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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김치전. 바삭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내가 만든 김치전. 바삭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 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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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오후, 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직장 동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밀접 접촉자가 됐다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방역 수칙을 꼼꼼히 지키는 엄마이셨기에, 확진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시간 뒤, 가족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 엄마의 메시지 알림이 떴다.

"신속항원검사 했는데 양성이래."

많이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출장 중이신 아빠와 나이가 어린 동생은 엄마를 돌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내가 엄마의 자가격리 동안 보호자가 돼야 했다.

엄마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된다며 너무 부담갖지 말라고 나를 안도시키셨다. 그러나 좁은 방 안에서 고생하고 계실 엄마를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나도 정성을 담아 엄마를 위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엄마의 '최애' 음식을 떠올렸다. 바로 김치전. 요리 솜씨는 없지만 도전할 만한 음식이라고 생각해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잘 돼 가고 있는 것인지, 간은 잘 맞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실패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지 않았다. 레시피를 정독하며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했다.

드디어 완성! 입맛이 없다고 하셔서 다 못 드실 줄 알았는데, 엄마는 내 김치전을 맛있게 다 드셨다. 빈 그릇을 설거지할 땐, 나의 노력과 정성이 사랑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린 것 같아 울컥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사랑을 전달해드릴 걸 하고 후회했다.

나는, 코로나19 덕분에 꽤나 오랜만에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평소에 엄마에게 감사함과 사랑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확 체감되는 가족의 소중함. 이런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한 번씩 닥쳤을 때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매일매일 시도 때도 없이 표현해도 되는 것이 사랑이다. 끊임 없는 사랑 표현, 이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태그:#코로나19, #엄마,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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