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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기만 한 어둠 속의 새벽 바다에 가끔씩 낮은 파도소리가 들리고 조금씩 일출의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고요하기만 한 어둠 속의 새벽 바다에 가끔씩 낮은 파도소리가 들리고 조금씩 일출의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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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추위가 만만치 않다. 어디쯤 와 있을 봄을 그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찬 공기를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확실한 기분전환이 된다.

인천 영종도는 크고 작은 섬들과 아름다운 해변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매력을 보여준다. 영종도의 작은 포구 거잠포는 지형 특성상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명소다.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든다. 저녁이면 해가 뜬 자리에서 다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공항전철을 이용해도 될 만큼 교통도 수월하고 접근하기 쉽다. 당일은 물론이고 반나절로도 가볍게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다. 

밤사이 차오른 바다 저편에 섬 하나 오롯하다. 거잠포 선착장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 매도랑은 상어 지느러미를 닮았다 하여 흔히 '샤크섬'이라 불린다. 새벽의 거잠포 선착장에는 일출을 보기 위한 이들이 이미 서성인다.

태양이 물들일 때
 
섬과 작은 배와 때마침 지나가는 비행기가 함께하는 거잠포의 해돋이는 언제나 일품이다
 섬과 작은 배와 때마침 지나가는 비행기가 함께하는 거잠포의 해돋이는 언제나 일품이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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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일몰 때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대기 중인 사진가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쨍하도록 시린 추위에 온몸이 떨려오지만 모두들 숨죽여 일출을 기다린다. 자못 엄숙하기까지 하다. 

이윽고 하늘과 바다에 불그스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빼꼼히 손톱만큼 바닷속에서 해가 머리를 내밀면 기대에 찬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날마다 해는 떠오르지만 거잠포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해는 특별하다. 점점 붉은 태양이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이는데, 주변의 섬과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감동이다. 

세상을 일깨우는 순간이다. 해가 물 위로 비집고 올라오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동감의 극치다. 둥근 모양을 꽉 채운 태양이 상어를 닮은 섬 옆으로 떠오르더니 차츰 위쪽으로 뻗친 상어 꼬리 끝부분으로 다다른다. 장엄한 해돋이의 위엄 앞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다. 근처의 인천국제공항 덕분에 가끔씩 날아오르는 비행기도 제법 배경이 되어준다.

거잠포에서 맞은 일출 의식을 마무리하고 조금 더 새벽의 기운을 즐기고 싶다면 10분 거리의 석산곶으로 향해보자. 그곳에 가면 인천대교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어차피 나선 새벽 나들이에 겨울바다를 한 번 더 느껴보고 각기 다른 해돋이의 모습으로 여운을 맛본다. 새벽 댓바람에 너른 바다를 앞에 두고 두 번의 해돋이를 만끽할 기회다. 

석산곶 입구로 다가가면 철문 옆 낮은 언덕에 초소가 자리한다. 야간에는 무단출입이 어렵다. 새벽엔 출항하지 않은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서 더욱 한적하다. 대부분 섬이나 자연 풍광이 일출의 배경이었다면 이곳은 인천대교와 도시의 빌딩숲인 송도 무역단지가 배경이다.

해는 이미 떠올랐고 바다 위로 온통 달아오른 아침 햇살이 붉고 노랗게 퍼져있다. 그 아래로 이제는 조금씩 녹고 있는 유빙이 둥둥 떠 있는 게 보인다. 인천대교의 주탑과 도시 사이로 뿌려지는 아침햇살의 조화가 신비롭다. 길고 긴 다리와 인천이라는 대도시의 풍경이 저 멀리 아련하다. 다리 위로 부지런한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자동차가 휙휙 달려간다. 서서히 어둠이 사라지고 하루가 밝아온다.

간 김에 조금 더 보기, 용유 하늘 전망대

거잠포 선착장 뒤로 용유 하늘전망대가 있다. 용유역 맞은편이다. 용유하늘 전망대는 지역주민들과 여행자들이 매도랑과 주변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일출전망대와 휴식공간으로 조성됐다. 용유 8경 중 6경에 해당한다. 

한낮엔 사렴도와 호룡곡산을 비롯한 잠진도와 무의도, 그사이에 놓인 무의대교와 부속섬들을 조망할 수 있고 왕산, 백운산은 물론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시원하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는 매도랑의 장엄한 해돋이와 멋진 노을의 풍경, 인천공항의 야경 또한 멋지다. 사방으로 탁 트여서 바다와 숲과 섬, 도시, 인천공항1터미널로 향하는 자기부상철도가 보인다. 무엇보다도 나선형 계단 따라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매섭도록 찬바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한 발 더 들어가기, 용유 8경]

▲용유 1경: 왕산해변의 왕산낙조 ▲용유 2경: 용유도가 매립되기 전 옛 비포해안에 있던 비포장군바위 ▲용유 3경: 선녀바위 해변의 선녀기암 ▲용유 4경: 마시안해변의 명사십리 ▲용유 5경: 오성산의 오성단풍 ▲용유 6경: 거잠포 앞바다의 밤풍경인 잠진어화 ▲용유 7경: 해무가 섬 산자락에 걸린 풍광의 무의조무 ▲용유 8경: 어선들이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팔미도를 배경으로 돌아오는 모습의 팔미귀범 등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인천공항으로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로 낮게 날아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나라별 항공기의 색깔과 디자인까지 보일 정도다. 비행기를 가까이서 만나는 느낌도 꽤 괜찮다. 먼 곳에의 그리움이 불끈 솟는 순간이다.

 
용유 8경 중 6경에 해당하는 용유하늘전망대에서 인천의 섬과 도시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용유 8경 중 6경에 해당하는 용유하늘전망대에서 인천의 섬과 도시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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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빛나는 겨울바다와 멀리 인천대교가 배경이 되어주는 석산곶의 아침이 밝아온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겨울바다와 멀리 인천대교가 배경이 되어주는 석산곶의 아침이 밝아온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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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주변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늘을 낮게 나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영종도 주변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늘을 낮게 나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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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 newtree1401@naver.com

태그:#해돋이, #영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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