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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에 있는 의류공장 '라나플라자'가 붕괴하였다. 붕괴 전날, 붕괴징후가 보임에도 공장주는 납품기한을 맞추어야 한다는 이유로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사고로 1129명이 사망, 2500명이 넘은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방글라데시 정부는 규제강화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였고, 패션기업들은 노동조건 개선 등 윤리적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전 세계에 의류산업 노동 현실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패스트패션의 탄생과 죽음... 제조부터 폐기까지 문제점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하여 저렴하게 생산, 유통되는 패션을 의미한다. 최근 각종 SNS와 미디어 매체의 영향으로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자신의 외적 스타일을 꾸미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류 과잉 생산과 소비, 폐기는 의류산업 환경 및 노동 측면의 문제점을 가속화했다.

옷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면화 재배에 사용되는 농약은 전 세계 사용량의 22%를 차지한다. 티셔츠 1장을 만드는 데 약 2700L의 물이 사용되며 염색 과정에서 다양한 염료와 표백제 등의 사용으로 수질오염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전 세계 폐수의 20%를 차지한다. 또한 의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에 꼽힌다.

전 세계 의류 수출국 2위인 방글라데시는 경제 성장이 1996년 이후 매년 5~6%씩 상승하고 있다. 그중 섬유어〮패럴 부문은 자국 수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주요 산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라나플라자 참사가 일어난 2013년 당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24센트로, 원화 266원에 해당하는 임금만을 받으며 노동착취에 시달렸다. 글로벌생활임금연대(GLWC)에 따르면 일주일에 6일, 하루 10~16시간 동안 근무하며 빈곤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제조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노동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옷들은 평균 2주 만에 자라, H&M 등과 같은 패스트패션 매장에 진열된다. 싼값에 과잉 구매된 의류는 유행이 치여 결국 헌옷수거함에 버려지게 되는데, 그중 단 5%로만이 다시 구제시장으로 나와 재판매된다. 나머지 95%는 개발도상국으로 재수출되는데, 이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을 완전히 넘어서며, 거대한 의류 쓰레기 산이 만들어지고 그대로 방치된다.
 
의류 쓰레기 더미에서 폐의류를 뜯어 먹고 있는 소들 [출처]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의류 쓰레기 더미에서 폐의류를 뜯어 먹고 있는 소들 [출처]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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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라나플라자 참사 이후 방글라데시 정부는 규제 강화를 선언하였으나,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수준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의류산업은 방글라데시 주요 수출원이다 보니, 중국, 인도 등 의류 산업국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근로조건의 실질적 개선을 받아내지 못했다. 

패션기업은 윤리 기준 강화에 나섰지만 이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으로 결국 하청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단가를 맞추며 선진국에서 저개발국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ESG 경영 일환으로 친환경적이고 노동 친화적 경영을 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패스트패션의 대표기업인 H&M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사용한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선보였다. 출시 당시, 지속 가능성을 어필하며 일반 상품보다 비싼 값을 책정하여 판매했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을 기만한 그린워싱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뉴욕 시민의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다. 글로벌 친환경 캠페인 기구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hanging Market Foundation, CMF)'에 따르면 H&M의 컨셔스 컬렉션은 합성섬유 혼용률이 72%이고, 일반 의류에 비해 물 사용을 20% 절약했다던 제품은 실제로는 20% 더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도 의류 제조와 폐기로 인한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의류 노동자들은 양질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더 빨리, 많은 옷을 만들기 위해 높은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행하는 옷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면 합리적 소비라 판단하지만, '합리적 소비'의 정의를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값싼 옷을 무분별하게 구매한 대가로 지구의 수명은 단축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 직면해있다.

순환 패션의 시대, 교환 문화 확산시켜야

패스트패션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선 시민의 관심과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흔히 '중고 옷'이라고 하면 해지고 입을 수 없는 옷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에 따르면 의류 한 벌당 평균 착용 횟수는 7회이다. 소비자의 중고 옷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서 중고 의류 매장 이용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새로운 옷을 '구매'하기 보다 중고 옷을 '교환'한다면 옷이 생산되고 폐기되기까지 과정을 늦출 수 있다. 교환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한데, 오래 입기 위해선 결국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 개인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옷을 구매할 때 유행보단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선택하여 무분별한 의류 폐기를 지양하는 것이다.
  
다시입다연구소 21% 팝업스토어(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다시입다연구소 21% 팝업스토어(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프로젝트 PF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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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 유럽에선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을 철폐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독일은 최초로 그린마크라는 친환경 인증 마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의류 생산과 폐의류 처분에 관한 명확한 정책이 없다. 소비자는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여 정부와 기업에 규제 마련을 요구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정책 수립 및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는 지속 가능한 의생활 캠페인 및 시민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영리법인이다. 해당 법인은 현재 '패션 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12월 6일 다시입다연구소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패션 기업이 브랜드의 희소성과 이미지를 위해 패션 재고가 폐기되고 있는 현황을 비판하며 많은 시민이 참여해줄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서명운동 참여와 패션기업의 윤리규정 준수 여부 확인 등 시민이 패션 산업에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행동으로 실천하여야 한다고 답하였다.
  
다시입다연구소 법 제정 캠페인[출처]https://campaigns.kr/campaigns/604
 다시입다연구소 법 제정 캠페인[출처]https://campaigns.kr/campaigns/604
ⓒ 캠페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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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속 가능한 패션은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함께해야 만들 수 있다. 패스트패션의 여러 문제의식을 고취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가져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패스트패션'을 주제로 활동한 PFF팀(남희정, 안예솔, 이세영, 이인서)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태그:#패스트패션, #환경, #노동착취, #지속가능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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