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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취업한 대학 선배들이 "요즘은 토익 만점도 기본 스펙"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기본 스펙이라고 할 만큼 만점자가 그렇게나 많다고?'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교양 영어수업 과제로 딱 한 번 토익 시험을 치렀는데, 듣기・읽기를 다 합쳐 200개의 문제가 나를 압도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토익 평균 점수는 679점으로 토익을 시행하는 45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일부 언론사는 '중위권에 그쳤다'며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북미 지역에 인접해 있거나 역사적으로 영어권 국가의 언어 간섭이 있었던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스펙 경쟁, 영어 조기교육 등의 이유로 토익 만점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토익 만점자들에게 "해외에서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은 오히려 영어회화를 기피하는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울렁증이 있다고 할 만큼 영어로 말하는 데 큰 두려움이 있었다. 영어 발음기호를 독학하면서까지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하려 발버둥쳤지만, 정작 외국인과 한두 마디라도 나누는 상황이 되면 얼굴이 벌게지곤 했다.
  
나만 느꼈던 영어 울렁증…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필요해

하지만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가게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처럼 캐나다로 유학 온 외국인 친구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들은 나와 달리 발음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아랍 국가에서 온 친구 M은 영어로 말할 때 자신의 모국어 억양이 아주 강했다. 하지만 캐나다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 소통에 오류가 없고 유머 섞인 말도 곧잘 했다.

영어로 말할 때, 모음의 장-단이나 말할 때의 높낮이 등 뜻에 차이가 생기는 요소들을 신경 써서 발음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에 집착하기보다 풍부한 어휘력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M은 알고 있었다. 
 
tnN 예능 프로그램 <나의 영어 사춘기 100시간>의 한 장면.
 tnN 예능 프로그램 <나의 영어 사춘기 100시간>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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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인들에겐 다년간의 영어 교육으로 얻은 어휘력이 있다. 그럼에도 막상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려니 마음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경험들은 '틀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경향도 원인 중 하나다. 몇 년 전 방영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한국 사람들은 특히 영어 울렁증이 심하다"며 한국인의 완벽주의 성향이 영어 울렁증을 유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나다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내가 한 말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위축돼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발음이나 문장 구사력에 집착하지 않는 외국인 친구들을 보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배웠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음성 언어, 문자 언어만큼이나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뿐 아니라 눈짓, 표정, 상대방 앞에서의 태도 전반이 소통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토익, 오픽 등 공인 영어 시험 점수가 우리의 소통 능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 싶다면, 영어로 완벽하게 말해야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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