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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8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버스정류장에 '만석입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된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2022년 11월 18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버스정류장에 '만석입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된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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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째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버스에 서 있었다면 지금쯤 서울에 진입하지 않았을까.

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공식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정부는 버스 증차, 전세 버스 투입, 2층 버스 조기 투입 등으로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출퇴근길은 나아졌을까?

경기도 일부 구간은 정부 조치로 입석 금지 초기보다 안정된 좌석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 광역 버스 중 가장 많은 승객을 나르는 7770번 버스(수원역-사당역)는 입석 금지 직후 만석을 채우더라도 출근 시간 승객 수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퇴근길 중간 승차가 어려운 편이지만, 증차로 출퇴근길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다. 농수산물시장-의왕청계영업소-가천대 구간에 유독 승객이 몰린 1650번 버스(구리수택차고지-안양역) 역시 전세 버스 투입으로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노선도 있다. 한 운수회사 직원은 기자화의 통화에서 "입석 금지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른다"며 "증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에서 승인을 해줘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선은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다. 버스 대기열 표지판 맨앞에서 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이 있길 기도하며 버스가 깜빡이를 키며 그냥 갈 때는 좌절, 멈추면서 한두 명이 내리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게 된다. 뒤의 뒤 사람은 못 타더라도 상관 없다. 나만 아니면 된다. 이게 아침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경기도민의 출근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기점 또는 종점과 먼 정류장에서 흔하다. 광역버스 특성상 고속도로와 가까울 수록 승객이 차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반복해서 만차 버스가 지나다 보니 고속도로 직전 정류장과 고속도로 중간 환승지에선 버스에 타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찍 나오는 건 기다리는 시간만 그만큼 더 늘어날 뿐, 교통편이 한정적인 지역은 이동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승객들의 역주행 탑승도 잦아졌다.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경쟁이 붙는다. 처음에는 두세 정류장만 올라가도 탑승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여섯 정류장을 더 뒤로 가야 한다.

역주행과 함께 대기 승객이 사라졌던 '뒤쪽' 정류장은 언젠가부터 다시 기다리는 승객이 생겨났다. 먼 거리를 역주행하는 것이 결국 무의미해진 것이다. 역주행 덕에 주거 지역이 아닌 야구장 앞 정류장에 40명 이상이 광역 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전해진 개선 계획 역시 희망을 주긴 어렵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3월 '수도권 광역버스 운행 다양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각 노선의 운행 및 이용실적을 기반으로 분석해 중간배차나 급행화가 필요한 노선을 선정한 것이다.

운행 및 이용실적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현장과 동떨어진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승객은 출근하는 데만 한 버스에 50분을 기다리는데, 개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번 증차가 된 버스는 급행화 대상에 포함됐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던 버스는 이번에도 현행 유지다. 대기줄은 뒤의 버스가 더 길더라도 단편적인 통계치로만 분석하다 보니, 실제 대기 시간에 따른 개선은 불가능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 없이 경기도민의 서울행은 여전히 고될 것으로 보여진다. 2014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제도가 시행되고도 암묵적으로 허용되온 건 재정에 타격을 입는 운수 회사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7월 일부 노조로부터 재개된 입석 금지는 운수 회사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경기도 공공 버스 정책으로 승객이 적어도 금액을 보전받기에 이전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광역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10개월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주요 미디어에서 다뤄주지 않는 탓에 서울 시민은 모르는 경기도민만의 설움으로 가려져 있다. 경기도 버스운송사조합 민원실에는 "의왕톨게이트에서 7시 35분부터 8시 30분까지 거의 한 시간 대기 중에 글쓴다"는 다급한 글부터 "사람 취급 좀 해주세요. 일주일에 3번을 택시 타고 다닌다. 인원 제한을 두고 탑승시키든지 특정 주민만을 위한 버스인가요?"라는 불평 섞인 글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태그:#교통, #경기도, #버스, #입석금지, #수도권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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