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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는 정치의 문제를 넘어 한 나라가 발전해온 역사와 가치의 문제다. 국가의 주거정책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면 국민이 행복해진다. 하지만 정책 방향이 잘못되면, 그 피해 또한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거정책은 어떤가.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거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 공약을 보면 당장의 실효성은 있겠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인구 집중화 문제를 해결할 대책으로 후보자들은 많은 주거 공급을 약속한다. 물론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또한, 당면한 주거문제 해결 공약은 선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대선 후보들의 주거 공약도 이에 맞춰져 있다.

소멸 가능성 크다는 시군구-읍면동이 이렇게 많은데

하지만 지금 발표된 정책대로 주거를 공급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문제, 환경문제, 교육문제, 균형발전 등의 문제 해결은 갈수록 어렵게 된다. 이는 공급중심의 주거정책만으로 본질적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면 당장은 주거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방식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1년 5월 기준으로 228개 전국 시·군·구 중 36곳, 전국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이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시·군·구 106곳과 읍·면·동 1777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방의 소멸은 불을 보는 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 소멸하고 대다수의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주거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일본의 경우가 우리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지난 16일 서울 아파트의 모습.
 지난 16일 서울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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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경북 구미시의 산동 아파트 거푸집 붕괴 사고 등은 공사안전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붕괴사고가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면 이는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다. 2021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12층 콘도 아파트 붕괴사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아파트는 건축된 지 40년이 지나고 새벽 시간대에 붕괴되어 99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아파트 노후화는 붕괴사고의 원인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정책에서 근 미래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재산 가치가 하락하며 붕괴에 대한 불안이 고조돼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법을 사전에 정책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하지 못하면 국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도심의 용적률을 늘리고 도로를 지하화하며, 그린벨트를 이용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주거정책이 있다.

세 가지 제안

첫째, 도심형 고층 주거와 역사성이 복원된 전원형 주거의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하고 주거의 안정적 보급정책을 위해 도심형 초밀집 주거와 전원형 주거의 정책적 분리가 우선돼야 한다. "도심형 주거는 중심지역에 용적률,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고층중심으로 주거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며, 전원형 주거는 고속전철과 도로의 확충을 통해 역사성이 반영된 한국형 주거단지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심형 주거는 생활의 편리한 혜택을 제공받는 대신에 이에 대한 세금부담을 감당해야 하며, 전원형 주거는 기본주택 개념으로 국가가 저렴한 가격에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보급해야 한다.

도심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에서의 세금 차이도 가격에 비례해 공정 과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얻어진 세금은 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둘째, 전통 한옥의 역사성을 복원한 새로운 개념의 전원형 주거정책이 반영돼야 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 새마을운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주거의 소멸을 가져왔다. 당시는 먹고 살기가 힘든 시기인 만큼 우리의 전통주거를 정책으로 살리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근대 주거 형식을 택했다.

하지만 현대적 편리함을 추구한 만큼 우리의 역사성은 빠르게 소멸됐다. 이에 비해 중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주거를 지금도 보존하며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역사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한 나라의 주거가 주거의 문제를 넘어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성을 간직한 한옥마을 전경
▲ 한옥마을 한국의 역사성을 간직한 한옥마을 전경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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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과정에서 소멸된 우리의 전통주거를 현대 주거와 융합해 "새로운 주거형태"로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전통주거 요소 40% + 현대 주거 요소 60% 정도의 비율을 적용해 새로운 한국형 주거를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의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지붕, 처마, 마루, 정자, 대문, 담 등에, 근대 주거의 장점을 결합해 역사성이 복원된 새로운 개념의 한국형 주거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주거의 역사성 복원을 위한 문제 해결에 정책적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아파트 중심의 주거정책에서 벗어나 친환경 주거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성을 훼손하고 아파트로 획일화된 주거정책은 제고돼야 한다.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으로 도입된 아파트가 부동산 투기의 주범이 되고, 개인과 가족의 정체성마저 흔들어버리는 아파트 정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물론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매우 많다. 제한된 땅에 많은 주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아파트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적 목적이 변질되어 아파트는 고급주택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투기의 대상이 돼 도심과 시골을 구분하지 않고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고층구조의 주거는 도심형 밀집 주거만으로 한정하고 시골이나 교외의 지역에서는 역사성이 복원된 친환경 주거로 탈바꿈돼야 한다.

한 나라의 주거정책은 단순히 건설적인 문제를 넘어 역사의 인식과 보존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의 주거정책이 미래를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 부재와 인식 부족으로 인해 한 나라의 주거정책이 흔들린다면 이는 불행한 사태라 할 수 있다.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역사성을 복원하고 주거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이 확고하게 설정되기를 바라본다.
 
Yoon Jae Eun
▲ 윤재은 Yoon Jae Eun
ⓒ 윤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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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와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가 있으며, 건축 전문서적으로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한,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철학의 위로'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태그:#주거정책, #미래세대, #한국형주거정책, #생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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