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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가운데, 1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삼일절 평화훈장을 수여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훈을 거부한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겠단 의미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가운데, 1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삼일절 평화훈장을 수여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훈을 거부한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겠단 의미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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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뺏은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우리가 직접 드립시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 서훈에 제동을 걸자 부산 시민들이 평화훈장 수여 추진에 나선다. 대통령과 정부가 반대한다면, 자발적으로 시민의 뜻을 모아 평화훈장을 대신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시기는 다가오는 104번째 삼일절로 정했다.

일본 눈치? 징용피해자 인권상 무산의 '후폭풍'

지난해 12월 양금덕 할머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천한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상 수여는 결국 무산됐다. 앞서 인권위는 '인권상 포상 추천' 명단을 공개해 양금덕 할머니가 대상자임을 확인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익과 일본의 사죄배상을 위해 한평생을 싸워온 할머니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상훈법에 국민훈장 등은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수여한다.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외교부는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이후 파장이 컸다. 학벌없는사회시민모임이 과거 받은 인권상을 반납하는 등 항의가 이어졌다. 심지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후폭풍은 곳곳으로 번졌다. 일본의 외교공관인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이 있는 부산에서도 "정부가 거부한다면 시민이 나서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부산여성행동, 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일본방사능오염수규탄부산시민행동 등은 최근 논의를 거쳐 별도의 추진위를 꾸렸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가운데, 1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삼일절 평화훈장을 수여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훈을 거부한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겠단 의미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가운데, 1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삼일절 평화훈장을 수여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훈을 거부한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겠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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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만여 명의 시민 추천인을 모아 일제강점기에 맞섰던 삼일절의 의미까지 더해 내달 1일 평화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전위봉 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상황실장은 "온·오프라인(https://vvd.im/할머니의평화훈장)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삼일절에 그 뜻을 모아낼 것"이라며 "70여 개 단체가 의지를 밝혔고,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4일에는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를 찾아 관련 일정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훈 논란을 대일 굴욕외교의 결과로 규정하며 국민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제삼자 대위변제' 등 강제동원 해법안을 비판한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대표는 "정부가 철저히 일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다"며 "우리는 양금덕 할머니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연대를 시사했다.

부산지역이 서훈 수여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선 공간적 배경을 강조했다. 이원규 평화훈장 추진위 대변인은 "강제징용노동자상·평화의소녀상·항일거리 등 부산은 꾸준히 일본의 사죄배상 문제를 공론화해온 곳이다.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뒤 정부가 저렇게 나온다면, 시민의 힘으로 상을 수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국민훈장 수여를 막은 정부를 대신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상을 수여하자는 움직임은 사실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 시민들이 고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양금덕 할머니에게 '우리들의 인권상'을, 지난달에는 울산겨레하나가 '시민훈장'을 수여했다.

이달 초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대한민국 국민이 드리는 시민훈장'을 양금덕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시민모임의 김정은 사무처장은 "할머니의 30년 싸움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에 아직 일본에 사죄배상을 받진 못했지만, 할머니는 큰 위로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도 영상을 통해 반응을 직접 보내왔다. 부산 평화훈장 추진위는 이날 할머니의 응답을 담은 영상을 일정과 같이 공개했다. 부산 시민의 상 수여 계획에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을 상대로 한 사죄배상) 투쟁이 어렵고 힘들지만 이렇게 기억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양금덕(94) 할머니가 평화훈장 수여를 추진하는 시민들에게 보내온 영상의 일부. 부산 시민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최근 제삼자 대위변제안을 내놓은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담겼다.
 양금덕(94) 할머니가 평화훈장 수여를 추진하는 시민들에게 보내온 영상의 일부. 부산 시민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최근 제삼자 대위변제안을 내놓은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담겼다.
ⓒ 양금덕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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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일관계,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평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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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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