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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치권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 소위 스카이 대학을 나오셨잖아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정치를 이제껏 해왔는데, 그랬으면 정치판은 완벽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시사IN'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한 말이다. '한림대 나온 애가 무슨 말(정치)을 하느냐'는 일각의 학벌 비하에 이렇게 되묻고,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오로지 학벌이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학벌과 직무 능력이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85년간의 연구 조사를 종합해 피고용자 3만 2천 명을 메타 분석한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프랭크 슈미트&존 헌터, 1998)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학력(교육기간)과 직무 능력과의 상관관계는 0.1에 불과했다(0.5 이상이면 강한 상관관계, 0.2이하는 약한 상관관계). 가장 높은 상관관계는 작업 시범 테스트(0.54), 직무 면접(0.51)이었다.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연구(프랭크 슈미트&존 헌터, 1998)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연구(프랭크 슈미트&존 헌터, 1998)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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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으로 굳어진 채용에 있어 학벌 차별은 2017년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실시와 더불어, 민간기업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 공공기관 일자리 비율은 전체 일자리의 9%에 불과하다.

인수위, 학벌 차별 금지에 주목해야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과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학력과 학벌 차별 관행 개선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원회에 최종 인선된 24명의 학력을 살펴보면 SKY출신이 17명(70.8%)이다. 평균 연령은 57.6세로, 속칭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인수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출신 학교·성별·출신지·연령 안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생각과 입장, 이해들을 배제하기 쉽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가'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인재상을 드러낸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니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식을 줄 모른다. 학벌을 위한 경쟁은 시간과 경제적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하게 만들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2022년 4월 12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국정과제에 선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2년 4월 12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국정과제에 선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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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시절 약속 이행하려면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약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서에 다음과 같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 일자리마다 필요한 직무 능력을 기준으로 채용 계획을 사전 공지
- 일자리별 핵심 직무 능력 기준을 공개
- 학력, 자격, 직무 경력 등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평가 역량 체계를 구축


또, 임금 격차 및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했다.

- 직무 단위 임금체계 도입 활성화
- 학력별 임금 차별 모니터링 체제 구축


이러한 내용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법안 내용에는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뿐 아니라, 직무역량을 확인하는 합리적 채용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새 정부가 직무 역량 중심 채용을 정착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입시, 채용 전반에서 학벌 채용 관행을 철폐할 수 있다.

'공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만큼 출신학교, 학벌에 의한 불공정을 끊어내야 한다. 수능에서 얻은 좋은 성적이 평생 일자리를 좌우하는 것이 공정일까? 더욱이 사회불평등이 심화된 시대에 학생들의 성적은 부모의 경제적 배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학벌로 공고해지는 높은 벽을 허물고, 누구나 자신이 가진 다양성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가기 위해 윤석열 당선인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국정 과제로 선정해 공약질의서에서 밝힌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내길 바란다.

태그:#출신학교차별금지법, #인수위원회, #사교육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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