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자는 8월 13일 익명의 미얀마 현지 제보자로부터 영어로 작성된 한 문건을 전달받았다.

8월 11일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 문건 내용은 자못 의아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AI),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을 포함한 12개 국제인권단체가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교육 혁신 정상회의에 '영예로운(Honorable) 미얀마 정부 국민총리 민 아웅 흘라잉을 초청한다'는 것이다.
 
시민 제보로 기자가 13일 확보한 문건. 영예로운 민 아웅 흘라잉으로 시작하는 서두가 눈에 띈다.
 시민 제보로 기자가 13일 확보한 문건. 영예로운 민 아웅 흘라잉으로 시작하는 서두가 눈에 띈다.
ⓒ Citizen Journalist

관련사진보기

 
시민 제보로 기자가 13일 확보한 문건(2)
 시민 제보로 기자가 13일 확보한 문건(2)
ⓒ Citizen Journalist

관련사진보기



문건의 내용을 확인한 미얀마 누리꾼은 들끓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국민을 탄압하는 군부 지도자를 인권단체가 국제회의에 초청하는 일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미얀마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공분했다.   

다음날(12일)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진화에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츠는 성명을 통해 '불운한 행정상의 실수로 초청장이 잘못 송부되었다. 우리는 오류를 범한 것을 사과하며 민 아웅 훌라잉과의 모든 공적 소통을 철회하겠다'라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2일 게시한 사과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2일 게시한 사과문
ⓒ 휴먼라이츠워치(HRW)

관련사진보기

 
세이브 더 칠드런도 소셜미디어에 휴먼라이츠워치의 성명을 공유하며 "우리는 문건의 내용을 알지 못하며, 우리 조직의 이름과 로고가 문건에 동의 없이 사용되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 NUG(National Unity Government)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현했다. NUG는 13일 공식성명을 통해 "12개 인권단체가 작성한 문건을 보고 깊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라고 하며 "민 아웅 흘라잉은 쿠데타와 미얀마 전역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와 전쟁범죄에 책임을 져야하는 자"라고 전했다. 이어 NUG는 "12개 국제인권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얀마 국민에 진정성있는 사과를 해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NUG가 13일 12개 국제인권단체에 유감을 표명한 성명(1)
 NUG가 13일 12개 국제인권단체에 유감을 표명한 성명(1)
ⓒ National Unity Government

관련사진보기

 
NUG가 13일 12개 국제인권단체에 유감을 표명한 성명(2)
 NUG가 13일 12개 국제인권단체에 유감을 표명한 성명(2)
ⓒ National Unity Government

관련사진보기

 
한편 국내외 386개 미얀마 시민단체 역시 이번 사건에 강력한 유감을 표현했다. 특히 군부 지도자를 미얀마 정부의 국무총리로 칭한 문건 내용을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로 묵과하기 어렵다는 게 시민사회의 목소리다.   

미얀마 누리꾼들 역시 짧은 사과문과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하는 인권단체들에 "이들이 말하는 인권은 군부의 인권을 뜻하는가?", "사람보다 프로젝트를 우선시해온 인권단체들을 애초에 신뢰하지 않았다", "불의와 싸우다 숨진 이들을 모욕한 인권단체를 거부한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최진배는 페이스북 뉴스그룹이자 비영리단체인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https://www.facebook.com/groups/1603092429887617/).


태그:#인권단체, #미얀마, #군부, #국제회의, #초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얀마 민주화 운동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한국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