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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간 탈석탄 계획으로 인한 지역 사회 충격이 예상되었는데도 중앙정부의 핵발전 위주의 정책 방향 때문에 탈석탄 지역의 일자리 정책 방향이 설 곳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정의로운 전환을 담보하는 녹색전환 일자리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탈석탄 지원법 제정 등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석탄 발전소가 위치한 중소 규모의 지자체뿐 아니라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4월 확정된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환(전력) 부문의 감축량은 2억 6960만 톤에서 1억 4590만 톤으로 45.9%를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2030년까지 20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이같은 지적은 녹색전환연구소가 5월 17일 개최한 '탈석탄 지역의 녹색전환 일자리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29기)가 가동되는 충청남도에서는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최근 충청남도가 발표한 충남 탄소중립경제 추진전략 수립계획에 따르면 2020년 보령 1, 2호기가 폐쇄된 이후 보령시 인구가 9만7268명으로 10만 명 선이 붕괴되었고, 중부발전과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96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렇듯 지역 경제와 일자리 측면에서 큰 충격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준비는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친다. 2021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례를 제정하고 충청남도, 당진시, 발전사 등이 출연해 100억 원 기금을 조성했으나 현재까지 10억 원 정도만 지출되었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충남 지역에서는 시민사회는 2019년부터 에너지 전환 포럼을 정의로운 전환 포럼으로 전환하고 25차례 포럼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당진, 태안, 보령, 서천 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 토론회를 열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탈석탄 계획을 알게 되었다는 시민이 있을 정도였다"면서 지역 사회에 줄 충격에 비해서 공론화되지 못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기남 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에서 "언제까지 누가 어떻게 예산을 마련해서 대응할지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면서 올해 충청남도 시민사회는 이런 활동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5월 17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충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박기남 운영위원장 5월 17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충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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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삼천포 3-4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8개가 폐쇄될 경상남도는 더욱 준비가 부족하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원은 "경상남도는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발전 및 자동차, 조선, 기계산업 등 경상남도의 주력 산업이 탈탄소가 꼭 필요한 분야인데, 산업구조의 고도화 없이 경남 경제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 없다"고 보았다. 

국가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역 전략도 필수적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발표한 '석탄발전 폐지·감축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르면 경상남도의 발전소 폐쇄 및 LNG전환에 따른 고용감소 비율은 40% 내외로 추정되는데, 발전사 원청의 경우 총 인원 감축은 25%이하로 나타난 반면 협력사의 경우 매우 큰 폭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남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등 경상남도에 있는 기업이 터빈 제작 기술과 부품 마련 여건이 좋은 편이다. 산업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국내에서 해상풍력을 많이 제작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상남도 차원에서는 핵발전소를 부흥시키려는 정부 기조를 따르고 있어서 해상풍력을 확대할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은 남 연구원이 언급한 "두산 에너빌리티는 며칠 전 신한울 3, 4호기 주기기 제작에 착수했다"면서 우려한 대로 정부 기조에 따라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니라 핵발전 산업에 주력하게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또, "탈석탄에 성공한 영국의 사례를 보면, 2010년대 들어서서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로 사용 전환을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은 영국보다 단시간에 탈석탄을 추진해야 하므로 정부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압력에 따라 한국은 탈석탄을 빠르고 대규모로 추진해야 할 압력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재 계획만으로도 2024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32년까지 폐쇄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 추이
▲ 2032년까지 폐쇄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추이 2032년까지 폐쇄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 추이
ⓒ 동진우 남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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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에서는 "유럽의 넷제로 산업법, 미국 IRA법처럼  국가 전략차원에서 탈탄소로 가는 녹색산업을 부상 부상시켜야 한다"고 하고, 지역차원에서는 지역에 착근된 앵커조직이나 공동체 조직,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에 필수적인 기초경제를 활성화하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대응 활동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졌다. 배종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 본부 조직국장은 경남지역에서 노동조합 차원의 석탄 발전소 폐쇄 관련 대책 회의 기구 운영을 소개했다. 작년부터 세 차례 모여서 노조 요구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이 기구에 시민, 환경단체나 지자체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대응이 초기 단계라서 "발전 내 임금구조 파악하고, 비정규단위 임금상태 및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토론에 참여한 시사IN 전혜인 기자는 "고용 불안의 순서는 정해져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석탄 과정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타격이 더 심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령의 경우에도) 정년퇴직과 계약해지는 모두 청소 여성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났다"면서 LNG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전환배치해서 고용을 보장한다고 할 때, 현존하는 임금 격차를 그대로 둘지, 위계화된 고용구조도 '녹색전환 일자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보았다. 

현재 정의당은 '정의로운 일자리 기본법안'을 발의한 상태고, 충청남도와 경상남도 지자체에서는 탈석탄 지원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탈석탄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태그:#탈석탄, #녹색일자리, #녹색전환, #기후위기, #정의로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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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지역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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