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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같은 달 31일 0시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4일 오전 퇴원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모인 박정희-육영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같은 달 31일 0시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4일 오전 퇴원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모인 박정희-육영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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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가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두 전직 대통령의 호칭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확정지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호칭은 OOO 전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전직 대통령 OOO씨라고 불러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MBC에서 MBC 라디오 생방송 도중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 하태경 의원은 생방송 중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라고 호칭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라고 요구했다. 또한 방송이 끝난 이후 페이스북에도 의견을 올렸다. 이에 대해 채널A와 MBN에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라고 부르는 것이 진영 논리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부르기를 요구하는 진영의 주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은 호칭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이 법에 해당된다는 것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이니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써야한다. 이것은 예우가 아니라 팩트의 문제다. (하태경 의원) 박근혜씨라고 부르는 것은 폄하하고 격하하는 것이며, 진영 상관없이 대우해줄 것은 대우하는 것이 맞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전직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죄를 지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그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전직 대통령 호칭을 붙이는 것이 맞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의원)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전직 대통령이라 호칭하지 않는 것이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위 주장들을 살펴보면 크게 예우할 것은 예우해야 하니까 전직 대통령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과 예우와 관계없이 사실이 전직 대통령이었으니 전직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먼저, 예우해야 할 것은 예우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자 이 주장은 호칭을 예우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이므로 호칭 또한 박탈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폐위된 왕이 상왕 대접을 받지 못했으므로 상왕이라 칭하지 않은 것처럼,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할 때 호칭의 예우도 박탈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진영 논리와는 무관하며, 예우가 박탈되었느냐, 아니냐에 따른 사실관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실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자면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분명 존재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한 것 또한 하나의 사실이다. 따라서 다른 박탈당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들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반론할 수 있다. 또한 그냥 박근혜씨라고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라고 호칭했다는 점에서 사실을 알리는 것에서도 부족한 호칭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면에서는 오히려 OOO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OOO씨를 구분하는 것이 더 명확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아닌 다른 범법자들에 대해 뉴스나 신문은 어떻게 호칭하고 있을까? 요즘 화제인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이은해라고 호칭하고 있으며 이은해씨라는 호칭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 형기를 마친 경우는 어떨까? 아동성범죄자 조두순같은 경우에는 거의 모든 기사에서 조두순이라고 호칭하고 있고 조두순씨라는 호칭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폄하하는 말이니 예우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일 뿐이니 예우와 무관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앞뒤가 안맞는다. 다른 범법자는 OOO씨라는 최소한의 존칭도 붙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일부의 범법자에 대해서만 호칭을 따지는 이들이야말로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언론이라면 진영논리에 따라 일부의 범법자들만 달리 호칭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정 진영의 사람들이 진영논리를 내세워도 언론의 가치와 사실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만의 가치와 사실과 신념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하다는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태그:#박근혜씨, #호칭, #박근혜 전 대통령, #MBC라디오, #하태경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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