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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서산 천수만을 찾았다. 화창한 날 다시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3월 말이라서 떠났을 가능성이 많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찾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너무늦었는지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떠나고 없었다.

천수만에 있는 흑두루미 중 일부 회색빛으로 보이는 개체를 확인했다. 교잡종이 아닐까 했지만 흑두루미라고 한다. 전문가에 확인해보니 나이가 들어 빛이 흐릿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직도 흑두루미의 생태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게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유난히 회색빛이 강한 흑두루미
 유난히 회색빛이 강한 흑두루미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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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마리에 가깝던 흑두루미도 약 300여 마리 정도 남았다. 소수의 흑두루미 개체는 얼마 남지 않은 먹이를 채식하고 있었다. 남겨진 볍씨가 소진되면 흑두루미는 곧 모두 북상할 것이다. 당일에도 고공비행을 시작하며 북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올 겨울을 기다려야 한다.
 
남아있는 소규모 흑두루미 무리
 남아있는 소규모 흑두루미 무리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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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인근에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되어 트랙터가 논을 갈고 있었고, 둑을 태우는 농민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아직도 둑을 태우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손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때문에 흑두루미가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도 좁아져 있었다. 이런 농사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를 찾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 것일 게다. 봄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농민들은 농사를 시작하며 봄을 준비하고, 새들은 천수만을 떠나면서 봄을 입증한다. 

이제 흑두루미가 떠난 서산 천수만은 다시 도요새들이 채워 줄 것이다. 동남아와 호주 등지에서 월동하고 다시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도요새들은 서산을 중간기착지 삼아 찾는다. 천수만은 그런 곳이다. 새들이 찾는 땅이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보지 못한 채 봄만 확인하고 서산천수만을 떠났다. 올 겨울 다시 흑두루미의 땅이 되기를 바라며 겨울을 기다린다.
 
논두렁을 태우는 농민
 논두렁을 태우는 농민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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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논두렁, #천수만,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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