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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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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 최초로 노동계에서 요구해 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법안을 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껏 동일노동 동일임금 구호를 외쳐온 만큼, 여당 법안이라고 정파적으로 보지 말고 21대 국회 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또 다른 노동계 숙원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대해서도 "당 노동개혁특위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동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오랫동안 주창해 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양대노총 청부입법'이라 부르고 싶다"라며 "민주당도 그동안 비슷한 법안을 내왔기 때문에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해당 법안상 '동일노동'의 기준을 사용자가 정하도록 해 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리가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큰 방향에만 동의한다면 추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조정하면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5월 31일 '사용자는 동일한 사업 내에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그간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주로 노동계와 진보 정당에서 주장해 온 것으로, 보수 정당에서 이를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노동계가 줄곧 촉구해 온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대해서도 당 노동개혁특위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연차휴가와 연장·야간·휴일수당부터 지급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해고 제한 규정 등을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지금 당장 어렵지만, 현 상태에서도 대통령령을 바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휴가와 할증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최소 3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노정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자, 여당이 노동 약자 끌어안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선거상의 유불리가 아니라 실제 노동자들 삶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노동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는데, 그간 참모들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데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 의원은 "노동을 대표하는 공적 기구로서 양대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대다수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 방기"라면서도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 반대할 텐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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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정당 최초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노동 내부 격차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 차례 노동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도 국회에 들어오면 꼭 내고 싶었던 법률안이다. 2년 넘게 준비했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그간 노동계나 진보 정당에서 주로 주장해 왔다. 법안 발의 때 당 지도부나 정부와 교감이 있었던 건가.

"특별히 교감이 필요한 법안은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한 취지의 법이다."
 
- 법안이 발의된 후 큰 관심을 받았다. 발의 후 당 지도부와 법안에 대해 소통한 내용이 있나.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 현재 국회 의석 구조상 법안이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다. 민주당과는 논의가 되고 있나.

"안 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 몫인데, 차기 위원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정의당도 지금까지 비슷한 법안을 제안했었다. 똑같은 법인데 제가 냈다고, 국민의힘이 냈다고 잘못된 법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정파의 문제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봤으면 한다. 민주당이 반대할 텐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정무적, 정치적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 민주노총은 이 법안에 대해 "상위의 임금을 깎아 전체 임금을 '하향 평준화' 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노동계에서는 하향 평준화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사용자 측에서는 이로 인해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하향 평준화라는 것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임금을 많이 받던 사람 입장에선 임금이 줄어드는 하향 평준화라고 하겠지만, 임금을 적게 받던 사람 입장에서는 임금이 오르는 상향 평준화가 되는 것 아닌가. 예컨대 기업의 지불능력이 13이라고 할 때, 상층에게 10을 몰아주고 하층에게 3만 내주는 사회보다는, 평균이 6.5로 같더라도 상층에게 8을 주고 하층에게 5를 줘서 격차가 적은 사회가 더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 민주노총 등 일각에선 이 법안이 '직무·성과급제 임금체계 개편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 역시 이미 호봉제에 올라타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비판이다. 기본적으로 직무급제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임금 비중이 호봉급 7에 직무급 3이라고 친다면, 저는 호봉이 5~6 정도로 줄어들고 직무급 비중이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게 지금 젊은 세대들의 대체적인 요구 아닌가. 물론 이행기에 적절한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
 
- 전통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경영계에서 반대하는 주제다. 법안 발의 후 경영계 쪽 반응이 있었나.


"없었다. 보통 우리 당이 기업 편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집권여당으로서 할 일을 할 뿐이지, 알아서 기업 사정을 걱정해 주거나 하지 않는다."

"5인 미만 근기법 적용도 추진... 노란봉투법? 민주당 집권 때 왜 안 했나"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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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일노동의 기준을 사용자가 정하게 하고 근로자대표의 의견은 청취하기만 하면 되도록 해놨다. 이로 인해 법안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 부분은 저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기 급여를 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단순히 의견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혹은 단체협약에 준하게 노동자와 동일노동의 기준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합의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큰 원칙에 대한 합의 아니겠나. 처벌 규정이 없어서 법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도 하던데, 마찬가지다. 이런 작은 차이들 때문에 머뭇거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 국민의힘은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격차 해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의 취지라고 했는데,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확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역시 격차 해소의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에도 찬성해야 앞뒤가 맞는 것 아닌가.

