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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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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최고위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백범 김구 선생 관련이다. 지난 '제주 4.3 북한 김일성 지령설'을 굽히지 않은 데 이어 다시 한 번 그의 역사인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최고위원이 된 후 소셜미디어 설화 등 구설에 오른 것만 벌써 세 번째다.

태영호 의원의 입이 계속 당의 악재로 작용하자, 당내 일각의 공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당 지도부에서 태영호 의원에게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구,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

태영호 의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역사 바로세우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지난 구정 때 KBS의 '역사저널 그날'이란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런 북한의 전략까지 알려줘야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해당 매체 기자가 '왜 그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감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이어 묻자, 태 의원은 "영국의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좌파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역사를 왜곡한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역사를 왜곡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현재 권력을 공고히 하고, 거기에 기초해서 앞으로 20~30년 동안 좌파 정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토양을 만들잖느냐"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일성의 대남 전략 기조를 강조하려는 맥락이지만,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마지막까지 애쓴 김구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김구가 단순히 김일성에게 이용당하기만 했다는 식의 서술일 뿐더러, 김구에 대한 조명이 마치 이승만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좌파들의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가보훈처에서도 누리집을 통해 김구에 대해 "임시정부 시절 좌우합작을 일궈냈고, 환국한 뒤에 통일국가 수립 운동에 몸을 던졌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2023년 2월 27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컬러로 복원된 김구 선생의 사진이 테스트 송출되고 있다.
 2023년 2월 27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컬러로 복원된 김구 선생의 사진이 테스트 송출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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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오후 CBS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태 최고위원도 한국에 오신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한국의 잘못된 정치를 익혔다고 본다"라며 "유튜버이기도 하고 본인의 소신 발언도 해서 올라왔는데 최고위원이 되시고 나서의 무게감은 좀 다르다. 그런데 이런 무게감을 조금 소홀히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를 지적을 하면 지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발언한 게 문제가 있나' 하고 수용을 하면 되는데 이분은 '내가 뭐가 잘못됐죠?' 이렇게 자꾸 얘기한다"라며 "우리 당에는 그건 좀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 역시 "의원께서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신 것은 환영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상식과 괴리된 말씀을 하시면 곤란하다"라며 "연이어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마시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당 최고위원의 말과 행동은 당원과 국민의 수준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라며 "보수정당의 일원으로서 정치인의 품격을 보여주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자중했으면 좋겠다"... 김기현, 직접 불러서 경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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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태 의원의 연이은 설화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19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태영호 최고위원의 그런 일련의 발언이라든가 이런 게 바람직하다, 또는 여기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런데 일부 발언 중에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이라든가 상식이 있을 거 아니겠느냐?"라며 "우리나라에도 국내에도 40대, 50대 중에 일부 사람들은 한국 전쟁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성장 과정에 잘못 배웠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 태영호 최고(위원)가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하다 보니까 북한에서는 제주에 4.3 우리 사건을 '김일성 교시에 의해서 일어난 남한의 민중봉기였다', 이렇게 가르치고 배웠다 한다"라고 해명했다. 즉, 태영호 의원의 출신 배경 탓에 나오는 발언일 뿐, 당의 주류 의견은 아니라는 식의 선긋기였다. 그는 태 의원을 향해 "자중했으면 좋겠다"라고도 경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SBS는 이날 "김기현 당 대표가 태 최고위원을 비공개로 불러 강하게 경고"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리포트는 익명의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김기현 대표가 "태 최고위원을 불러 경위 설명을 들은 뒤,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로 경고했다"라고 밝혔다.

태그:#태영호, #김일성, #국민의힘,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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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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