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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출가해서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명상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기자말]
명상은 우리의 마음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감을 느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닙니다.
▲ 분당 보라선원의 일요 명상반 명상은 우리의 마음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감을 느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닙니다.
ⓒ 현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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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중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지?'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사실 다른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필요 없는 말을 계속 해대길 좋아합니다.

이렇게 듣는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고, 우리 시간도 낭비하면서 서로 필요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무의미한 이야기는 계속 오고 갑니다. 보통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있지 않을 때도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에고는 무의미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할까요? 어째서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길 원하고, 달콤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걸까요? 어떤 때는 그냥 시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큰 의미없이 말을 하고 또 합니다. 냉정하게 들여다 보십시오. 아무런 의미나 필요가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은 자주 생깁니다. 

"오늘 춥다!", "어제 잘 잤어?", "봄이 왔네!", "꽃이 이쁘다", "환경이 오염되는데 큰 일이네" 그냥 말만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누군가와 만나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가볍게 대화하거나, 농담을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 많은 경우 우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자아입니다. 그리고 그걸 때로는 "에고(Ego)"라고도 부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한 테이블에 앉으면, 침묵이 서로를 불편하게 합니다. 특히 서양 문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앉아도 침묵을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에고는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생각이 일어납니다. "안녕하세요. 멀리서 오셨나요?", "저 여기 앉아도 될까요?" 등 말을 시작합니다. 또는 말은 하지 않지만 머리속이 시끄러워집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누군가와 앉으면 말을 하지 못하면, 안절부절하고 편하질 못합니다. 

우리의 에고는 망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고요함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그래서 입을 열거나 안절부절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아상 즉 에고는 "움직임"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속 움직이고 또 움직입니다. 그래서 고요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 것을 영어로 "거북한 침묵(Awkward Silence)"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 함께 있으면 불안해져서, 우리의 에고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그런 우리의 아상은 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그게 정상입니다.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자꾸 꼼지락거립니다. 무언가 계속 해야 합니다. 근육을 쓰고, 얼굴 표정을 짓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일어나서 걸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명상의 첫 과정은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앉아서 우리의 에고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아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인지하는 과정입니다. 일단 우리가 아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지해야만, 그걸 통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가 아상 즉 우리의 의식하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면, 통제란 없습니다. 우리는 생각에 늘 휩쓸리고, 내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명상을 시작한다면 매일 충분히 오래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동시발행합니다.


태그:#참선, #이야기, #명상, #망상,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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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위산사에서 영화스님의 제자로 출가했고,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하며 선 명상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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