 오피스텔 분리수거장
 서대문구 연희동 오피스텔 분리수거장
ⓒ 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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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공동주택을 둘려본 결과, 대부분의 분리수거장에서 투명 페트병 일반 플리스틱과 별도로 분리 배출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오피스텔에는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할 전용 수거함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경비원 A씨는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구청 측으로부터 오피스텔에 별도로 내려진 공고사항이나 과태료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나마 아파트 단지의 경우 투명 페트병 분리 안내판과 전용 수거함은 갖추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에 대해 아파트 청소원 B씨는 "여러 번의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비헹분섞',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방안이라고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포스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포스터
ⓒ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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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 투명 페트병이 충분히 재활용 되지 않아 폐페트병마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7.8톤의 폐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만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약 10만 톤가량의 국내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투명 페트병을 잘 분리배출하기 위해선 먼저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을 분리해야 한다. 유색 페트병과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율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색 페트병은 색소뿐 아니라 나일론, 철 등의 불순물이 함유돼 있어 재생 원료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명 페트병과 혼합배출될 경우 투명 페트병의 품질마저 저하시킨다. 서울시는 투명 페트병 배출 방법으로 '비헹분섞'을 안내하고 있는데, 이는 투명 페트병을 '비'우고, '헹'구고, 라벨을 '분'리해 '섞'이지 않게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 서귀포시 투명 페트병 매각 사업, 누적 2억원 수입 돌파

투명 페트병의 미래가치가 인정되면서 곳곳에서 투명 페트병 매각 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2022년 전국 최초로 투명 페트병 직접 매각 사업을 진행했다. 서귀포시는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을 위한 전용수집함 304대를 380여 개소의 클린하우스에 비치해 별도 배출 체계를 갖췄다.

또한 시민 참여를 장려하는 각종 혜택을 마련했다는 점도 성공적인 정책 추진의 비결로 언급됐다. 투명 페트병을 반환하는 시민에게는 종량제봉투(10L)와 교환해줬으며, 투명 페트병 2kg 수집 시 자원봉사 1회를 인정해주는 협업사업도 펼쳤다.

이와 같은 투명 페트병 매각 사업은 모범적인 성과를 보이며 누적 수입 2억여원을 기록했다. 서귀포시가 매각한 투명페트병은 이후 고품질의 폴리에스테르 원료로 공급되어 공장에서 섬유 원료로 재활용 된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서울신문>에 "'2030 쓰레기 걱정 없는 제주 계획' 달성을 위해 서귀포시가 향후 자원 재활용 선순환 선도 도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투명 페트병 재활용량
 투명 페트병 재활용량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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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 투 보틀, 지속 가능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한편 옷, 신발 등 섬유 원료로 재활용 된 투명 페트병은 두 번 다시 재활용 될 수 없다. 환경부가 발표한 투명 페트병 재활용량은 월 평균 1만9000톤으로 중저급(단섬유) 73%, 고급(시트류) 15%, 기타 13%로 섬유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투명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재활용 구조를 만들자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바로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이다.

'보틀 투 보틀'은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3L 이하 음료 페트병을 25% 이상 재생 원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2030년까지는 30%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 역시 투명 페투병을 활용한 재생 원료 사용률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식품 플라스틱 별도 분류가 안 돼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식품 용기에 사용되는 재생 플라스틱의 경우 식품용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원료만 허용된다. 현재 플라스틱 분리 배출의 경우 투명과 유색 플라스틱으로만 구분할 뿐, 식품과 비식품용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보틀 투 보틀'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 식품과 비식품으로 분류되는 분리배출 체계를 갖추고 기업이 의무적으로 재생 원료를 사용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고 잘 버리는 것은 돈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평균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규모는 전 세계 4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에서 투명 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는 것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에 발맞춰,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분리배출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투명 페트병 스마트 수거함 설치 및 운영 등 자원순환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할 때이다.

태그:#투명 페트병, #환경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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