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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피해 제외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피해보상의 근거를 제공한 ‘안흥시험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측정 및 분석용역’을 맡은 용역사 두곳을 불러들여 지난 2월 28일 근흥면복지회관 지하강당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이유는 군소음피해보상의 주체인 국방부가 참석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 고성 난무한 주민설명회장 소음피해 제외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피해보상의 근거를 제공한 ‘안흥시험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측정 및 분석용역’을 맡은 용역사 두곳을 불러들여 지난 2월 28일 근흥면복지회관 지하강당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이유는 군소음피해보상의 주체인 국방부가 참석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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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의 강제퇴거로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처럼 살아오면서도 오로지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40년 넘게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피해를 감내해 온 충남 태안군의 근흥면과 남면 주민들.

지난 2020년 11월 마침내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군소음피해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40년의 고통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군 소음피해법 시행으로 국방부는 곧바로 '안흥시험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측정 및 분석용역'을 통해 근흥면과 남면, 소원면 등 23개소에 대한 소음측정을 진행했다. 이후 주민설명회를 거친 끝에 근흥면 도황리 황골 일원을 1종지역으로, 근흥면 도황리, 신진도리, 정죽리 일원을 2종지역으로, 도황리, 신진도리, 정죽리, 용신리, 남면 신온리 곰섬·마검포 일원을 3종지역으로 고시했다.

국방부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태안군의 소음대책지역 총 면적은 17.38㎢으로 보상 대상자는 1858명(잠정)이며, 보상금은 1종지역 월 6만 원, 2종지역 월 4만 5천 원, 3종지역 월 3만 원을 지급키로 하고 2월 28일까지 보상금 신청 접수를 받았다.

소음 및 진동 우심피해지역 7곳 피해보상지역에서 제외… 소음피해 재측정 요구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40년 넘게 안흥시험장의 사격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소음피해보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대거 몰렸다.
▲ 설명회장 가득 메운 소음피해 주민들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40년 넘게 안흥시험장의 사격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소음피해보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대거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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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극심한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면서도 이번 군 소음피해법에 따른 피해보상지역에서 벗어난 마을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확인한 소음 및 진동피해 우심지역이면서도 이번 소음피해보상에서 제외된 마을은 7곳에 달한다. 근흥면 정죽 1, 2, 3리와 용신리 일부, 남면 진산 1, 2리와 마검포 등이 7곳에 해당한다. 이들 마을들은 태안군에 진정서도 제출하며 국방부의 소음피해 측정의 형평성과 함께 재측정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근흥면 정죽2리의 경우에는 국과연 안흥시험장으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위치한 곳으로, 안흥시험장의 행정구역상 관할이 정죽2리였다.

이곳 마을은 안흥시험장이 들어선 이후로 집에서 기르던 소와 돼지 등이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새끼가 죽어서 태어나는 등 피해가 극심해 가축 사육을 포기할 정도의 삭막한 마을로 변했다. 하지만 소음피해 제외지역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근흥면 정죽2리를 포함한 정죽리 주민들은 태안군에 제출한 '군 소음피해 보상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제하의 진정서에서 "정죽2리는 지난 50여 년간 온갖 무기 개발시험으로 인하여 주택이 파손되고 균열이 가는 등 온전한 가옥은 한 채도 없고, 특히 주민들의 생계원이 되어 주던 소득이 많은 바다도 빼앗겨 지금은 바다도 없는 마을로 빈곤 속에 살고 있다"면서 "정죽리 주민들은 서슬 시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맞서 대항할 힘도 없었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온갖 소음과 진동을 가슴으로 맞으며 현재까지 고통과 한숨 속에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희망고문의 고통만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정죽리 주민들은 군 소음피해 용역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도 보냈다.

정죽리 주민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발을 쏘아대는 안흥시험장의 소음과 진동 피해로 고통 받아 온 정죽리 주민들은 무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민간업체의 소음피해 측정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정죽리 주민들은 특히 '군 소음피해 보상법'이 제정되어 주민들의 소음피해를 조사하는 과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 이유로 국방부가 직접조사 하지 않고, 무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민간업체에 용역을 준 점을 꼬집었다.

정죽리 주민들은 "모든 무기의 소음을 정확하게 측정을 해야 함에도 거리, 날씨, 바람, 기상 등을 무시하고 단시간에 측정을 끝내버렸고, 안흥시험장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에 의해 소음측정을 진행했으며, 3군에서 사격하는 30㎜ 대공포 사격만을 위주로 측정했다"면서 "그 결과 안흥시험장 주변 마을은 안중에도 없고 민원을 제공한 마을만 피해보상 대상마을로 선정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사격장에서의 거리 면에서나 소음 피해 면에서 피해보상 해당 지역임에도 소음피해 측정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는 게 정죽리 주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이에 정죽리 주민들은 "군 소음피해 보상 대상마을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만약 군 소음피해 보상 대상마을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정죽2리 주민을 중심으로 한 피해보상 소외지역 주민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실력행사에 임할 것을 천명한다"고 집단반발을 예고했다.

