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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짇날(음력 3월 3일)은 4월 22일이다. 삼짇날은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로, 3이라는 숫자가 두 번 겹친다고 하여 중삼(重三)라고도 쓴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펴고, 새로운 농사일을 시작할 시점에서 마음을 다 잡고 한 해의 건강과 평화를 비는 명절이다.

답청절이라고도 부르는데, 답청은 '봄에 파랗게 난 풀을 밟고 거닐다, 들을 산책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삼짇날에 들에 나가 풀을 밟는 풍습이 있다.
 
신윤복, 18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28.2x35.6cm, 간송미술관 소장
▲ 연소답청 신윤복, 18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28.2x35.6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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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답청(年少踏靑)이라는 제목처럼, 젊은 청춘들이 봄나들이를 떠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잘 차려입은 양반가 자제들이 각각 제 짝인 기생들을 말에 대신 태우고, 자신들은 걸어가고 있다.

머리에 꽃을 꽂고 담뱃대를 들고 있는 여인, 담뱃대를 달라고 남자에게 손을 내미는 여인도 있다. 신분의 귀천이 분명한 시대였지만, 두 손을 모아 기생에게 담뱃대를 내미는 남자를 보면 엄격한 신분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분홍빛 꽃은 진달래이다.
 
칼 라르손, 1906년, 티엘 갤러리
▲ Azalea  칼 라르손, 1906년, 티엘 갤러리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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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사실주의 화가 칼 라르손(1853~1919)이 그린 진달래이다. 그는 아내와 8명의 아이들을 모델로 삼은, 가정 생활의 정경을 즐겨 그렸다. 

아내인 카린 라르손은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일했는데, 자신들의 집을 흰색 의자, 원목 바닥 등 단순하고 따뜻한 민속 스타일로 꾸몄다. 그곳에서 평화롭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하였다.

그녀의 인테리어는 북유럽 인테리어, 이케아 스타일의 시초라고도 불린다. 그들의 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의 집 중 하나가 되어, 그 후손들은 매년 약 한 달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삼짇날의 음식

진달래 화전, 화면(花麵) 등이 있다. 화전(花煎)은 찹쌀가루 반죽을 둥글고 납작하게 빚어서 꽃잎을 얹고 기름에 지져내는 떡이다. 계절에 따라 장미나 국화 등을 넣었는데, 봄철에는 주로 진달래 꽃잎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화면은 한국 고유의 화채이다.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 물에 띄우고, 여기에 꿀과 잣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Curtis's Botanical Magazine, London., M.S. del., J.N.Fitch lith., 1910년
▲ 진달래 Curtis's Botanical Magazine, London., M.S. del., J.N.Fitch lith., 1910년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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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하여, 두견화라는 이명이 있다. 또한 참꽃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진달래와 비슷한 철쭉은 독이 있어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라고 불리는 것과 비교된다. 진달래는 화전(두견화전), 술(두견주) 등으로 여러 음식에 활용한다.

진달래와 철쭉은 모두 진달래과에 속하는데 진달래(4월 초)가 철쭉(5월)에 비해 좀 더 이른 시기에 핀다. 또한 진달래는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반해, 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난다. 그래서 멀리서 보았을 때 분홍색으로 보이면 진달래, 푸른색과 섞여 있으면 철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_대한민국_2395, 한국저작권위원회 / EBS_식물_0480, 한국교육방송공사
▲ 진달래 / 철쭉 국내_대한민국_2395, 한국저작권위원회 / EBS_식물_0480, 한국교육방송공사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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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기침을 멈추고, 통증을 줄여주는 작용이 있다. 관절염, 고혈압에 응용 가능하다. 여름철에 진달래 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두견화엽을 약재로 쓰기도 한다.
맛은 달고 시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천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약리 실험에서 혈압 강하, 항균 작용 등이 밝혀졌으며, 감기, 기관지염, 고혈압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음식으로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 불리는 철쭉도 소량(0.3~0.6g)으로 사용하면 약재로 쓸 수 있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꽃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양척촉(羊躑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양이 척촉(철쭉)을 잘못 먹으면 죽기 때문에 양척촉이라 한다고 설명한다.

풍습사(風濕邪)를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움직임이 불편할 때 활용한다. 또한 철쭉에 있는 독성인 안드로메도톡신은 혈압 강하 작용이 있다고 밝혀졌다.

철쭉의 독은 꽃뿐 아니라 잎과 가지에도 있어 손으로 만지기보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독이 없다고 알려진 진달래에도 철쭉과 같은 독이 있다. 다만 그 양이 철쭉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덜 위험할 뿐이다.

특히 꽃의 수술에 독이 많은 편이므로, 몸이 약하거나 어린아이들은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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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자 : 자양강장 효과, 땀을 흘리거나 입이 건조하고 갈증이 날 때 좋다. 가슴이 두근대고 꿈을 많이 꾸며 잠을 못 잘 때도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여름 음료에 많이 활용됨.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4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기사에 포함된 그림은 만료저작물 public domain을 사용하였습니다.


태그:#진달래, #철쭉, #삼짇날, #화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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