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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도별로 인구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서울은 1인당 교통부문 온실가스를 연간 0.8톤가량 배출한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광역지자체 1인당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평균 2톤으로 서울의 2~3배에 달한다. 서울과 비서울 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차이는 대중교통 인프라의 격차에서 비롯된다. 즉 교통부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중교통이 확산되고, 공공교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사)환경정의는 지역의 주체들이 지역 대중교통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옥천의 사례를 통해 지역 대중교통의 현실을 살펴봤다. 공공교통 인프라 부족은 특히 운전할 수 없는 청소년과 여성 노인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너무 긴 배차간격과 저녁 7~8시면 끊기는 막차, 코로나로 짧아진 노선이 회복되지 않자 이들은 비용과 시간을 더 지출하거나 사회적 교류가 사라지는 등 일상의 제약을 경험했다.

옥천군 청소년(10대)과 여성 노인(65세 이상)은 옥천군 인구의 25%를 차지한다(1만 2673명, 22년 10월 기준, 옥천군청).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이 적지 않음에도 행정 시스템과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업체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용자(주민) 중심의 대중교통 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옥천 시민들은 어떻게 대안을 찾아가고 있을까?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 문제, 청소년의 목소리가 담긴 정책'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정책 제안을 설명하는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회장
▲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장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정책 제안을 설명하는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회장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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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청산면에 살았는데,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버스가 하루에 두세 대밖에 없어요. 그래서 버스 현대화 사업을 제안했어요."

전동킥보드 지원 사업을 공유 자전거 사업으로 변경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정비하자는 제안도 청소년의 시각에서 나왔다.

"지금 현행법상으로는 원동기 이상 면허 소지자여야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은 이용을 못 해요. 그래서 공유 자전거를 제안했어요. 그런데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까 킥보드나 자전거가 자꾸 인도로 올라와서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회장이 꿈꾸는 도시는 평범하다. 옥천을 좋아하는 만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옥천을 바란다. 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군민들이 옥천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시니어 입장을 대변한 기사로 세상에 알리다
 
조명숙 시니어 기자님
▲ 조명숙 시니어 기자 조명숙 시니어 기자님
ⓒ 조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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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노선을 설명하신 홍순자 기자님
▲ 홍순자 시니어 기자단 버스 노선을 설명하신 홍순자 기자님
ⓒ 홍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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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자 기자는 직접 쓴 기사를 통해 주변 어르신들이 겪는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과 버스노선 확장, 20만 원 교통카드 지원 확대 등을 제안하고, 불편한 대중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옥천 신문에 글을 썼지요. 그리고 군의원 후보님들한테, '각 마을에 다니면서 애로점이 뭔가 노인장 가서 들어봐주세요.' 그 말을 참 많이 했어요." (홍순자, 81세)

"군청으로도 전화를 몇 번 해봤어요. 공무원이 이해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옥천군에 그런 동네가 한두 동네가 아니에요.' 그러더라고요." (조명숙, 77세)


어르신들은 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루 세 번 오는 종합 복지관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고, 지인의 차를 얻어 탔다. 그래도 이동이 불편하자, 낯선 곳으로의 이주까지 고민하게 됐다.

"주민들이 떠나요. 그리고 나도 '이사 가면 되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오가는 게 너무 힘드니까." (홍순자, 81세)

노년에 평생을 살아온 집과 동네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홍순자 기자와 조명숙 기자는 이주가 아니라 대중교통의 개선을 원했다.

"우리 주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푸른 숲도 많고, 교통도 편리한 좋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조명숙, 77세)

"순환버스 있으면 굳이 자가용 타고 나갈 필요가 없어요. 장에도 가고요."(홍순자, 81세)


두 기자의 바람처럼 옥천의 대중교통이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개선된다면 시민들이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주민들이 머무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인터뷰에 응하시는 하승우 이후연구소장님
▲ 하승우 이후연구소장 인터뷰에 응하시는 하승우 이후연구소장님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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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주민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차량은 늘어요. 옥천주민 가구당 승용차 보유가 0.6대예요. 대중교통이 불편하니까 자가용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는 거죠. 매년 옥천군청에서 시행하는 사회조사에서 타지역으로 이사 예정 이유를 보면 '자녀 교육'을 제치고 '교통·편의시설이 편해서'가 2위예요. 1위는 당연히 일자리 문제고. 지방 정부가 계속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인구가 줄어들지 않게끔 정책으로 보장해주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하승우 이후연구소장)

