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늘부터 당 조직 재정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했다. 조강특위는 위원장이 공석인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재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당무감사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지역 조직 장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 지우기의 일환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동시에 당내 '투 톱'인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 묘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정진석 "당 조직 재정비 본격적 착수... 내후년 총선 승리 위해"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27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오늘부터 김석기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당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고, 당 조직 재정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당협위원회 중) 27%에 달하는 당협 조직위원장이 비어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이를 위한 집권여당의 확실한 뒷받침을 위해, 조직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당협을 운영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내후년 총선 승리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공정한 정비 작업을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조강특위는 규정상 당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이양수와 엄태영 두 의원 역시 조강특위에 합류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현역 중에서 최춘식(경기 포천시가평군, 초선), 배현진(서울 송파을, 초선) 의원이 승선했다. 원외 인사로는 함경우 국민의힘 경기도당 광주시갑 당협위원장, 법무법인 강함의 함인경 변호사가 포함됐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 사람의 인선을 추천받아서, 총 7명으로 (조강특위를) 구성하게 됐다"라며 "다양한 경로로 의견도 청취하고, 여러 가지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7인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직 외에 네 분을 추천할 때는 수도권 중심으로 했다"라며 "왜냐하면 (사고 당협) 69곳 중 44군데가 서울·경기·인천이다. 그래서 서울·경기 사정을 잘 아는, 또 이쪽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했다"라고 지역적 안배가 이뤄졌음을 알렸다.

또한 "우리 규정에 보면 청년·여성도 일정 비율 들어가야 된다. 그 규정도 저희가 충분히 충족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조강특위를 구성하면 거기에도 대변인 역할을 할 분도 필요해서 그런 것도 감안했고, 아무래도 변호사 자격이 있는 분이 한 사람 있는 게 바람직하다"라고도 덧붙였다.
 
김석기 "정기 당무감사, 2020년 이후 못해... 필요한 시기"
 
김 사무총장은 이날 "(사고 당협 정비를) 가급적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라며 "공석을 오랫동안 그대로 두는 것은 당력 저하를 초래한다"라고 짚었다. 그는 "당협별로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느냐? 정책 홍보도 당협 중심으로 하고 있고, 당원배가운동도 해야 할 시점"이라며 "할 일이 많은데 당협위원장이 없으면 그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 재임 중 사고 당협을 채우기 위해 당협위원장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공방 탓에 유야무야 중단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때) 공모를 받은 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라며 "여러 가지 사정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강특위) 위원들과 논의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전 대표 '지우기'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무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당무감사 관련해서는 현재 정해진 건 없다"라면서도 "정기 당무감사를 우리 당헌·당규상 연 1회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2020년도 이후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3년째 한 번도 정기 당무감사를 안 했기 때문에, 당무감사를 할 필요가 있는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라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친이준석계'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자리 떠난 주호영... '현장 비대위' 두고 정진석과 불편?
  

큰사진보기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 '불편한' 기류로 해석될 수도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비대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진행되던 도중,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장 자리를 떠난 것. 당초 국민의힘이 밝힌 주호영 원내대표의 다음 일정은 오전 11시 국회예산정책처 설립 19주년 기념식 참석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회의를 마치고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 자리에서, 평소와 달리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이 공지한 정 비대위원장의 다음 공식 일정은 오후 1시 40분 의원총회였다. 두 사람 모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점,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점이 겹친다.
 
지난 25일 <매일경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지난주 여야 충돌로 무산된 '지방 행보'를 오는 28일 재개한다"라며 "여야간 강대강 대치로 국회 안팎에서 긴장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 위원장의 지방행을 놓고 당 지도부 내에서 묘한 갈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취임 후인 지난 13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현장 비대위 회의를 가졌지만, 이 자리에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진행 도중 당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주 원내대표가 지역 현장 비대위 회의를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당시에도 들려 왔다. 정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20일에도 천안과 세종을 방문해 비대위 회의와 여러 현장 방문을 기획했다가 야당과의 갈등이 커지며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지방 행보는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이전에 취소됐던 현장 방문을 재개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현장 비대위가 예정된 금요일은 원내대책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날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는 동참하기 쉽지 않다.
 
<매일경제>는 "실제 24일 국민의힘 비대위 비공개 회의 막판에 정 위원장이 지방행 추진을 알렸고 이에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가 원내대책회의와 겹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이후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채 회의가 종료됐지만 결국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천안을 방문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