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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때 가맹점주였으며 작년까지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관리자로도 근무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자영업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기자말]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를 이용했던 어느 음식점 사장의 체험담이 올라왔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를 이용했던 어느 음식점 사장의 체험담이 올라왔다.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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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달의민족'(아래 배민)이 새롭게 출시한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를 이용했던 어느 음식점 사장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1만1000원짜리 돈가스 팔아서 42원 정산받았다'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랐다.

사실 기사 제목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었다. 아무리 기업이란 존재 의미가 이윤 추구라고 하더라도, 이미지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유명 기업이 이런 얼토당토않은 광고 상품으로 이미지 하락을 자처할 리 없기 때문이었다.

내용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기사의 의도를 걷어내고 오직 해당 음식점에서 벌어진 내용만 가지고 정리하면, 이번 사건은 배민이 새롭게 출시한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의 광고비 과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어느 음식점 사장의 오해였다. 그리고 해당 기사는 그 오해를 단초 삼아 '우리가게클릭'의 문제점을 논쟁화하고자 한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언론을 통해 "당사 앱의 좋은 위치에 가게 이름을 하루 동안 노출시키고 이용자 클릭으로 마케팅한 대가로, 7000여 원의 광고료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해당 매출에서 8일 단위의 광고 정산이 이뤄져 7040원이 차감된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점주를 비롯한 사람들은 왜 그런 오해를 하게 됐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촌극이 해당 광고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면, 이번만큼은 배민에 책임이 없는 걸까?

새로운 광고, 머리 아픈 자영업자

먼저 '우리가게클릭' 광고 상품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 상품은 온라인 광고업계에서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광고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같은 대형 인터넷 포털 기업들의 주력 광고 상품으로, 포털 화면에 노출된 광고형 사진을 고객이 클릭하면 클릭한 횟수만큼 정해진 요금(클릭당 얼마)을 합산하여 광고주에게 과금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 클릭이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과금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의 온라인 광고를 CPC(Cost Per Click)라고 부른다. '우리가게클릭'을 이용하면, 한달이라는 기간 동안 점주가 정해놓은 예산 안에서(최소 5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광고비가 차감된다. 그래서 이 광고는 일종의 후불제다. 

반면 배민의 또 다른 광고 상품 '울트라콜'은 대표적인 선불제 광고다. 이 광고는 사장이 영업하고자 하는 지역을 선택하고, 그 수만큼의 광고비를(지역당 8만8000원) 광고가 이뤄지기 전 선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지역에 광고를 노출 시키고자 하면 배민에 88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

일단 여기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기 쉽게 가상으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장 A씨의 떡볶이 가게는 매출이 좋은 곳이다. 그는 배민의 '울트라콜'을 이용하여 인근 지역 1곳에만 광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달에도 선불로 배민에 8만8000원을 냈다.

길 건너 상점 B씨도 떡볶이 가게 사장이다. 매출이 좋지 않았던 B씨는 고민 끝에 배민 영업사원의 조언에 따라 '배민1'에도 가입했지만, 매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 출시된 '우리가게클릭'에 관심이 갔다. 일단 선불로 목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특히 지정된 몇몇 화면에 내 가게가 A씨 가게보다 먼저 노출되는 건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더욱이 이 광고는 고객이 내 광고를 클릭한 만큼만 낸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가입했다. 그 후 8일이 흘러 정산 때가 도래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장 B씨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손님이 내 광고를 클릭 후 구경만 하고 막상 주문은 하지 않아도 광고비(클릭당 최소 200원에서 600원)가 발생한다는 사실이었다.

방역 해제로 사람들이 모두 밖에서 외식하는지 두 가게 모두 8일 동안 판매한 상품은 1만1000원짜리 떡볶이 한 세트뿐이었다. '울트라콜' 광고를 선택한 A사장은 배민으로부터 배달료와 카드 결제수수료(두 금액의 합산을 3095원이라고 가정)를 공제한 정산금 7905원을 받았다.