덧붙여 정죽리 주민들은 '정죽리소음피해제외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안흥시험장 내 전체 사격장에서 전체 시험무기 재시험 사격소음, 진동 측정 ▲최대한 많은 지역에서 소음, 진동 측정(10곳 이상) ▲40여 년 동안 시험한 모든 시험 재측정 등의 소음피해 재측정을 촉구하는 한편 ▲2018-2020년도 자료만으로는 피해조사 불인정 ▲20년 이상 시험자료 요구 ▲소음재측정시 발생된 소음을 과거 20년 적용 평가 ▲소음피해 전수조사 실시, 미실시할 경우 거리산정 등 형평성 맞출 것 등도 요구했다.

"국방부와 안흥시험장은 왜 안 왔나"… 용역사 설명회 열렸지만 고성만 난무
 
군소음피해보상의 주체인 국방부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민설명회는 하나마나라며 설명회장을 빠져나가는 소음피해주민들. 향후 국방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자고 의지를 모았다.
▲ 설명회장 빠져나가는 주민들 군소음피해보상의 주체인 국방부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민설명회는 하나마나라며 설명회장을 빠져나가는 소음피해주민들. 향후 국방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자고 의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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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안군은 소음피해 제외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피해보상의 근거를 제공한 '안흥시험장 소음영향도 작성을 위한 소음측정 및 분석용역'을 맡은 용역사 두 곳을 불러들여 지난달 28일 근흥면복지회관 지하강당에서 설명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군 소음피해법'에 따른 용역을 시행한 시행관청인 국방부측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이날 용역사의 주민설명회는 설명자료의 첫 장도 넘겨보지 못하고 20여 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이날 설명회장을 찾은 주민들은 "일단 용역사의 설명회를 들어보고 측정이 잘 됐는지, 측정장소가 적합한지 설명을 들어보자"는 태안군 관계자의 설득에도 "태안군이 국방부냐"고 목소리를 높인 뒤 "오늘 설명회는 들을 필요도 없고, 다시 일정을 잡아 국방부와 안흥시험장은 필히 참석 하에 주민설명회를 다시 열자"고 제안하며 설명회장을 모두 빠져나갔다.

비록 설명회는 파행으로 끝났지만, 설명회장에서 주민들은 향후 투쟁의지와 함께 재측정을 요구했다.

박상엽 ADD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우리 주민들은 지난 40년 동안 소음과 진동으로 고통을 받아왔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 한 소음을 줄이고,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안흥시험장이 떠나든지, 주민을 이주시켜주든지, 또는 소음을 현격히 줄여달라는 환경권한을 주장해 왔고, 이는 생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주민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저항해서 막아내야 한다"면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근흥면 용신리 주민 박아무개 씨는 ▲소음피해 배상에 대한 근거와 ▲데시벨 측정장소를 어디에서 선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국방부에 요구사항 전달하는 소음피해주민 근흥면 용신리 주민 박아무개 씨는 ▲소음피해 배상에 대한 근거와 ▲데시벨 측정장소를 어디에서 선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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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흥면 용신리 주민 박아무개씨는 불만과 함께 요구사항도 전했다. 박 씨는 "같은 이웃이면서도 100m 떨어져 있는데도 이장은 선정되고, 이웃집은 제외됐는데 소음피해지역 선정에 대한 재고 의지가 있나"라고 되물은 뒤 ▲소음피해 배상에 대한 근거와 ▲데시벨 측정장소를 어디에서 선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설명회가 끝난 이후 태안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흥시험장 상생발전협의체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소음피해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국방부 주관 하에 설명회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앞으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방부에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전국에 대형화기 및 비행사격장이 94개 지역인데 대부분 피해보상에서 소외된 주민들의 입장은 비슷할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 2020년부터 8명의 국회의원들이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게 있는데, 골자는 84데시벨로 설정해놓은 소음영향도 기준을 75데시벨로 개정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볼 텐데 계류 중에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어 "비행사격이라면 피해보상범위가 넓은데 포 사격의 경우에는 산과 집이 소음을 막다 보니 이웃집이라도 소음영향도가 다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소음영향도 설정지침대로 규정을 따지다보니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군소음보상법 관련 개정법률안은 현재 8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먼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보상금액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책정한다"고 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소음피해보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요구하는 핵심사항인 소음영향도를 지금보다 낮은 75데시벨로 낮추고 민간공항과의 형평성을 고려, 회전익항공기에 대한 별도의 소음측정기준을 마련해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개정안에 소음대책사업 대상구역 설정 시 마을 단위로 정하도록 했고,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보상금 지급 이외에 주민들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방안을 포함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서산, 태안지역구의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도 소음대책지역 토지 취득자에 대한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된 다며 일정한 조건을 붙여 시설물의 설치를 허용해야 한가는 점과 소음대책지역에 대한 기본계획수립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즉, 현재 계류 중인 군소음보상법 개정안은 보상금을 현실화하고 보상대책의 체계와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소음기준 조정, 회전익기(멀티콥터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군소음보상법,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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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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