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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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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흥하는 건 어렵지만 망하는 건 쉽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 여기저기서 나라의 기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울리고 있습니다. 서까래만 부러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대들보마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가운데 하나라도 병들면 사람 구실 하기가 어렵듯이,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의 몸 상태를 잘 보여준 것이 경제 지표라면, 정신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지표입니다. 그런데 윤 정권이 들어선 이후 두 가지가 모두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더욱 암담한 것은, 앞으로 이런 지표가 더욱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역 수지 14개월 연속 적자... 무역국가 한국의 현주소
 
지난 1일 오후 부산항 일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항 일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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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라의 몸 상태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부터 봅시다. 통계발표를 보는 게 두려울 정도입니다. 경제 관련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나빠지기 국제경기'에서 계속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지표가 수출과 무역수지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출을 통해 경제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라는 점에서, 두 지표는 앞으로 나라의 성장과 발전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입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입니다. 또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 208개 회원국의 2022년(1월~11월) 무역수지를 조사한 결과, 유독 우리나라만 크게 하락했습니다. 전해 18위에서 무려 180단계나 떨어진 198위입니다. 이는 폐쇄 국가 북한(85위)에도 뒤진 순위입니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 배경에 윤 대통령의 '탈중국·반중국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경제 지표가 물질 토대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지수는 나라의 품위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어느 집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에 걸맞은 품위를 갖추지 못하면 졸부라고 조롱받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언론 자유 지수' '민주주의 지수' 동반 하락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 대한민국(2002~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 - 대한민국(2002~2023).
ⓒ 오마이뉴스/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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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5월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세계 각국의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2022년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우리나라 순위는 47위입니다. 지난해보다 4단계 떨어졌습니다. 문재인 정권 5년간은 43위, 41위, 42위, 42위, 43위로 내내 아시아 1위를 유지했지만, 윤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대만(35위)에 수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등수만 보면,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22년도 평가에는, 올해 벌어진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기소, 정권의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정치성 감사, 무차별적인 가짜뉴스 공세 등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우리나라와 관련해 "한국 언론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중략) 규제를 통해 정부가 공영방송사의 고위 경영진을 임명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편집권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치 내년에 나올 언론 자유 지수가 더욱 나빠지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역대 언론자유 지수 순위는, 진보정권에서 오르고 보수정권에서는 내리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지수(2022)' 순위. 총점 8점 이상을 기록한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하는데, 2022년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8.03점을 기록했다. 순위상으로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턱걸이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지수(2022)' 순위. 총점 8점 이상을 기록한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하는데, 2022년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8.03점을 기록했다. 순위상으로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턱걸이인 셈이다.
ⓒ EIU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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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민주주의 지수는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민주주의 지수'입니다.

올해 2월 발표한 2022년도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년보다 8단계나 떨어진 2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일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16위)보다 크게 뒤졌습니다. 이 기관은 보고서에서 "(시민들이) 정치인들이 경쟁자를 쓰러뜨리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쏟아 민주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이것도 내년에 더욱 지수가 나빠질 것을 예고하는 표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 모든 것이 입만 열면 '글로벌 중추 국가', '자유',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윤석열 정권 1년의 성적표입니다. 그나마 현재 처한 실상을 알면서 이런 말을 한다면 개선의 희망이라도 놓지 않겠지만, 윤 대통령의 요즘 언행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미국·일본보다 더욱 강한 반중 정책을 펴고, 국내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데 국정 파트너인 야당 대표는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은 4년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많은 시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빛나는 성취가 하루아침에 날아갈까, 두렵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태그:#윤석열, #윤석열 정권 1년 평가, #무역수지, #언론자유 지수, #민주주의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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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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