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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의 부산지역 B 총국장이 '벌레'를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
 코웨이의 부산지역 B 총국장이 '벌레'를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CL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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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생활가전 렌탈업체의 한 상급 관리자가 직원들을 벌레로 비유하며 막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노동조합의 법적 대응 시사에 사측은 사실 확인과 후속 조처를 강조했다.

발끈한 노동자들 "구성원 벌레 취급, 위화감 조성"

"구성원들을 개돼지보다 못한 벌레 취급을 하며 위화감을 조성, 사기를 떨어트리는 행위 또한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입니다."

지난 12일 코웨이의 부산 A 지역총국 사무실 앞. 서대성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CL 지부장이 회사를 향해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누군가의 발언을 두고 서 지부장은 현행법 위반은 물론 조직 내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관련자 해임을 주장했다. 코웨이CL지부는 코웨이의 영업관리직군 지국장·팀장·행정매니저로 구성된 노조다.

이날 이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A 총국의 B 총국장은 여러 차례 논란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 B 총국장이 직원들을 험담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앱은 회사 이메일로 직장 소속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알게 된 B 총국장은 며칠 뒤 공개적으로 이 사안을 거론했다.

B 총국장은 23일 "블라인드총국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말을 만들어내는 벌레들이 살고 있나 봅니다"라면서 "습하고 어두침침한 곳에 사는 벌레들은 주위가 밝아지면 숨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밝고 선한 영향력으로 이런 벌레들을 몰아냅시다"라고 직원 40여 명에게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한 공개적 압박인 셈이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CL지부가 12일 코웨이의 부산 한 지역사무실 앞에서 상급관리자의 '벌레' 발언을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CL지부가 12일 코웨이의 부산 한 지역사무실 앞에서 상급관리자의 '벌레' 발언을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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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해당 발언이 반복됐단 점이다. 노조는 "지난 2일 코웨이 본사에 항의공문을 발송하자 다음 날 B 총국장이 다시 직원을 소집해 벌레를 말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라고 반발했다. 이 공문에는 B 총국장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구성원들의 송별회 자리 참석을 놓고 '가지 않고 에프킬라 한 박스 선물을 보내겠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노동자=벌레'로 보는 태도가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 사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후속 절차를 논의 중이다. 별도의 비상대책위를 꾸려 대처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강병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정책실장은 "직원들을 대놓고 벌레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상급자가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시행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은 사용자 등이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법률전문가 또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박현익(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그 유형에는 폭언과 막말 등 언어적 폭력도 포함된다"라며 "불특정 다수라지만 싫은 직원들을 벌레라고 표현한 말의 맥락을 보면 노조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뉘앙스이고, 상당히 위협적이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B 총국장은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B 총국장의 반론을 들으려 A 총국에 메시지를 남기고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날 낮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측은 유관부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코웨이는 최근 노조로 보낸 공문에서 "정식 절차에 따른 조사 등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코웨이 관계자도 관련 질의에 "철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명확한 원칙에 따라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태그:#코웨이, #렌탈업체, #벌레, #코웨이CL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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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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