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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을 때, 가장 쉽게 찾는 곳이 강원 양양 방면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려 운전하기 편하고 가까우며 산과 바다, 심지어 계곡까지 있으니 최고의 관광지라 할 수 있다. 4월의 마지막 주,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우리는 인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미시령을 넘기로 했다.

용대리 황태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미시령을 넘자 웅장한 울산바위의 측면이 막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는 급반전, 보슬비에서 맑은 하늘로 바뀌며 보는이 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위용에 압도되어 올려다보게 되는 울산바위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조물주가 경관 빼어난 바위들을 금강산에 모이도록 불렀는데 그들 바위중 하나가 울산에서 온 바위였다. 그 덩치가 워낙 크고 무거워 미시령에서 잠시 쉬어가고자 앉았다가 금강산이 모두 빚어지니 고향 울산에 돌아갈 체면이 없어 그냥 미시령에 눌러앉았다는 전설이 다정하다.
 
미시령길에서 마주한 울산바위의  옆면
 미시령길에서 마주한 울산바위의 옆면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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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속초관광시장주차장 제1문'을 찾으면 주차가 편리하고 장을 보면 주차비 부담도 없어 좋다. 단 주말에는 번잡하다는 동행의 설명이다. 유명관광지 시장 물가가 생각보다 저렴하여 부담 없고 그 음식 맛이 좋아 기분 좋은 시장투어다.

대게 다리와 몸통을 부지런히 잘라서 한 마리씩 포장해놓는 능숙한 손놀림의 대게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팩 집는다. 제법 살이 찬 놈이 4만 5000원이면 가성비 우수하고 두,세 명이 함께 그 맛을 즐기기 부족하지 않은 양이다.

하조대 해변에는 서피비치란 곳이 생겨 마치 유명한 동남아 휴양지에 도착한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깔끔히 만들어진 하우스들과 조형물들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좋은 아이디어의 해변으로 여름 성수기에는 MZ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될 것 같다.

특히 'SURFYY BEACH'란 모래사장 조형물이 인기인데 재미난 표정과 포즈들로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의 풍경들이 신나 보인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동남아를 가느니 맨몸에 선글라스 달랑 하나, 하조대 서프비치에서 맛있는 음식에 이국적 바다를 만끽하며 휴가를 즐기는 방법도 탁월한 선택이다.
 
서피비치 전경
 서피비치 전경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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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면 들려야 하는 하조대 정자와 등대. 왜 이곳의 이름이 하조대인가 하면 고려말 문신인 하륜과 조준 두 사람이 만났던 곳이라 하여 이들의 성을 하나씩 따서 붙였단다.

조선건국 개국공신으로 역사드라마에서 들어본듯 하다. 주차를 마치고 우측 오르막길을 잠시 걸어 오르면 하조대 정자가 보인다. 사실 이곳의 주인공은 정자가 아니라 절벽 위에 뿌리 내리고 살아있는 200년 된 보호수, 소나무이다. 바닷바위에 붙어 거친 세월, 모진 해풍을 이겨내고 찾는 이에게 인내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물사진을 찍기보다는 소나무와 그를 지탱해주는 바위를 주인공으로 찍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곳이다.
 
하조대의 보호수
 하조대의 보호수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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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언덕길을 따라 걸어 오르는 하조대 등대길은 바닷물에 여기저기 잠겨있는 바위들과 해안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일출 명소로도 알려졌다.

다음 가볼 곳은 바다 전망이 멋진 사찰 휴휴암이다.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휴휴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기막힌 말이 아닐 수 없다. 마당같이 펼쳐진 바닷가 바위들이 인상적이며 황어 떼가 바닷가 난간 바로 발아래 모이는 신기한 장면은 마치 바다 양식장을 방불케 한다.
  
휴휴암의 넓은 마당바위
 휴휴암의 넓은 마당바위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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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휴암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아들 바위공원이 나온다. 옛날에 노부부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아들을 얻은 후, 자식 없는 부부들이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라는데 신혼부부, 늦둥이를 보고 싶은 이들의 추천 여행지다. 이 바위 저 바위 건너다니며 동자상, 아들 부부상, 코끼리 모양의 바위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아들바위공원에서
 아들바위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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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등대 아래쪽 기암괴석들을 구경하고 등대로 올라 전망대까지 이어진 데크 길을 걷고 돌아오는 시간은 2, 30분이면 족하다.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바다와 자연이 빚어낸 바닷가 조각상들, 데크길 시야에 펼쳐지는 이 장관이야말로 강원도의 힘을 말해주는 듯하다.

아들바위 공원 입구 우측 방파제길을 따라가면 남편이 낚시로 잡은 문어를 그 아내가 판매하는 숨겨진 조그만 가게들이 있는데 그 문어 맛을 보장할 수 있다. 아주 잘 삶아진 문어를 귀갓길에 포장해 가면 집에 도착하여 큰 환영을 받을 지 모른다.

강원도 동해안의 산불이 잦아 여행객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죄송함과 안타까움이 생각나는 부분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는데 산불피해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곳을 찾아가는 것도 그 상처를 치유하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착각이 아니면 좋겠다.

간소한 여행을 꿈꾸며 바다가 보고 싶고 산이 보고 싶고 싱싱한 해산물이 그립다면 양양의 바닷가를 찾아 가볍게 바닷가 산책길을 걷고 출출해지면 시장을 찾아 특산물의 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태그:#휴휴암, #양양, #하조대, #서피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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