B씨 또한 A씨와 같은 배달료와 카드 결제수수료가 공제되었다. 그런데 '우리가게클릭' 광고를 계약한 B씨는 이에 더해 중계 수수료 823원과 8일 동안 고객의 광고 클릭 수수료 7040원이 추가 공제되고 42원만 입금되었다. B씨는 어처구니없었다. 좀 더 나은 매출을 위해 선택한 새로운 광고인데 수익이 42원이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건 착시임을 알 수 있다. A씨가 울트라콜 광고를 위해 배민에 선지급한 돈은 8만8000원이었다. 4주로 계산하면 한 주당 2만2000만 원의 광고 비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A씨는 7905원의 흑자가 아니라 광고비로만 –1만4095원 즉, 적자를 본 것이었다.

이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광고를 선택해도 그 광고가 반드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그리고 매출이 광고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당연히 손해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배민은 이 부분에 전혀 책임이 없는 걸까?

또 다른 경쟁으로 몰아넣는 광고
 
배달의 민족 앱 화면.
 배달의 민족 앱 화면.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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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가끔 감탄이 나올 때가 있다. 바로 '남보다 먼저 노출되어야 한다'라는 사장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드는 광고 전략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들이 기존 광고에 조금이라도 시들한 모습을 보이면 이들은 곧바로 새로운 광고를 출시하여 몰아쳤다.

최초 무료에서 파워콜(3만3000원)이라는 유료 광고를 시작으로 몇 번이나 과금 체계와 금액을 바꾼 울트라콜(현재 지역당 8만 8000원), 슈퍼 리스트(입찰제 광고), 오픈 리스트(판매액에 중계수수료 6.8% 부과), 오픈 서비스(울트라콜 3지역+중계수수료(5.8%)), 배민1(단건배달비+중계수수료), 그리고 '우리가게클릭'까지, 정말 나열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현재 배민이 유지하고 있는 광고 상품만 해도 '포장주문,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배민1, 우리가게클릭' 이렇게 다섯 가지다. 여기에 배민1과 우리가게클릭 상품의 복잡한 세부 수수료 체계까지 더해지다 보니, 인터넷에는 오늘도 배민 광고 전략을 조언하는 글과 영상이 거의 논문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누군가는 부지런히 공부(?)해서 상황에 맞는 광고만 집중하라고 조언할 수 있다. 그래서 광고 상품이 다양한 것 아닌가? 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언뜻 현재 다수의 음식점이 나름 선택한 광고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 속내는 조금 달랐다. 상당수 가게는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여유(자본과 정신)가 없어 관성적으로 현재 하고 있는 광고로 현상 유지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초보 사장들이나 매출이 하향 곡선에 진입한 사장들의 경우는 새로운 광고가 출시될 때마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비교 우위를 점하고자 기존 광고에 더해 새로운 광고를 선택하는 상황이었다.

예시에 언급한 B씨 또한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핵심 문제는 그 많은 광고 상품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음식점은 우왕좌왕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 그런 끝에 깨닫게 되는 것은, 남보다 먼저 노출되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그걸 이용한 기업의 전략에 자신도 모르게 치킨게임에 입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어떤 광고도 '고 매출 클럽' 입장을 보증하는 티켓이 전혀 아니라는 현실이다.

결국, 이 경쟁에서 가장 먼저 도태되는 사장 대부분은 영세하거나 IT 기기와 앱 사용에 힘겨워하는 중장년이었다. 2년 전 프랜차이즈 기업 관리자로 있을 때 만난 어느 육십 대 점주의 푸념은 바로 그 현실을 상징하고 있었다.

"왜 왔어요? 아저씨는 뭘 뜯으려고? 월세 내라, 세금 내라, 배달비 내놔라, 그나마 조금 남은 돈은 배달 앱이 다 가져가서 남는 것도 없는데, 그쪽은 밀린 로열티 내라고 왔나? 나 오늘 주문 하나도 못 받고 있어요. 줄 돈이 없어."

당시 그 가맹점의 카운터 PC는 멈춰 있었다.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배달앱, 배달대행, 포스 등) 충돌로 인한 오류였지만 컴맹이었던 나이 든 점주는 손도 댈 수 없었고, 컴퓨터 수리 기사는 언제 올지 모르는 상태였다. 더욱이 진짜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배달 전문 음식점은 통신이나 PC에 문제가 생기면 주문을 거의 받을 수 없다. 배달 음식점의 배달 앱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풍경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적어도 현재 배달 전문 음식점은 배달 앱의 영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태그:#우리가게클릭, #배달의민족, #배달앱, #플랫폼, #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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