주민의 이주까지 영향을 미치는 옥천의 교통, 주민들이 생각하는 우선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과제는 마을 순환버스 공론화, 그리고 버스 공영제
 
순환버스를 설명하시는 군의원
▲ 송윤섭 옥천군의원 순환버스를 설명하시는 군의원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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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면 도서관 마을버스는 주민 자치적으로 운영됐다. 노선과 정류장도 주민들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다.

"도서관을 지어 놓으면 아이들이 누구나 다 이용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교통수단이 없으니까 이용할 수 있는 아이들이 한정되는 거예요. 도서관 운영이 끝난 저녁 시간에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태워 갈 수 있는 아이들만 이용이 가능한 거죠.

할아버지하고 사는 아이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운 아이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 마을버스가 도서관에 노는 아이들을 태우고 아예 마을 면 한 바퀴를 돌아서 가가호호 들러 다 내려줬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거죠." (송윤섭 군의원)


그는 주민들이 욕구에 맞게 대중교통을 운영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버스 공영제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버스 운영의 목적이 이익 창출이 아니라, 주민의 편익 제공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하죠. 실질적으로는 네 면을 넘나들 수 있는 교통 체계가 가능해야 지역 관광도 활성화시킬 수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 지역 내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자가용 이용자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실상을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대중교통이 교통 약자만의 문제를 넘어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일임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는 문제해결의 핵심은 주민 자치에 있다고 본다. 마을 순환 버스의 도입도 노선을 결정하는 등 전반적인 운영과정에 주민의 의견과 사정이 담겨야 효율적인 관리와 공동체의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버스 공영화, 마을 순환버스가 시행하더라도 행정 중심으로 노선이나 운행 시간이 결정돼 버리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요. 마을버스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까지도 다 담보를 해줘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면단위별로 다 다른 사정이 잘 반영되어야 해요."

옥천 주민들이 대상화된 존재가 아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때, 불편한 대중교통의 문제도 기후위기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심층 인터뷰를 참여해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지방에 사는 그 자체만으로 서울 주민보다 교통부문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가해자이자 대중교통이나 문화적 인프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피해자라는 이야기에 어떤 입장이세요?'

"비수도권 주민이 서울에 거주하는 주민보다 1인당 교통부문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는 통계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의외였어요. 농촌에서 살고 있는 내가 기후위기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송윤섭 군의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가용이 많아요. 주차할 데가 없어서 막 빙빙빙 돌아다녀. 그러다 보면 배출가스가 막 나오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 옥천에서 자가용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면 그건 쉽지 않아요. 불편하니까요." (홍순자, 81세)

"어느 지역의 청년이든, 청소년이든 문화생활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동권이 제대로 잘 보장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지방에서는 교통이 불편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택시나 부모님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지방의 청소년이 선택한 문제가 아닌 거죠.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청소년들보다 지방 청년, 청소년이 어쩔 수 없이 온실가스를 좀 더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선택하지 않은 문제로 가해자라는 소리를 듣는 건 부당하죠. 피해자라고 하는 것도요. 이분법적으로 대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청소년, 청년을 문제를 풀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해결의 주체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회장)


교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제안이나 논의 과정에서도 기후시민인 지역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돼선 안 된다.

☞ 지역간 교통 불평등 영상 보러가기

[관련 기사]
① 교통 온실가스 줄이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② "차없인 못 살아요"... 지역간 교통 불평등, 주민에 물어보니
 
환경정의는 옥천군 시민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교통 불편과 대안을 들었다.
▲ QR코드 : 지역간 교통불평등 영상 보러가기 환경정의는 옥천군 시민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교통 불편과 대안을 들었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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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본 기사는 환경정의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태그:#환경정의, #대중교통, #버스, #기후정의, #옥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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