"하층의 교섭권을 강화해 이중구조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잘못됐다. 원청으로 하여금 하청이 요구한 교섭에 나오도록 교섭방식만 보완하면 되는데, 현재 민주당이 올린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원청이 하청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를 사용자로 상정했다. 이는 법리적으로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부분은 재산권과 균형이 맞지 않아 위헌적이다. 무엇보다 손배 대상과 범위를 개별적으로 규정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노동자 입장에서는 책임 범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한 뒤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말 노란봉투법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민주당은 왜 180석 집권 여당일 때 그 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건가. 그렇다고 지금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하지 말라고 절박하게 데모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민주당이야말로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희망고문 하는 것 아닌가."

-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월평균 159만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만 통과돼도, 실제 노동 현장에서 원·하청,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제도라는 게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발짝 전진은 된다고 본다. 우리 당이 추진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이나 단가연동제 등을 통해 원하청 하도급상의 중간착취를 없애면 교섭까지 가기 전에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은 민주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노란봉투법보다 훨씬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법이다. 노란봉투법은 여야 간 이견이 극심했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해 나가자는 거다.

아울러 당 노동개혁특위 차원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실적으로 해고 제한 규정까지는 당장 적용하기 힘들다 해도,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열악한 노동자들이 정작 휴게나 휴가, 할증 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큰 문제 아닌가.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는데, 이를 손봐 연차 휴가나 할증 임금을 적용하자는 생각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대체휴일 등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문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도 개선하려 한다."

- 여당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 발의에 이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까지 나선 것을 두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치적으로 선거에서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실제 노동자들 삶에 도움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느냐 아니냐다. 사실 그간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직접 노동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워딩(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모들이나 정부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데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당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 그간 정부가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여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정부가 당에 권한을 많이 넘기고 있다.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경사노위 중단? 정부 미숙했지만 양대노총도 공적 책임 져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인 2022년 4월 15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남긴 방명록 내용인 "노동가치의 존중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원동력 입니다"가 액자로 걸려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인 2022년 4월 15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남긴 방명록 내용인 "노동가치의 존중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원동력 입니다"가 액자로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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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향적인 법안임에도 여전히 노동계가 여당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에 의구심을 갖는 건, 법안 내용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최근 건설노조 수사나 포스코 광양에서의 경찰 유혈진압 등 노동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흔히 윤석열 정부에 '반노동' 프레임을 씌우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법안 제안 이유에도 써놨지만 윤 대통령은 '노동가치의 존중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실제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건수나 쟁의행위, 파업 건수 등 객관적 지표를 살펴봐도 현 정부와 과거 정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가 아픈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한다. 정부가 조금 더 미리 대화를 통해서 관리를 했다면 광양 건과 같은 폭력적인 모습은 안 나올 수도 있었다. 미숙했다. 그 부분은 유감이다."

- 실제 지난 5월 31일 포스코 광양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 곤봉에 머리를 맞고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한국노총이 7년여 만에 경사노위 참여 전면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정부가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대화의 틀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양대노총도 한 번쯤 반성해 볼 대목이 있다고 본다. 경사노위 법상에는 분명 양대노총이 그 주체로 인정이 돼있고, 최저임금위원 추천권이나 연금개혁위원 추천권 등 다양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20년 넘게 경사노위에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고 한국노총도 왔다 갔다 하다 이젠 또 안 들어오겠다고 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그저 이익집단인가. 완장만 찬 엄석대인가.

책임 방기라는 것이다. 양대노총이 노동자들의 대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에 걸맞은 공적 책임도 져야 한다. 성난다고 대화에서 나가버리면, 자기들만 쳐다보고 있는 2500만 노동자들의 삶은 어떡할 건가. 아까 언급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안 역시 경사노위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의제였다. 양대노총이 정말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를 위한다면 경사노위에 들어와서 치열하게 정부에 요구하고 싸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안 들어오지 않나. 왜 안 들어오겠나. 자기들은 아쉬운 게 없는 거다. 양대노총도 대부분 좋은 일자리라, 조합원 중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가 없는 거다."

- 한국노총 출신이고, 현재 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재개를 위해 여당이 움직이고 있나.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선배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태그:#김형동, #국민의힘, #윤석열정부, #동일노동동일임금, #5인미만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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