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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인쇄식 시간표를 철거하기로 했던 서울교통공사가 이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시민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계획을 중단했다"고 지난 8월 30일 밝혔다.

앞선 7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인쇄식 열차 시간표 철거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용 연령 분포가 다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10개 역을 지정해 시범 철거했었다. 철거 이유는 '정비에 소요되는 예산 절감'과 '실사용률 저조' 때문이었다. 디지털식과 인쇄식 안내가 중복되고 이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의 인쇄식 안내 표지판 총 2190개를 교체할 때 9959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보공개청구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비용에 재료비, 편집 및 출력비, 부착비, 기타 제경비(경비, 이윤, 보험료 등)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식 시간표 이용률 저조? 실제 지하철 방문했더니
 
신도림역 탑승구 앞에 부착되어 있는 디지털/인쇄식 열차 시간표
 신도림역 탑승구 앞에 부착되어 있는 디지털/인쇄식 열차 시간표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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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용률이 저조할까. 실제 ▲신도림역(1·2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1·7호선) ▲서울역(1·4호선) ▲신길역(1·5호선) ▲고속터미널역(3·7·9호선) ▲여의도역(5·9호선) 등 환승역을 방문해 봤다. 그 결과, 인쇄식 열차 시간표 이용률이 높은 곳이 있는 반면 낮은 역도 있었다.

서울역에서는 인쇄식 시간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서울역 관계자에게 시간표의 위치를 묻자 "그런 게 있어요?"라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속터미널역은 인쇄식 시간표가 있었지만, 7호선과 9호선을 이어주는 무빙워크 옆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부착돼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다.

1·2호선이 지나는 신도림역 각 탑승구 앞에는 행선지와 운행 열차를 알리는 디지털 표지판 그리고 인쇄식 안내 표지판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앞선 역과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고 가는 발걸음 속, 탑승구 계단 앞에 붙어있는 종이(인쇄식) 열차 시간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쇄식 열차 시간표를 자주 사용하냐'는 질문에 동인천 특급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50대 남성 A씨는 "자주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50대인 나는 인터넷으로 시간표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고령층은 (인터넷 사용을) 대부분 불편해한다"며 "디지털이 인쇄식을 완전히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안에서 인쇄식 안내 표지판을 이용하는 승객은 적지 않았다. 3시간가량 관찰한 결과, 약 3분에 1명꼴로 인쇄식 시간표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가방을 멘 학생부터 군인, 양복을 입은 남자, 할머니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 60대 이상이었다. 이들은 손가락으로 시간을 하나하나 짚거나, 휴대폰에 지하철 시간표를 띄우고 번갈아 바라보았다.
 
인쇄식 열차 시간표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시민
 인쇄식 열차 시간표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시민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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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인쇄식 시간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50대 여성 B씨는 "어르신들은 인쇄식 시간표의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에서 갤러리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젊은 층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 후반 남성 C씨는 "주로 앱을 이용하지만, 약속된 시간에 열차가 오지 않으면 인쇄식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곤 한다"며 철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철거를 중단시킨 시민들의 관심... "어르신 위해서는 예산 아깝지 않아"

시민들에게는 인쇄식 열차 시간표 철거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인쇄식 열차 시간표 철거에 반대하는 한 소셜미디어 글은 8000회 이상 리트윗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한 누리꾼은 "스마트폰과 앱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인쇄식 시간표 철거'에 대한 입장을 100명에 물었다. 이중 87명은 인쇄식 열차 시간표 철거를 반대했다. '고령층 불편 심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한 응답자는 "모바일 검색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예산 투입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13명은 "활용도가 낮다" 등의 이유로 철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교통약자는 디지털 안내도 이용에 불편이 있다''는 시민들의 민원에 따라 인쇄식 열차 시간표 철거를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중교통법 제4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태그:#인쇄식 열차 시간표, #서울 지하철,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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