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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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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면 당연히 만났어야 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직접 만나지 않은 데 대해 20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한해 윤 대통령을 예방한 것과 비교하며 "오히려 중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닌가?"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까지 휴가 중 낸시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대화를 나눈 데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해 왔다. '펠로시 패싱' 논란에 대해서 당내 일각의 아쉽다는 평은 그때도 있었으나, 주요 타겟은 윤 대통령과 행정부가 아니라 의전을 담당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쏠렸다. 여당 현역의원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대단히 안 좋은 그림...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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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분여 대정부질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윤 의원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윤석열 대통령이 8월 초에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치명적 실수다, 만약 만났다면 IRA 법안 통과 전에 변화를 모색할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기사를 봤느냐? IRA 법안과 낸시 펠로시 방문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했다.

IRA 법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2022)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자동차 등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 한국 주재 기자들이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방문과 해당 법안의 통과를 연결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치권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 총리는 "저는 뭐 관계가 없다고 본다"라며 "제가 백악관하고도 좀 소통을 해보고 그랬지만, 펠로시하고는 연관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의 그 날짜는 인플레이션 감소 법률이 상원을 통과하기 전이기 때문에, 그것이 그렇게 큰 이슈로 이야기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다"라는 지적이었다.   윤 의원은 한 총리 답변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런데 왜 대통령께서는 왜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청와대(대통령실) 수석이 이야기했는데, 그게 맞느냐?"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펠로시 의장을 만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중국의 눈치라기보다는, 사실은 펠로시 의장과 그렇게 휴가 중에 전화로 (통화를 하신 것) 그 자체가 미국에 대해서도 응분의 배려를 한 것"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충분히 펠로시 측과 협의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그런데 공교롭게도 며칠 후에 리잔수 중국 인민대 상무위원장이 방문하지 않았느냐? 낸시 펠로시의 카운터 파트너 격"이라며 "그런데 공항 영접도 나가고, 대통령 면담도 했다. 이게 미국 조야(朝野, 정부와 민간)에 어떻게 비치겠느냐?"라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낸시 펠로시 대 리잔수의 한국 방문,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보셨느냐"라며 "미국 조야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대단히 안 좋은 그림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외교 하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담대한 구상, 담대하지도 정교하지도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 당시 외교부의 대응을 "잘못됐다"라고 지적한 것은 윤상현 의원이 유일하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시의원 특강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표현했지만, 대통령실과 행정부의 대응이 틀렸다는 식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하태경 의원 역시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면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으나, 의전을 담당했던 국회에 더 큰 책임을 돌렸다.

명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여권 인사는 유승민 전 대표 정도였다. 유 전 대표는 SNS를 통해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며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는 지적이었다.  

이날 윤상현 의원은 권영세 외교부장관을 향한 대정부질문에서도 "(북한을 향한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 담대하지도 않고 정교해 보이지도 않는다"라며 이를 꼬집기도 했다.  

태그:#윤상현, #국민의힘, #낸시 펠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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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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